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 `챗GPT 엔터프라이즈` 공개… B2B시장 춘추전국시대

'가장 강력한 챗GPT' 자신만만
일반용과 달리 사용량 제한없어
속도 2배↑·입력분량 4배 늘려
"업무용 AI비서 향해 한걸음 더"

오픈AI 웹사이트 캡처

생성형 AI(인공지능) 기업들이 B2B(기업간 거래) 시장 공략에 열올리고 있다. 단기적 열풍에 그치지 않도록 수익모델을 마련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다. 본격적으로 시작된 쟁탈전이 플랫폼처럼 승자독식으로 귀결될지 주목된다.

오픈AI는 28일(현지시간) 기업용 챗GPT인 '챗GPT 엔터프라이즈' 출시를 발표했다. 생성형AI 대표주자인 이 회사는 "엔터프라이즈급 보안 및 개인정보 보호와 함께 가장 강력한 버전의 챗GPT를 제공한다"며 "업무용 AI비서를 향해 또 다른 발걸음을 내딛는 날"이라고 밝혔다.

'챗GPT 엔터프라이즈'는 그 기반모델인 초거대AI 'GPT-4' 접속에 대해 기존 일반소비자용 챗GPT와 달리 사용량 제한을 없앴다. 기업 수요를 겨냥해 성능도 높였다. 오픈AI에 따르면 속도가 최대 2배 빨라지고, 또 4배가량 많은 분량(토큰 3만2000개)을 입력할 수 있다.

포춘 500대 기업의 80%가 이미 챗GPT를 써봤지만, 이 LLM(대규모언어모델)의 기밀·개인정보 학습 또는 유출 우려는 기업들이 본격적인 도입·활용을 주저하게 해 왔다. 오픈AI가 이번에 '챗GPT 엔터프라이즈'를 내놓은 가장 큰 이유로 보인다.

오픈AI는 기업용 버전에 입력되는 데이터나 사용자 행위를 학습에 쓰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AICPA(미국공인회계사협회)가 개발한 미국 데이터 보안 표준 SOC(서비스조직제어)2를 준수하며, 특히 암호화가 프롬프트 입력(AES-256)과 전송 과정(TLS 1.2 이상)에 모두 적용된다.

이밖에도 △파일 업로드와 파이썬 코드 자동 작성·실행 기능으로 고급분석을 지원하는 '코드인터프리터' 플러그인 내재화 △공유·협업을 위한 채팅 템플릿 제공 △조직 내 대규모 배포 기능과 구성원 관리를 위한 관리자 콘솔 △SSO(싱글사인온) 및 도메인 인증 등 기업에서 챗GPT 이용 시 필요로 할 만한 기능들이 포함됐다.

오픈AI는 앞으로 '챗GPT 엔터프라이즈' 기능을 계속 늘려갈 계획이다. 기존 애플리케이션을 연결해 기업 자체 데이터를 바탕으로 챗GPT 수준을 높일 수 있게 하고 마케팅, 고객지원 등 직무별 맞춤형 솔루션도 제공할 예정이다. 고급분석 및 검색 관련 기능도 고도화한다.

세계적으로 IT업계는 B2B AI시장 선점을 위해 분주한 상황이다. AI 패권다툼 중인 MS(마이크로소프트)와 구글뿐 아니라 클라우드 최강자 AWS(아마존웹서비스)까지 자사 클라우드 서비스에 생성형AI를 녹여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오라클, SAP, 델, VM웨어 같은 IT강자들도 각각 엔비디아와 손잡고 사내 구축형 모델 같은 맞춤형 수요 공략에 나선다.

한국 초거대AI기업들도 수익화를 당면 과제로 삼아 B2B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팀 네이버는 네이버클라우드를 중심으로 '하이퍼클로바X' 기반 '클로바 스튜디오'와 '뉴로클라우드'를 기업용 서비스로 선보였고, LG AI연구원은 경제성을 대폭 개선한 '엑사원 2.0'의 글로벌 판로 개척에 나서고 있다. IT서비스업계에서도 삼성SDS가 내달 기업용 생성형AI 서비스를 공개할 예정이고, LG CNS의 경우 LLM과 고객사 데이터를 연계하는 '오케스트레이터' 기술을 개발했다. B2B AI시장에 춘추전국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

한편 오픈AI의 주요 투자사인 MS에 자사 클라우드 '애저'를 통해 오픈AI의 AI모델을 기업에 제공하는 '애저 오픈AI 서비스'가 있음에도 '챗GPT 엔터프라이즈'가 나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기업고객을 두고 MS와 경쟁하느냐는 질문에 대해 오픈AI 측은 "고객은 자신의 비즈니스에 적합한 플랫폼을 선택할 수 있다"고 답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브래드 라이트캡 오픈AI COO(최고운영책임자)는 요금은 각 기업 수요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며 세부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팽동현기자 dhp@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