‘홍범도 논란’에 재소환된 문서 한장…“직업 의병, 목적은 고려 독립” [이슈+]

조성민 2023. 8. 29. 1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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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년 모스크바 극동민족대회 참석하며 쓴 입국조사서
홍범도 장군 한글로 직업 ‘의병’, 목적과 희망 ‘고려독립’
우원식 “소련 공산당 참여는 공산당 활동을 위한 것 아냐”
이종걸 “항일독립투쟁 효과적인 진전을 위해서였던 것”
국방부가 밝힌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과 관련해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한장의 문서’가 재소환돼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 문서는 홍 장군이 1922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소련에 입국하며 쓴 입국조사서다. 홍 장군은 한글로 직업란에 ‘의병’, 목적과 희망에 ‘고려독립’이라고 썼다. 이 입국조사서는 러시아 문서보관소에 있던 것으로 2021년 홍 장군 유해 봉환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유된 바 있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고(故) 홍범도 장군 흉상 모습. 뉴스1
29일 국사편찬위원회 우리역사넷에 따르면 극동민족대회는 소련이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워싱턴 회의에 대응하여 개최한 것으로 1922년 1월21일부터 2월2일까지 동아시아 각국 공산당 및 민족 혁명 단체 대표자들을 모스크바로 불러 연석회의를 했다. 이 대회는 “약소민족은 단결하라”는 표어를 내걸고, 동아시아 지역의 공산주의 운동과 민족 해방 운동을 지원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었다.

이 대회에는 9개국 144명이 참가했다. 이 중 홍범도 장군을 포함, 한국인이 52명으로 가장 많은 수가 참석했으며 의장단에 김규식과 여운형이 선출됐다. 한국인 참석자가 많았던 것은 당시 소련과 코민테른이 식민지 민족 해방 운동에 대해 적극적 지원을 표명하였기 때문에, 한국 독립운동에 이들의 원조를 받기 위한 기대에서였다.

특히 파리 강화 회의와 워싱턴 회의에서 보인 서구 열강의 일본 식민 통치 묵인과 한국 독립 문제에 대한 무관심한 태도에 실망한 많은 한국의 독립운동가들이 공산주의에 동의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념을 떠나 이 회의에 상당수 참여하였다. 이 대회는 워싱턴 회의에서 미국, 영국, 일본, 프랑스가 체결한 ‘4국 조약’을 일본 제국주의와 결탁한 ‘흡혈귀 동맹’으로 규탄하며, 한국의 독립을 지지하였다.

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이전에 반대하는 정치인들도 최근 잇달아 이 문서를 언급했다. 홍범도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더불어민주당 우원식 의원은  29일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독립운동, 특히 무장독립운동하셨던 분들을 육사에 설립한 이유는 국군의 뿌리가 독립군, 광복군이라는 것을 선언한 것”이라며 “국군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자 한 것인데 이를 부정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홍범도 장군이 1922년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소련에 입국하며 쓴 입국조사서. 직업란에 ‘의병’, 목적과 희망에 ‘고려독립’이라고 써있다.
우 의원은 홍범도 장군의 공산주의 이력 경력과 관련 “소련 공산당에 참여한 건 사실이나 공산당 활동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며 “홍범도 장군의 활동은 오직 조국의 독립”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1922년 해방을 위해서 각국 지도자들이 교류한 모스크바에서 열린 극동민족대회가 있었는데 이때 입국할 때 쓴 조사서를 보면 직업은 의병이고 목적과 희망은 ‘고려 독립’이라고 써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공산당 가입은 1927년에 이루어졌는데 당시 소비에트 영토 안에 있었던 점”이라며 “홍범도 장군이 집단농장 지도자로서도 같이 독립운동했던 동지들을 보호하기 위한 측면이 있고 또 그때 60세가 되는 해인데 고령으로 연금 상태에 들어가기 위한 생활상 부득이한 이유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일들은 이미 박정희 전 대통령 시기에 충분히 검증해서 독립유공자로 선정된 것인데 다시 이를 꺼내는 이유는 우리 국민들을 이념적으로 가르고 분열시키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정부의 조치에 대해서 동의할 수가 없다”고 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는 29일 페이스북에 “항일 독립전쟁의 전설적인 영웅, 대한민국 건국훈장 최고등급 ‘대한민국장’ 수여자인 여천 홍범도 장군은 1922년 소련에 입국할 당시 삶의 목적과 희망을 ‘조국 독립’이라고 당당히 밝혀 후손들에게 커다란 울림을 남기셨다”고 적었다. 이어 “113년 전 나라를 빼앗긴 엄혹한 시대 속에서 자신의 삶을 한 줄기 촛불처럼 태워 독립을 이루고자 했던 영웅들의 숭고한 희생을 이 땅에 살아가는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며 “그들의 후손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자유롭고 평화로운 대한민국, 빛나는 제주의 미래를 향한 굳은 다짐을 경술국치일, 항일 독립전쟁 영웅들의 삶을 되돌아보며 다시 한번 마음에 깊이 가로 새긴다”고 덧붙였다.

이종걸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전날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나와 “홍 장군은 광복되기 전에 돌아가신 분이고 (당시 소련 지도자) 레닌을 방문해 약소국인 대한민국 독립을 도와줄 수 있느냐, 항일무장 독립을 도와줄 수 있냐 이런 논의를 했던 상대방”이라며 “홍 장군이 소련 제복을 입게 된 것도 항일독립투쟁의 효과적인 진전을 위해서였다”고 강조했다. 이 전 의원은 일제강점기 독립군 양성기관이었던 신흥무관학교의 기틀을 닦은 독립운동가 이회영 선생의 손자이자, 이종찬 광복회 회장과 사촌지간이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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