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축구협회장 여자 선수 강제 기습 키스 사건 일파만파…최고 형사법원, 성폭력 혐의 예비 수사 개시 명령

박효재 기자 2023. 8. 29.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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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스 루비알레스 스페인 축구협회장(오른쪽)이 지난 20일 여자 월드컵에서 우승한 자국 대표팀 선수 헤니페르 에르모소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고 있다. 게티이미지



스페인 축구협회장이 자국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에게 강제 기습 키스를 한 사건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스페인 최고 형사법원은 28일 성명을 통해 여자 축구 대표팀 선수 헤니페르 에르모소에게 강제로 키스한 루이스 루비알레스 축구협회장의 행위가 성폭력 범죄에 해당하는지 예비 수사를 개시했다고 밝혔다. 법원은 이어 “에르모소의 공개적인 진술을 고려할 때 루비알레스에게 당한 성적 행위는 합의에 따른 것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루비알레스 회장은 지난 20일 호주 시드니에서 열린 여자 월드컵 결승전에서 자국 대표팀이 승리한 뒤 시상식에서 에르모소에게 키스를 했다. 이후 에르모소는 원치 않은 키스였다고 입장을 밝혔다.

법조인들은 에르모소 돕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에르모소를 지원하는 변호사들은 에르모소가 성폭력 피해자로서 소송을 원한다면 15일 이내로 수사 당국에 신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루비알레스 축구협회장에 대한 사퇴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스페인 지역축구협회장들은 이날 성명을 내고 “루비알레스는 스페인 축구 이미지를 실추시켰다. 스페인 축구협회장에서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국제축구연맹(FIFA)은 루비알레스가 사퇴를 거부하자 그의 직무 정지를 결정했다.

FIFA는 스페인 축구협회에 에르모소에게 접근하지 말라고도 명령했다. 스페인 축구협회 측에서 에르모소가 루비알레스 협회장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법적 대응을 할 수 있다고 위협했기 때문이다.

스페인 스포츠재판소는 이날 루비알레스의 직무를 정지하라는 스페인 정부의 요구를 논의하기 위해 소집됐다. 스페인 여성단체들은 에르모소를 지원하며 루비알레스 비판 시위에 동참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루비알레스의 어머니 안젤레스 베야르는 스페인 남부 해안 도시 모트릴의 디비나 파스토라 교회에서 단식농성에 나섰다. 그는 “내 아들에게 가해지는 비인간적인 피비린내 나는 사냥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단식농성의 이유를 밝혔다.

박효재 기자 mann616@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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