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줄이기’ 방향 안보이고, ‘기후 재난’만 대응하겠다는 정부[2024예산안]
“중장기적으로 기후변화 등 구조적 문제 대응을 위한 재정의 역할 확대가 요구된다”
기획재정부는 29일 2023년~2027년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지출 소요 증가 요소’를 말하며 온실가스 감축을 ‘중장기적 문제’로 봤다. 정부의 국가재정운용계획, 2024년 예산안을 보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온실가스 감축’ 예산은 많이 늘지 않았다. 반면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해서 생기는 기후 재난에 대응하는 ‘홍수 방지 사업’과 ‘녹색 산업’ 분야 예산은 크게 늘었다.
온실가스 감축 정책 예산은 ‘소폭’ 증가했다. 정부가 지난 4월 제1차 탄소중립기본계획을 내면서 현 정부 임기 내인 2027년까지는 온실가스를 약 5000만t, 다음 정부 시기인 2028~2030년에는 1억5000만t을 줄이도록 부담을 ‘떠넘긴’ 것이 예산에도 반영된 셈이다.
각 부문 주요 정책을 살펴보면, 건물 부문 고효율 냉난방기기 보급 예산은 올해 910억원에서 1083억원으로 173억원 늘었다. 수송 부문에서는 온실가스 감축보다는 도심 항공 실증, 자율주행차 상용화 등에서 예산 증액을 강조했다. 자발적 에너지 절감을 유도하는 탄소 포인트 예산은 23억원 늘었고 국제감축 사업 예산도 104억원에서 236억원으로 122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재생에너지를 늘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전환 부문의 에너지 신산업 육성 예산은 줄었다. 대신 ‘원전 생태계 복원’을 위해 2000억원 수준의 원전 분야 저리 융자, 원전 수출 특별 보증이 신설됐다.
지난 16일 에너지 분야 국제 학술지인 ‘줄’에 실린 ‘새로운 원자력 발전소에 투자하는 것이 기후에 나쁜 이유’ 연구를 보면 연구진은 원전은 비싸고, 냉각수 등 영향으로 안정성도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한다. 또 새 원전을 짓는 계획은 지연되는 경우가 많고, 짓는 동안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늘리지 않아 기후위기 해결의 ‘방해물’이라고 주장했다.
정부가 편성한 내년도 ‘온실가스 감축’ 예산은 현실과 괴리가 크다. 국내 기후변화 싱크탱크인 사단법인 넥스트, 녹색전환연구소,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가 지난해 낸 대한민국 K-MAP 시나리오를 보면 탄소중립을 위해서는 2050년까지 정부재정, 민간 투자를 합쳐 연평균 45조원이 필요하다. 경향신문과 기후단체 플랜 1.5가 분석해보니 2030년까지 정부의 ‘국제감축’ 계획을 맞추려면 예산이 총 최대 12조원 필요하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의 결과인 ‘기후 재난 대응’은 강조했다. 2024년 환경부 예산은 올해 대비 7.3% 증가한 14조4567억원으로 편성했다. 주로 하천 관리 등 치수 분야 예산이 늘었다. 기후, 대기, 자연환경, 자원 순환, 환경보건 등 예산은 오히려 줄었다.
정부는 홍수에 취약한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고, 댐 신규 건설과 저수지 준설을 대폭 확대하는 데 약 1조1000억원을 쓴다. 국가하천 준설은 3곳에서 19곳으로 늘리고, 지방하천 10곳은 국가하천으로 승격한다. 신규 댐 건설도 10개소 추진하고, 저수지 준설도 77개소로 확대한다. 6개 지역에는 빗물 저류시설을 설치하는 등 도심 침수 대응도 추진한다. 지하차도 침수 등 기후변화에 따른 자연재해 예방을 위해 도로 정비에 2000억원을 쓴다.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감축 없이는 ‘적응’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지난해 2월 낸 제6차 평가보고서 제2 실무그룹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위험 크기와 변화 속도는 단기적인 온실가스 감축과 적응 조치에 크게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IPCC는 같은 보고서에서 홍수 대책의 경우 구조물을 통한 대책, 경보 시스템과 홍수에 회복 탄력성이 높은 가옥 구조 갖추기와 함께 습지 복원 등 자연 기반 해법을 제안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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