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혜란 "엔딩장면 주오남의 잠바를 입어, 복수를 위한 의식이었다" [인터뷰M]
화제의 시리즈 '마스크걸'에서 장총을 들고 수십 년간 죽은 아들의 살해한 범인을 쫓는 김경자를 연기한 염혜란을 만났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로, 염혜란은 자신의 아들이 누구보다 멋지고 잘났다고 생각하는 자식 바라기 엄마 '김경자'를 맡았다.
염혜란은 "제가 찍은 장면만 알다가 다른 배우의 장면을 보니 매 화마다 감동적이고 어디 내놔도 자랑스럽더라. 다시 한번 스태프들의 정성과 노고가 느껴졌다"며 완성작을 본 소감을 밝혔다.
어디에 내놔도 자랑스럽다고 배우가 말할 정도로 완성도 있게 만들어진 '마스크걸'은 작품 공개 이후 글로벌 TOP 10(비영어) 부문 2위를 달성하며 글로벌한 흥행 질주를 하고 있는 중이다. 작품의 이런 흥행에는 염혜란이 연기한 김경자의 강렬함이 큰 역할을 했다. 그는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너무 강렬한 캐릭터라 우려되면서도 신선하기도 했다. 카리스마 넘치는 젊은 여성 캐릭터는 본 적 있어도 나이 든 노인이 장총을 들고 나타나는 건 신선했다."라며 처음 대본을 받고 느낀 점을 이야기했다.
염혜란은 "세고 파격적인 캐릭터를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까 고민했다. 공감과 파격을 동시에 얻으려고는 했다. 보편성은 잃지 않는 수준에서 비틀어진 모성애를 드러내 동조와 비난을 함께 받고 싶었다. 자식을 독립시키지 못한 비틀어진 모성애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비판의 대상이 되기도 바랬다."라며 김경자 캐릭터를 연기하며 시청자들과 어떤 부분을 소통하고 싶었는지를 밝혔다.
굉장한 임팩트가 있는 인물이지만 3명의 모미와 함께 세월의 흐름에 따른 수위를 맞추기는 쉽지 않은 역할이었다. "작품이 다 끝나고 나니 김경자가 나쁜 인물인데도 측은지심이 생기더라. 왜 저런 마음까지 들었을까 생각하면 연민이 생겼다."라고 김경자를 말한 염혜란은 "모성으로만 풀면 모든 게 너무 쉬워 보여서 그걸 경계하려 했다. 모성애도 일부 있지만 그녀의 세대, 삶, 종교가 모든 면에서 편협하기에 시선과 생각이 비틀어지게 된 것"이라며 김경자가 극단적인 상황까지 가게 되는 이유를 해석했다.
염혜란이 연기한 김경자는 거의 그녀의 일대기를 보여준다. 아들이 초등학생인 엄마의 모습부터 20대 장성한 아들을 둔 모습, 그 아들의 딸이 중학생이 된 할머니가 된 모습까지 특수분장을 통해 젊은 김경자부터 할머니 김경자까지를 연기했다.
"처음에는 너무 분장팀이 고생을 하니 실제 이 나이에 맞는 노년배우가 연기해도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촬영을 하는 순간 육체적으로 너무 힘들어서 젊은 배우가 노역을 하는 게 맞겠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노인 분장을 하고도 격한 액션을 촬영했어야 했다며 3인 1역을 한 '김모미'와 대적하는 김경자의 연기를 이야기했다.
이한별, 나나, 고현정의 '김모미'를 연기한 세 명의 배우를 다 만났던 염혜란은 "다양한 모미를 만나는 재미는 있었다. 각각의 모미를 만날 때마다 마음이 달라지고 상대에 따라 대사도 바뀌더라. 중간에 내 나이대의 김경자를 연기할 때는 따로 분장을 안 해도 되겠다 생각했었는데 막상 분장을 해주신걸 보니 마치 '김경자'라는 마스크를 쓴 듯한 기분이 들고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모미가 마스크를 썼을 때 느꼈을 즐거움이 이런 거구나 싶었다."라며 시대의 변화를 따르는 분장의 도움을 받아 상황과 캐릭터에 더 쉽게 몰입되었다고 했다.
염혜란의 연기 중 아들 주오남의 시신을 확인하고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하는 장면은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염혜란이 연기하는 캐릭터가 아닌 김경자로서 오로지 삶의 이유가 아들뿐이던 그녀의 세상이 무너지는 걸 느끼게 하는 장면이었다. 그는 "그런 장면은 배우의 숙명 같은 장면으로 너무 연기하기 괴롭다."라며 비하인드를 이야기했다. "실제 촬영했던 곳이 대학병원의 해부실이었다. 들어가면 차갑고 서늘한 기운이 공간을 덮고 있더라. 그래서 어려운 장면인데 테이크를 몇 번 가지 않고 끝냈다. 그런 장면은 자식이 죽는 걸 상상하고 누군가에게 감정을 대입해야 연기할 수 있는 거라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장면이다. 그런데 그 고통을 배우로서는 피할 수 없고, 앞으로도 얼마나 이런 고통을 겪어야 할까 싶어 이 장면을 찍기 전에 왜 배우를 한다고 했나라는 생각까지 했었다. 많이 힘들게 촬영한 장면"이었다고.
작품 속 사투리 연기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대본 속에서 사투리가 목포라고 지명도 쓰여 있었고 목포 사 트리로 고증도 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배우로서 대본을 받아보니 욕심이 나더라. 전라도 사투리도 지역에 따라 미묘하게 다른데 목포 분을 모셔놓고 단어들을 다 고증받았다."라며 원래 대본에도 있던 사투리를 몇몇 조사와 단어를 실제 목포 사투리와 비교해 가며 준비했음을 알렸다. 그러며 "전라도 지역 분들이 우리 엄마, 이모가 쓰는 말 같다고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 사투리 흉내 냈다는 평은 안 받아서 다행. 원 없이 전라도 사투리의 욕을 많이 해봤는데 육중한 육두문자들은 일부분 잘렸더라"며 OTT였음에도 너무 걸출한 욕설은 편집되었음을 공개했다.
김경자의 독특한 설정을 신들린 듯 연기한 염혜란이지만 기독교인 설정은 정말 어려웠단다. "주변의 기독교인에게 이 작품 보라는 이야기를 못하겠더라. 김경자가 제대로 믿는 교인이 아니고 자기식대로 믿는 사람이다. 제대로 믿는 교인이라면 복수가 아닌 용서를 결심하고 사랑에 더 집중했을 것. 김경자는 무당을 찾아가서 거기서도 기도를 하고 있다. 자세히 들어보면 '아버지가 무당의 입을 통해 말씀해 주시기 바란다'는 기도를 한다. 김경자식대로 하느님을 믿고 자신이 하느님의 사명을 받아 응징한다고 하는 잘못된 신앙을 가진 사람"이라며 캐릭터의 종교관을 해석했다.
이 작품에 참여하면서 가장 좋았던 점으로 "감독님이 쓰고 연출했다는 것"을 꼽는 염혜란은 "그랬기에 감독님께 이 대사가 입에 안 붙는다거나 어떤 말을 추가하고 싶다거나, 장면이 이해 안 된다고 하면 몇 날 며칠을 고민해 오시고 함께 대화를 해주셨다. 후반부 신영희(김모미 엄마)를 죽이는 게 너무 힘들다고 할 때 같이 고민하시고 결국 직접 죽이는 게 아니라 우발적인 상황으로 만들고, 죽이는 장면도 직접 보여주지 않고 피 뭍은 칼로만 대신하는 걸로 장면을 바꿨다."라며 김경자가 수십 년 동안 복수의 대상으로 이를 갈았던 대상이 아닌 인물의 살해 장면의 비하인드를 밝혔다.
인터뷰를 하다 보니 김경자의 서사 중 삭제된 장면들이 꽤 있었다. 염혜란은 "미모와 관련된 장면이 많이 삭제되었다. 제가 주오남을 찾는 과정에서 혼자 밥을 먹으면서 주오남이 좋아하는 반찬으로만 밥상을 차리는 장면이 있다. 그때 '오남이가 좋아하는 된장국'을 끓이는데 그 장면이 잘렸다. 후반부 미모의 생일상에 미역국 대신 된장국을 끓이게 된다. 이때 미모가 경자의 손녀라는 걸 알듯 말듯 할까 하다가 더 비극적으로 끝내려고 표를 안 냈다."라며 미모의 생일상 메뉴에도 이런 의미가 담겨 있었다고 알렸다.
또한 "김경자가 눈물 흘리는 장면은 다 삭제되었더라. 약을 탔는데도 국이 맛있다고 하는 장면 너무 괴로웠고 미모가 묶여 있다가 춥다고 할 때도 눈을 못 마주친다. 또 마지막에 김경자가 입고 있다가 미모에게 벗어주는 옷도 주오남의 옷이다. 마지막에 그녀가 그렇게 오래 목적을 향해 달려왔는데 마치 무슨 의식을 치르듯 그동안 간직하고 있던 주오남의 잠바를 입고 복수하는 걸로 그렸다."라는 공개를 해 마지막 회를 다시 돌려보게끔 했다.
너무나 대단한 서사를 가진 복수였다. 김미모의 일대기였으나 반면 김경자의 복수 일대기로도 읽힐 수 있는 이야기였다. 엔딩에 대해 염혜란은 "웹툰을 다시 봤더니 웹툰에서는 김경자의 자살로 마무리 짓더라. 배우로서는 그 결말이 더 마음이 갔다. 그런데 이미 김경자의 인생은 주오남이 죽었을 때 끝났었다. 김경자도 마지막 모미와의 육탄전을 펼치며 '난 우리 아들 죽었을 때 내 인생은 끝났다'라고 한다. 그랬기에 김경자에게 남은 건 모미를 죽이겠다는 목적뿐이었다. 그에게 그 목적이 얼마나 중요했겠나. 그래서 결국 김모미에게 총을 쏘며 자신의 마지막 목적을 이룬다."라며 소회를 밝혔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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