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피 흘리는데 미용 강행한 미용실…“전문가 도움 구해야”

김지숙 2023. 8. 29.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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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피플]
동물단체 “출혈에도 미용 강행…동물 학대”
업체 “입질 있어서 불가피”
강원도 원주의 한 반려견 미용실에 맡겨진 개가 미용을 받은 과정에서 짧은 목줄에 매여 피를 흘리는 모습이 공개돼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카라 제공

강원도 원주의 한 반려견 미용실에 맡겨진 개가 미용을 받은 뒤 동물병원에 입원하는 일이 벌어졌다. 미용실에 맡겨진 뒤 개가 피를 흘리거나 제압당하는 모습이 영상으로 공개됐는데 동물단체는 “동물 학대”라고 주장하지만, 담당 지자체는 학대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는 반복되는 반려견 미용 학대 논란을 막으려면 업체에서도 무리한 미용을 강행하기보다 수의사나 훈련사의 도움을 요청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했다.

동물권행동 카라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난달 29일 원주시 한 반려견 미용실에서 일어난 사건을 전하며 “반려견 미용실의 시시티브이(CCTV)를 분석한 결과, 영업자가 목줄을 이용해 기복이에게 고통을 주는 모습이 확인했다”고 29일 주장했다.

단체가 공개한 영상을 보면, 몰티즈 종 반려견이 짧은 목줄에 묶인 채 저항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미용실 관계자로 보이는 남성은 개가 목줄을 흔들며 미용을 거부하자, 장갑을 낀 손으로 목줄을 위로 들어 올리거나 영업장 곳곳으로 개를 끌어 이동시켰다. 두려움을 느낀 개가 영업장 바닥에 대소변을 보거나 입가에서 출혈 흔적이 있지만 이러한 행동은 20여분간 여러차례 반복됐다.

강원도 원주의 한 반려견 미용실에 맡겨진 개가 미용을 받은 과정에서 짧은 목줄에 매여 피를 흘리는 모습 등이 공개돼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카라 제공

카라는 미용은 작업대가 아닌 바닥에 눕혀 상체가 눌린 채 진행됐고, 이 과정에서 개가 스트레스를 받는 모습을 영상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보호자가 미용을 받은 뒤 컨디션이 급격히 안 좋아진 기복이를 병원에 데려가니 과호흡, 간 수치 상승, 뇌압 상승에 따른 신경 증상 등을 진단받았다고 한다.

기복이는 보호자가 5년 전 길에서 구조한 반려견으로 발견 당시부터 사람의 손길을 무서워했고, 물에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보호자는 이같은 내용을 업체에 전달하며 무리한 미용은 자제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미용 뒤 기복이의 건강 상태가 예상보다 더 악화한 것을 이상히 여긴 보호자가 8월 초 시시티브이 영상을 확인하고 원주경찰서에 해당 업체를 동물보호법 위반 및 재물손괴 혐의로 고소했다. 또 원주시에 영상을 제공해 동물학대 업체에 대한 현장 조사 및 점검을 요청했다.

17일 영업장 조사를 벌인 원주시는 그러나 영상 속 녹화분에서는 동물학대 의심 정황을 발견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주시 축산과 관계자는 “보호장갑을 낀 모습이나 2명이 함께 미용에 참여하는 점 등으로 보아 학대를 하려고 했다기보다 미용을 하기 위한 행동으로 판단했다. 보호자가 보았을 때는 조금 거칠게 다뤘다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입질이 있는 개를 미용하기 위해서 불가피한 과정이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의 조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행정 절차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업체의 대표 또한 예민한 기복이를 돕기 위한 과정에서 입가에 상처가 발생했고, 의도적으로 학대하거나 강압적인 행동을 한 점은 없다고 해명했다. ㄱ씨는 “방문 당시 보호자 또한 개가 예민해서 1년 이상 미용을 하지 못했다고 했다. 개가 미용 도구나 가위 등을 물면 위험한 상황이 벌어질 수 있어 목줄을 채웠는데 그때 바로 손을 물렸다. 그런데도 손톱이나 털의 상태가 제대로 관리되지 못한 점이 안타까워 미용을 그대로 진행했다”고 했다. ㄱ씨는 입가의 출혈은 지나치게 흥분한 개가 혀를 물어 생긴 것이며 작업대에 올리는 것에 심한 거부감이 있어 바닥에서 작업을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기복이는 보호자가 5년 전 길에서 구조한 반려견으로 발견 당시부터 사람의 손길을 무서워했고, 물에 닿는 것을 극도로 싫어했다. 보호자 제공

그러나 카라는 업체의 무리한 처치가 동물학대로 이어졌다고 주장한다. 카라 윤성모 활동가는 “동물보호법은 소유자 등이 반려동물의 관리·보호 의무를 위반해 동물에게 상해를 입히거나 질병을 유발하는 행위를 학대로 본다. 또 상해가 발생하면 신속히 수의학적 처지를 제공해야 하는데 기복이가 출혈을 일으킨 뒤에도 20여 분간 방치됐고 2시간 넘게 미용이 진행됐다. 누구든지 동물에게 도구 등 물리적 방법을 사용해 상해를 입히거나 고통을 주는 행위를 했다면 그건 명백한 동물학대”라고 말했다.

강원도 원주의 한 반려견 미용실에 맡겨진 개가 미용을 받은 과정에서 짧은 목줄에 매여 피를 흘리는 모습이 공개돼 동물학대 논란이 일고 있다. 반려견은 미용 이후 건강이 악화돼 간 수치 상승, 뇌압 상승에 따른 신경 증상 등을 진단받았다. 카라 제공

반려견 미용실 학대 논란은 잊을 만하면 반복된다. 동물 트레이닝 전문가는 이같은 논란의 재발을 막기 위해선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청주대 동물보건학과 이순영 겸임교수는 “인간의 목적과 시선으로 학대를 판단하지 않아야 한다. 흥분하거나 공격 성향을 보이는 개를 고통을 주는 방식으로 훈련하는 장면이 공중파에서 방영되면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지만, 이는 명백한 학대 행위”라고 했다.

이 교수는 미용 과정에서 개가 미용을 강하게 두려워하거나 거부하는 행동을 보이면 미용을 강행하는 것이 아니라 수의사나 전문 훈련사의 도움을 받는 편을 택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몰티즈, 푸들, 비숑 등 우리나라에선 미용을 해야 하는 품종을 많이 키운다. 이런 개들은 최소 한 해 6번, 평균 수명을 생각하면 평생 90번 이상 미용실을 방문한다. 그러나 개들은 왜 미용이 필요한지 이해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거부 행동을 보인다”면서 “이때 싫어하는 행동을 반복하면 스트레스와 부정적 반응은 점층적으로 쌓이게 된다. 억지로 시킬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거부 반응을 줄이는 교육을 선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숙 기자 suoop@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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