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동 롯데홈쇼핑 사옥 뭐길래" 롯데-태광 어쩌다 법정까지

이혜원 기자 2023. 8. 29. 16: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롯데홈쇼핑, 서울 양평동 사옥 2039억에 매입 결정
태광산업 '반대' 가처분 신청…금주 법원 판단나올 듯
[서울=뉴시스] 서울 양평동 롯데홈쇼핑 서울 본사 전경. (사진=롯데홈쇼핑) 2023.8.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이혜원 기자 = 태광그룹 태광산업이 롯데홈쇼핑의 서울 양평동 본사 사옥 매입 결정에 강력 반기를 들고 나선 가운데, 법정 소송으로 비화할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태광그룹(태광산업·대한화섬·티시스)은 롯데그룹 롯데쇼핑(지분 53.49%)에 이은 롯데홈쇼핑의 2대 주주로, 약 4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의 공식 법인명은 아직 '우리홈쇼핑'이다.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홈쇼핑은 지난달 27일 이사회를 열고 양평동 본사 건물과 토지를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롯데푸드)로부터 2039억원에 매입키로 했다.

그간 양평동 사옥은 롯데지주와 롯데웰푸드가 각각 64.6%, 35.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양평 사옥은 과거 롯데제과 건물이었는데, 롯데지주가 출범하면서 최근까지 지주·웰푸드가 지분을 나눠 갖는 형태의 소유 구조였다.

롯데홈쇼핑은 그동안 롯데웰푸드와 함께 양평동 사옥 한 지붕 아래에서 현장 방송 스튜디오와 사무실 등을 사용해 왔다.

당시 이사회에서 태광산업 측 관계자도 참석해 찬성표를 던졌지만, 이후 양평동 사옥 매입이 부적절하다고 판단한 태광산업은 이사회 재개최를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태광산업 관계자는 "과도하게 비싼 금액으로 사옥을 매입할 경우 배임 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롯데홈쇼핑의 부동산 매입 강행 방침은 최근 롯데그룹 경영 위기 상황이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롯데건설을 지원하기 위해 롯데홈쇼핑의 유보금을 활용했던 점을 태광 측은 언급했다.

거듭된 이사회 재개최와 매입 계획 중단 요청에도 롯데홈쇼핑이 요지부동하자 결국 태광산업은 지난주 초 서울남부지방법원에 '이사회 결의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태광산업에 따르면 이르면 이번주 안에 법원의 판단이 나올 예정이다.

롯데홈쇼핑은 이번 양평동 본사 건물 및 토지 매입 계획과 관련해 "태광산업 측 인사들이 모두 이사회에 참석한 가운데 가결된 사안인데도 불구, 뒤늦게 반대하는 이유를 알지 못하겠다"는 입장이다.

롯데홈쇼핑 측은 "사옥 매입은 태광 측 이사가 모두 참여해 이사회에서 만장일치로 가결됐다"며 "적법한 절차에 따라 진행된 결과를 갑자기 번복하는 배경이 무엇인지 의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는 그룹내 내부거래로 더 엄격한 기준과 절차에 의거해 진행된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 *재판매 및 DB 금지

롯데홈쇼핑과 태광산업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롯데와 태광산업은 2006년 당시 매물로 나온 경방 '우리홈쇼핑'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법적 마찰을 겪은 바 있다.

2005년부터 태광산업이 지분을 조금씩 늘려가면서 적대적 인수합병을 시도했으나, 돌연 경방이 지분을 롯데에 넘겨주면서 우리홈쇼핑은 롯데 품에 안기게 됐다.

이후 태광산업은 방송위원회가 내린 롯데의 우리홈쇼핑 인수 승인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으나 실패했다.

더욱 눈길을 끄는 점은 두 회사가 '사돈지간'이라는 것이다. 태광그룹 오너 총수인 이호진 전 태광산업 회장은 롯데그룹의 창업주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동생인 신선호 일본 산사스 회장의 사위다. 이호진 전 회장은 올해 8·15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경영 복귀 가능성에 힘이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양평동 일대는 '롯데그룹의 발원지'로서 남다른 상징적 의미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잠실 동부권 롯데타운에 대비되는 '서부권 롯데타운' 양평동(선유도역) 일대에는 롯데홈쇼핑 사옥을 비롯해 롯데웰푸드(옛 롯데제과) 영등포공장, 롯데칠성 물류부지가 남아있다.

인근에는 롯데마트맥스·롯데마트 등 롯데 계열 쇼핑몰도 많은데 롯데쇼핑은 매년 롯데마트맥스 영등포점에서 정기주주총회를 열고 있다.

특히 롯데홈쇼핑 사옥 맞은편의 롯데웰푸드 영등포공장은 신격호 창업주가 1967년 국내 첫 종합식품회사인 롯데제과를 설립한 지 2년 후 지은 곳이다.

롯데그룹 오너 2세 신동빈 회장은 앞으로 롯데웰푸드 영등포 공장을 미국 뉴욕의 '첼시마켓'과 같은 헤리티지 쇼핑몰로 변모시키겠다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그만큼 중장기적으로 롯데그룹 내에서 양평동 사옥(서부권 롯데타운)의 존재감이 더 커질 수 있다는 해석이다.

앞서 신 회장의 장남인 '롯데가 3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는 롯데홈쇼핑 이사회 직전 그룹 내 유통 계열사 중 처음으로 양평동 롯데홈쇼핑 사옥을 찾아 업무 공유를 하고, 현장 스튜디오 등을 점검하기도 했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에도 롯데홈쇼핑에는 양대 대주주의 지분 차이가 크지 않아 묘한 긴장감이 있었다"며 "양대 그룹 최고위 경영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이번 사안을 지켜볼 것'이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march11@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