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안보기술 타협은 없다" vs 中 "안보개념 과도하게 확장"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2023. 8. 29.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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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상무장관 회담···반도체 기싸움
수출통제 정보교환 플랫폼 가동
통상협의 차관급 실무그룹 신설
양국 갈등 안정적 관리 모색 불구
美, 마이크론 제재 등 우려 표명
갈륨 등 희귀광물 수출금지 논의
中은 반도체 투자제한 강력 비판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이 28일 중국 베이징 상무부에서 왕원타오 상무부장과 회담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서울경제]

‘수출통제 시행 정보교환 플랫폼.’

미국 상무부가 미중 간의 최대 무역 현안인 반도체 및 첨단 기술 수출통제 문제를 다룰 대화 채널을 발표하면서 ‘워킹그룹(실무그룹)’이 아닌 ‘플랫폼’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 채널의 용도가 협상에 있지 않다는 의미다. 지나 러몬도 미 상무장관은 “플랫폼 구축은 미국의 국가 안보 정책에 대한 오해를 줄이기 위한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서는 타협하거나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러몬도 장관의 방중을 통해 미중 양국이 가까스로 무역 현안 대화의 물꼬를 텄으나 반도체 등 첨단 기술 문제와 관련해서는 팽팽한 기 싸움이 이어졌다. 미국 당국자는 “수출통제 정보교환은 정책 대화가 아니다”라면서 반도체 분야 등에서 제재가 변하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왕원타워 중국 상무부 부장은 미국의 반도체 수출 정책 및 투자 제한에 심각한 우려를 표하면서 “국가 안보 개념을 과도하게 확장하는 것은 양국 간 무역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미중 양국은 상무장관 회담을 통해 △수출통제 정보교환 차관보급 플랫폼 가동 △무역 및 투자를 논의할 차관급 실무 그룹 구축 △최소 연 1회 이상 장관 또는 장관급 회담 △기업 기밀 및 영업비밀 보호 강화 등에 합의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마당은 좁게 담장은 높게(small yard, high fence)’라는 중국 견제 원칙이 이번 회담 결과에 분명하게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측 차관보급이 참석한 가운데 29일 베이징에서 첫 회의가 열린 수출통제 정보교환 플랫폼은 서로 양보나 ‘주고받기’를 하기보다는 수출통제 조치를 충분히 설명하겠다는 미국 측의 의지에 따른 것이다. 러몬도 장관은 “수출통제는 국가 안보 및 인권에 명확한 영향이 있는 기술만으로 매우 좁게 대상이 설정돼 있으며 중국의 경제성장을 억제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미국 정부는 이와 관련, 지난해 10월 발표한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 최종안을 러몬도 장관의 방중 이후 발표할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 미국은 중국에 대한 인공지능(AI) 반도체 수출을 추가 억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AI와 첨단 반도체 분야에서 최근 시행한 민간투자 제한 조치를 이번 방중을 계기로 중국 측에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무역과 투자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신설되는 차관급 실무 그룹에서는 비교적 다양한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 실무 그룹은 1년에 두 차례씩 열리며 정부 당국자와 더불어 기업인 등 민간 영역도 참석할 예정이다. 첫 회의는 내년 미국에서 개최된다. 미국 상무부는 ‘통상 및 투자 이슈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고 미국의 상업적 이익을 증진하기 위한 협의체’라고 설명했다. 러몬도 장관도 베이징에서 열린 한 미국 화장품 기업 행사에 참석해 “양국 간 무역의 99%는 수출통제와 무관하다”면서 “미국에서 일자리가 만들어지면 미국 경제에 좋고 중국 경제에도 좋다”고 말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오른쪽)이 28일 중국 베이징에서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왼쪽)과 회의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러몬도 장관은 이날 왕 부장과 오찬까지 포함해 총 4시간을 만났다. 이 자리에서 러몬도 장관은 중국 측이 미국을 대표하는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을 제재하고 인텔의 인수합병(M&A)을 방해한 것에 대한 우려를 표했다고 로이터통신 등이 전했다. 앞서 인텔이 이스라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기업 타워세미컨덕터를 인수하려던 계획이 중국 반독점 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며 무산된 바 있다.

양측은 또 중국이 이달 들어 시작한 갈륨과 게르마늄 등 반도체 제조에 쓰이는 희귀광물 수출통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미국 항공 업체인 보잉사의 항공기 중국 인도 지연에 대한 문제도 논의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왕 부장은 미국의 첨단 반도체 수출통제 정책을 비판했으나 러몬도 장관은 이에 대해서는 논의할 여지가 없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중국 내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중 간의 회담에 너무 큰 기대를 걸지 말라고 경고했다. 미국이 중국과의 경제 및 무역 관계를 더 안정적으로 관리하려는 의지는 커지고 있으나 미국의 전략에서 최우선순위는 중국에 대한 제재이며 중국의 경제 발전은 후순위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회담에서 미국과 중국 모두 성장을 위해서는 양국 간 무역의 안정적인 관리가 필요하다는 인식을 확산했다는 평가는 나온다.

뉴욕타임즈(NYT)는 “중국은 여전히 미국의 세 번째로 큰 수출 시장으로 미국 농장과 기업에서 1,500억 달러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경제학자인 티안 윤 연구원도 글로벌타임즈와 인터뷰에서 “미국은 더 나은 경제 수치가 필요하며 이를 위해 무역 측면에서 중국과의 관계를 안정시켜야 한다”면서 “중국 경제는 도전에 직면해 있으나 미국에는 대체할 수 없는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워싱턴=윤홍우 특파원 seoulbird@sedaily.com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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