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진료보다 30% 더 비싼 한국형 비대면 진료...건보 재정 부담 영향 들여다 본다

김명지 기자 2023. 8. 29.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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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보건복지위 법안1소위
“비대면 진료 수가 왜 한국만 비싼가”
건보재정 부담없는 방안 마련 목소리
28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현황과 개선 방향'을 주제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이 발언을 하고 있다./의협 제공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때 도입된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계도 기간이 다음달 종료된다. 이런 가운데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수가(진료비)가 환자가 병원을 직접 방문하는 대면 진료보다 30% 비싸게 책정돼 있어 앞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악화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중간 점검을 통해 현행 비대면 수가 체계가 적절하지 않다면 원래대로 가산 수가를 지급하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이보다 앞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한국의 비대면 진료 수가가 이례적으로 높다는 보고서를 냈다. 의료계는 현재 문제가 되는 130%보다도 더 높은 150% 수준의 비대면 진료 수가를 요구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위기도 아닌데 가산수가 왜 주나”

29일 국회 회의록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4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1법안소위에서 비대면 진료 앞으로 계속되어야 할 사업이라는 것에 이견이 없었지만, 비대면 진료를 하는 의사들에게 30% 가산 수가를 더 주는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반대 의견이 다수 나왔다.

진료 수가 가산에 대해선 약사⋅간호사 등 의료인 출신 의원들의 반대가 컸다. 총 13명인 1소위 위원 가운데 약사 출신은 더불어민주당 전혜숙⋅서영석 의원, 국민의힘 서정숙 의원과 간호사 출신인 국민의힘 최연숙 의원이 포함돼 있다.

전혜숙 의원은 “전화로 환자를 진료하는데, 수가는 대면 진료보다 비싸게 준다는 게 말이 되느냐”고 말했고, 최연숙 의원은 “시범 사업 계도 기간까지도 (비대면 진료에) 130%의 수가를 줬다면 건보 재정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코로나19 당시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비대면 진료를 종료하고, 지난 6월부터 시범사업 형태로 시행하고 있다. 정부는 코로나19 기간에 비대면 진료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관리료’ 명목으로 기본 진찰료·약제비의 30%를 의료기관에 추가 지급해 왔고, 이번 시범사업에서도 ‘시범사업 관리료’ 명목으로 이를 그대로 가져왔다. 의원들은 코로나19 위기 상황도 아닌데, 30%의 가산 수가를 계속 주는 게 납득이 되지 않는다는 취지다.

서영석 민주당 의원은 “비대면 진료비를 130% 준다고 하니, 정상적이지 않은 진료를 열심히 하는 그런 행태가 지금 나타나고 있는 것 아니냐?”라고도 지적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은 “건강보험기금에도 심각한 우려가 발생할 수 있다”며 “민간 플랫폼 자체가 갖고 있는 영리 추구 목적 때문에 불법의료행위나 부당청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라고도 주장했다.

최근 비대면 진료를 악용해 진료비를 ‘부당 청구’한 사례가 드러나고 있다. 비대면 진료는 수가를 30% 더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비대면 진료를 받지 않은 환자들도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고 허위 청구하는 식이다. 건강보험공단의 ‘코로나19 진료비 부당 청구 표본조사’에 따르면 코로나19 진료에 참여한 전국 병의원 12곳 가운데 12곳 모두 진료비를 거짓 청구한 것을 적발했다.

◇ 일본은 비대면 초진 수가 13% 가량 저렴

앞서 국책 연구기관인 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하는 ‘보건복지포럼’ 8월호에 한국 정부가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에서 정하는 의료 수가가 다른 나라에 비해 예외적으로 비싸다고 지적한 논문이 게재됐다.

이 연구 논문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온라인 진료 수가를 신설한 일본의 온라인 초진 수가는 214점으로 대면 초진인 288점보다 저렴하고, 재진 수가는 온라인과 대면 73점으로 동일하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비대면 초진 수가가 대면 초진보다 13%가량 저렴하다는 뜻이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비대면 진료 수가 때문에 건보 재정에서 특별히 새는 부분은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도 “건보재정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 중간 평가를 해 보고자 한다”고 밝혔다. 박 차관은 “중간 점검을 해 보고 평가를 통해 (현행 수가 체계가) 적절하지 않다면 원래대로 복구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의료계는 비대면 진료에 대해서 150%의 가산 수가를 요구하고, 진료 허용 범위를 두고도 반발하고 있다. 현재 시범사업은 진료받으려는 병원에서 12개월 이내 1회 이상 대면 진료받은 적 있는 재진 환자만 대상으로 한다. 다만 섬·벽지 거주자, 거동 불편자 같은 일부 환자들은 초진도 가능하도록 예외를 뒀다. 대한의사협회는 이 같은 구분이 쉽지 않다고 보고 지난 21일 입장문에서 비대면 진료 초진 허용 대상자의 구체적 기준과 법적 책임소재 구분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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