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에서도 ‘D.P.’가 보인다[스경연예연구소]
지난 23일 방송된 MBC 예능 ‘라디오스타’에 출연한 MC 김구라는 초대손님으로 나온 배우 김지석에게 다짜고짜 “‘신병’과 ‘D.P.’는 무슨 관계냐”고 물었다. 김지석이 지니TV의 드라마 ‘신병 2’를 홍보하기 위해 동료 배우 김민호와 함께 출연했기 때문이다.
김구라의 우악스러운 질문과 이에 발끈하는 김지석의 모습은 비록 예능적으로 해석되긴 했지만, 지금 연이어 등장하고 있는 이른바 ‘밀리터리 드라마’의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었다.
지난 28일 처음 방송된 ‘신병 2’는 지난해 7월 공개된 시즌의 후속편이다. 웹툰을 원작으로 장삐쭈 작가가 애니메이션화한 ‘신병’은 3억건이 넘는 조회수로 인기 IP(지식재산권)로 등극했다.
‘라디오스타’의 김지석 대답대로 ‘신병’과 ‘D.P.’는 다른 방송사의 드라마다. 심지어 장르도 조금 다르다. ‘신병’은 블랙코미디에 방점이 찍혀있다. 과거 ‘푸른거탑’ 시절부터 병영의 모습을 코믹하게 비트는 일을 즐겼던 민진기 감독의 성향답게 이번 시즌 2 역시 변화를 거부하는 병사들의 분위기와 원칙을 강조하는 중대장의 대립에서 오는 상황적인 웃음이 중심이다.
이에 비해 ‘D.P.’는 수사물, 추리물에 가깝다. 지난해 공개된 첫 시즌부터 탈영군인을 잡는 ‘군탈체포조’라는 이색적인 소재를 기반으로 다소 원칙주의적인 안준호(정해인)와 모든 규칙과 반칙 사이 선을 오가는 한호열(구교환)의 활약을 다뤘다. 시즌 2에는 지난 시즌 벌어진 사건을 중심으로 군 내 정치극의 요소를 조금 더 보탰다.
블랙코미디와 수사물. 접점이 없을 것 같은 ‘신병’과 ‘D.P.’도 겹쳐 보이는 부분이 분명 있었다. 이는 28일 방송된 첫 회 막바지에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바로 강찬석 역의 이정현이 등장하는 장면 때문이었다.
첫 시즌에서도 대체불가의 빌런으로 자리매김한 그는 각종 극 중 사고의 원인이 되고 군 특유의 위계문화가 빚어낸 비뚤어진 면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신병’은 그의 등장에 주인공인 박민석(김민호)까지 긴장하는 모습을 연출하며 군 내 관계의 부조리를 본격적으로 그릴 준비를 마쳤다.
‘D.P.’에서도 모든 사건의 원인은 이유 없이 후임병사들을 괴롭히는 선임들의 비뚤어진 권력의식 때문이었으며, 작품은 탈영의 이유 중 주요 에피소드로 이 부조리를 다뤄 공감을 얻었다. 결국 ‘군’이라는 소재가 이색적이지만 공감을 사는 이유는, 그 결말에 책임이 없는 권력이 어떻게 비뚤어지는지 병사 개개인을 통해 보여주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에서 ‘신병’에는 ‘D.P.’가 보이고 ‘D.P.’ 안에서도 ‘신병’이 보인다. 대부분 병역을 경험한 이들이 추억과 동시에 느끼는 잊고 싶은 기억을 이 작품들은 드라마의 틀로 살려내는 것이다.
하경헌 기자 azima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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