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자 8명 숨졌는데···산재예방 답 없는 DL이앤씨

세종=양종곤 기자 2023. 8. 29.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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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가 대형건설사 DL이앤씨의 시공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사망사고에 대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DL이앤씨는 작년 1월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이후 같은 해 3월부터 전일까지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를 7건이나 냈다.

그동안 DL이앤씨는 고용부로부터 수사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현장 감독을 받았지만, 안전사고 예방체계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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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중대법 위반' 고강도 압색]
29일 본사·현장사무실에 50여명 투입
중대재해법 시행 후 적용사고 7건 ‘최다’
현장감독에도 사고···수사 지연도 원인
이정식 장관 “철저히 조사해 엄중 조치”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건설업 안전보건리더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경제]

“대형 건설사에서 반복해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17일 DL이앤씨 사망 사고 긴급 합동 수사 회의 이후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고용부가 대형 건설사 DL이앤씨(옛 대림산업)의 시공 현장에서 일하던 근로자 사망 사고에 대해 대규모 인력을 투입해 강제 수사에 착수했다. 이 장관이 직접 DL이앤씨의 반복 사고에 대해 경고한 만큼 강도 높은 수사가 예상된다. 하지만 DL이앤씨는 고용부의 수사와 잇따른 현장 감독에도 불구하고 중대재해를 막지 못하는 상황이다. DL이앤씨는 아파트 브랜드 e편세상·아크로 등으로 잘 알려진 건설사다.

고용부는 29일 오전 9시부터 서울 서대문구 DL이앤씨 본사를 비롯해 현장 사무실, 하청 업체인 KCC 본사 등을 압수 수색했다고 밝혔다. 이달 11일 부산에서 발생한 한 건설 현장 근로자 추락사가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법) 위반인지 강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투입 인력은 중대재해 근로감독관, 디지털 포렌식 근로감독관 등 50여 명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압수 수색 인력은 다른 수사 사건에 비해 많은 편”이라며 “압수 수색은 이날 오후 늦게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설명

DL이앤씨는 지난해 1월 27일 중대재해법이 시행된 후 같은 해 3월부터 전일까지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를 7건이나 냈다. 서울·경기·부산 등 전국 시공 현장에서 일어난 이 사고로 8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단일 기업으로도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를 가장 많이 냈다.

그동안 DL이앤씨는 고용부로부터 수사뿐만 아니라 여러 차례 현장 감독을 받았지만 안전사고 예방 체계를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고용부는 지난해에만 네 차례에 걸쳐 시공 현장 67곳을 감독해 158건을 사법 조치하고 7억 77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했다. 하지만 DL이앤씨는 7월에 다시 다섯 번째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를 냈다. 이후 고용부가 7월 11일부터 이달 4일까지 61개 현장을 감독한 결과 209건의 위반 사항이 적발돼 과태료 3억 8000만 원을 추가로 냈다. 현장 감독을 받고 있던 이달 3일에는 근로자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다. 11일에도 근로자가 목숨을 잃었다.

건설 업계에서도 DL이앤씨의 반복 사고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 나올 정도다. DL이앤씨가 다른 건설사에 비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불가피한 상황이다. 고용부에 따르면 건설업은 야외에서 위험 작업을 하는 탓에 전체 산업재해에서 비중이 절반일 정도로 사고 다발 업종이다. 공사 금액 50억 원 이상 현장에서 사고 사망자는 올해 79명으로 벌써 지난해의 74명을 넘었다. 건설업에서는 매해 200여 명의 근로자가 목숨을 잃는다. 그런데 시공 능력 1위인 삼성물산 현장에서는 지난해부터 중대재해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삼성물산은 근로자가 적극적으로 위험 작업 시 작업중지권을 쓰도록 했고 협력사에 대한 안전 투자 예산도 크게 늘렸다. DL이앤씨의 시공 능력은 삼성물산보다 낮은 6위다.

이번 고용부의 DL이앤씨 압수 수색은 이 회사의 중대재해법 적용 첫 사고 이후 처음이다. 압수 수색이 약 1년 5개월 만에 이뤄진 것이다. 이처럼 더딘 DL이앤씨의 수사를 두고 고용부와 검찰·법원에 대한 책임론이 노동계에서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고용부는 한정된 인력으로 계속 늘어나는 중대재해법 적용 사고 수사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근본적으로 중대재해법 수사 체계도 짚어볼 대목이다. 고용부는 검찰로부터 수사 지휘를 받는 기관이다. 고용부가 압수 수색을 하려면 검찰을 통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받아야 한다. 하지만 중대재해법 사건 중 고용부의 압수 수색 영장 요청이 받아 들여지지 않은 사건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장관은 이날 “DL이앤씨 사안은 엄중한 만큼 철저히 수사해 법 위반 시 엄중하게 조치하겠다”고 말했다.

세종=양종곤 기자 ggm11@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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