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학개미, 주식 매수 17배 늘었다…엔화ETF·예금 투자도 계속

김근희 기자 2023. 8. 29.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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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저 당분간 이어질 것…미·중 갈등에 따른 수혜도 기대"
일학개미 일본 주식 순매수 금액 추이/그래픽=조수아 디자인기자

엔저 현상이 장기화하자 올해 국내 투자자들의 일본 주식 순매수 금액이 전년 대비 약 17배 증가했다. 국내 상장된 일본 ETF(상장지수펀드)에도 자금이 몰리고 있다. 특히 엔화 ETF 순자산은 1000억원을 넘어섰고, 지난달 엔화 예금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29일 한국예탁결제원 세이브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전날까지 국내 투자자들은 일본 주식 3억7809만달러(약 4996억원)를 순매수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135만달러(약 283억원) 대비 약 17배 증가한 수치다.

연간 순매수 금액을 살펴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 일본 주식을 2412만달러(약 319억원) 순매도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1억6209만달러(약 2141억원), 3억3385만달러(약 4410억원) 순매수했다. 올해 순매수 금액은 이미 예년 연간 순매수 금액을 뛰어넘었다.

국내 상장된 일본 관련 ETF의 순자산도 증가 추세를 보인다. 지난 1월2일 180억원에 불과했던 'TIGER 일본엔선물' ETF의 순자산은 전날 기준 1036억원으로 증가했다. 'TIGER 일본TOPIX(합성 H)', 'KODEX 일본TOPIX100', 'ACE 일본Nikkei225(H)' ETF에는 각각 503억원, 363억원, 223억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국내 투자자들이 유독 올해 일본 주식과 엔화 관련 투자 상품을 대거 사들인 것은 올해 엔저 현상이 장기간 이어지고, 일본 증시가 상승한 덕분이다. 이날 원/엔 환율은 903.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올해 들어 4.45% 하락한 수치다.

엔저로 인해 일본 상장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세를 보이기 시작했고, 경제성장률도 높아졌다. 여기에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이 일본 주식을 매수하고, 외국인들의 매수세가 증가하면서 일본 증시는 연일 상승했다. 이날 일본 도쿄 주식시장에서 닛케이255지수 종가는 32,226.97로, 올해 들어 23.5% 뛰었다.

남용수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운용본부장은 "일본의 경우 올해 완화적 통화정책에 기반한 엔화 약세와 이에 따른 기업이익 개선 추세가 나타나기 시작했고, 디플레이션 환경 전환에 대한 기대감, 외국인 자금 유입 등의 변화가 나타났다"며 "이는 일본 지수 상승을 견인했고, 국내 개인들 역시 이에 반응했다"고 분석했다.

임종철 디자인기자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특히 엔저로 인해 엔테크(엔화+재테크)에 대한 개인 투자자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엔화 관련 투자 상품에 돈이 몰렸다. 올해 들어 TIGER 일본엔선물 ETF에 몰린 자금 857억원 중 818억원이 개인 투자자 자금이다. 지난달 엔화 예금 규모는 전월 대비 11.1% 증가한 83억1000만달러(약 10조9800억원)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도선 미래에셋자산운용 ETF운용부문 매니저는 "원/엔 환율이 최근 8년 만의 저점을 기록하는 등 낮은 수준을 유지하면서 엔테크에 대한 관심이 많이 증가하고 있다"며 "TIGER 일본엔선물 ETF가 국내에서 직접 엔화에 투자할 수 있는 유일한 ETF인 만큼 개인 투자자들의 엔테크 수단이 됐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일본 금융당국이 앞으로도 금융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엔저 현상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미국과 중국 간의 갈등이 심해지면서 일본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선화 삼성자산운용 ETF운용2팀장은 "환율에 민감한 일본 경제 특성상 엔/달러 환율이 125엔을 하회하는 수준까지 엔화 강세가 나타나지 않는다면 매크로(거시경제) 변수에 따른 증시 하락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워런 버핏이 투자 중인 상사기업들의 지분을 높이는 것을 논의 중"이라며 "아시아에 투자 중인 외화 자금들이 미국과 비우호적 관계인 중국을 탈피해 아시아 내 가장 선진국인 일본으로 유입될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남 본부장도 "글로벌 인플레이션 환경이 일본의 장기 디플레이션 탈출 기회가 될 수도 있고, 이 경우 일본 증시는 장기적으로 우상향이 가능하다"며 "미·중 갈등에 따른 수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김근희 기자 keun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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