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잘 키운 3개 스타트업 9개월 만에 독립시켰다

피트인·매이드·에바싸이클 조기 분사

지난달 21일 드림플러스 강남 제로원 공간에서 현대차그룹 사내 스타트업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 제공

현대자동차그룹이 사내 스타트업 프로그램을 통해 키운 3개 회사를 독립시켰다. 그룹에서 육성해 분사한 기업은 이번 사례를 포함해 33곳으로 늘어났다.

현대차그룹은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제로원(ZER01NE) 컴퍼니빌더'를 통해 육성한 ①피트인(PITIN) ②매이드(MADDE) ③에바싸이클(EVACYCLE)까지 3개의 스타트업을 분사했다고 29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은 2000년부터 사내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벤처플라자'를 운영하다 2021년 제로원 컴퍼니빌더로 명칭을 바꿔 자동차 분야 외에도 다양한 영역을 다루는 사내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보통 1년 동안 제품·서비스 개발 및 사업화 기간을 거치며 분사 또는 사내 사업화 여부를 평가받는데 이번에 독립한 기업은 1년이 아닌 9개월 만에 조기 분사한 기업들이다.

택시 등 영업용 전기차를 대상으로 리퍼비시(refurbish·수리 및 개조) 배터리 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피트인은 기존 배터리와 리퍼비시 배터리를 교체하는 '배터리 스와프' 방식으로 장시간 전기차를 운행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다.

프린팅을 활용해 실리콘 카바이드(탄소와 규소를 고온으로 결합시킨 것) 부품을 제작하는 매이드는 3D 프린팅 공법 실력이 남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개발한 공법은 기존 절삭가공법보다 공정이 간단하고 비용이 적게 드는 장점이 있어 앞으로 반도체 부품뿐 아니라 우주산업, 소형원자로 등까지 사업 영역 확장 가능성이 있다고 현대차그룹은 설명했다.

폐배터리에서 리튬, 니켈, 코발트 등 유가금속이 포함된 블랙파우더를 뽑아내는 기술을 갖춘 에바싸이클은 공정 핵심 설비를 직접 설계·제작하고 안전·환경 설비를 강화했다. 또 설비 가격과 전력 사용량, 생산시간 등을 기존 방식보다 50% 이상 감축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그동안 총 76개 팀을 선발 및 육성했고 올해까지 33개 스타트업이 독립 분사했다"며 "앞으로도 적극적 오픈이노베이션 활동과 함께 다양한 분야에서 임직원의 혁신적이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사업화 노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형준 기자 mediaboy@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