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대 없는 침대광고…SNS로 팬덤을 만들어라
정보기술(IT)과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가 핵심 소비 주체로 떠오르면서 고루한 이미지의 침대 업계에서도 최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소통 경쟁이 불붙고 있다. MZ세대 소비자를 확보해야 하는 기업 입장에서 SNS 소통 역량이 곧 생존 능력이자 미래 경쟁력이 됐기 때문이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들어 각종 SNS 채널을 운영하는 침대·매트리스 브랜드가 늘어나고 있다. 에이스침대부터 시몬스, 씰리침대, 템퍼 등 주요 침대·매트리스 브랜드는 모두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 채널을 운영 중이다. 다만 채널의 모습과 방향성에서는 큰 차이를 보인다. 프로모션이나 광고, 매장 오픈 같은 세일즈 메시지 전달에 집중하는 브랜드가 있는가 하면 브랜딩을 위한 소통 창구로 SNS를 활용하는 브랜드도 있다. 이는 인스타그램 해시태그(#)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에이스침대, 씰리침대, 템퍼는 세일즈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SNS를 운영하고 있다. 업계 매출 1위인 에이스침대의 인스타그램 폴로어 수는 4만5000명이다. 프로모션과 제품 소개, 매장 오픈 등 세일즈 위주의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주요 해시태그는 브랜드명인 '#에이스침대'(7만6000회) '#ACEBED'(4만4000회)와 광고 캠페인 '#좋은잠이쌓인다'(1만4000회) 순으로 많다. 빅스타 모델을 활용하는 에이스침대인 만큼 광고 모델 관련 게시물이 언급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템퍼의 폴로어 수는 1만1000명이다. 제품 소개와 이벤트 중심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주요 제품군인 #템퍼매트리스(1만5000회)와 #템퍼베개(5000회)의 해시태그가 많다. 템퍼 공식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에도 두 제품이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씰리침대 역시 제품 소개와 프로모션 홍보 위주의 인스타그램을 7월부터 새롭게 운영 중이며 폴로어 수는 30여 명이다.
SNS와 브랜딩을 연계시키는 침대 브랜드도 눈길을 끈다. 시몬스의 인스타그램 폴로어 수는 7만5000명. 관련 해시태그는 '#시몬스테라스'(10만9000회) '#시몬스'(7만2000회) '#시몬스침대'(5만6000회) 순으로 많다. '시몬스테라스'가 '시몬스침대'보다 약 2배 많은 언급량을 보이는 게 특징이다. 여타 경쟁 브랜드는 브랜드명이 가장 많이 언급되는 것과는 차별화된다. 이는 SNS상에서 시몬스가 단순 침대·매트리스 회사를 넘어 하나의 문화이자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고 있음을 의미한다.
시몬스 테라스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으로 이국적인 외관이 유명한 SNS 인증샷 명소이자 시몬스 침대의 다양한 문화사업과 ESG경영(환경·책임·투명경영) 활동이 펼쳐지는 오프라인 공간이다. 2018년 9월 오픈한 시몬스 테라스는 지난해 9월 기준 누적 방문객 60만명을 넘어섰다. 이천 주민은 물론 전국 각지의 가족·커플·인플루언서·나들이 고객들이 시몬스 테라스를 방문하고 있다. 이들의 인증샷과 방문 후기는 SNS를 통해 퍼져나가며 추가 방문 행렬을 불러오는 선순환을 낳고 있다.
또 다른 SNS 플랫폼인 유튜브에서도 각 침대 브랜드의 색깔이 그대로 묻어난다. 에이스침대는 유튜브 계정에 광고 모델인 배우 박보검 위주의 콘텐츠를 선보이고 있다. 구독자 약 3만4000명을 보유한 에이스침대는 그동안 매년 TV CF에 빅스타 모델을 기용해 다양한 버전의 CF 영상, 티저 영상, 메이킹 필름 등을 선보이며 이를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영상에 올라온 댓글 역시 브랜드 자체보다 모델에 대한 팬들의 반응이 주를 이루고 있다.
씰리침대와 템퍼 역시 TV CF, 제품 출시 등 세일즈 위주의 영상이 대다수다. 다만 인스타그램보다는 활용도가 현저히 낮은 편이다. 업로드되는 영상의 수를 비교하면 그 차이는 확연히 드러난다. 올 1월부터 7월까지 업로드 콘텐츠 수는 씰리침대 5건, 에이스침대 4건, 템퍼는 0건이다. 구독자 수는 씰리침대가 약 350명, 템퍼가 약 100명이다.
시몬스 침대의 유튜브 구독자 수는 1만6000명이다. 올 1월부터 7월 말까지 총 28건의 영상 콘텐츠를 업로드하며 업계에서 가장 왕성한 유튜브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핵심은 신개념 ESG 채널로 불리는 '시몬스 스튜디오'. 시몬스 스튜디오는 '좋은 이야기는 나눌수록 좋다'는 취지 아래 인문사회·과학기술·문화예술 등 각 분야 오피니언 리더들이 나와 인사이트를 나누는 콘텐츠로 가득하다. 지난해 3월 시작해 현재까지 40여 명의 오피니언 리더가 출연해 약 60개 콘텐츠가 제작됐다. 누적 조회 수는 65만회다.
이처럼 시몬스는 활발한 SNS 행보를 통해 브랜드 팬덤과 시몬스만의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이는 주 소비층인 MZ세대를 중심으로 큰 호응을 불러일으키며 현재는 물론 미래 소비자까지 확보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미래 소비자와 같은 잠재적인 수요는 구매 주기가 긴 침대 제품 업계에서는 향후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인이다.
배일현 협성대 유통경영학과 교수는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소비하는 '가치소비', 내재적 가치와 품질에 초점을 맞춘 '조용한 럭셔리' 등 최근 일어난 일련의 소비 트렌드에서 알 수 있듯 요즘은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소비에 그대로 투영되는 시대"라며 "특히 MZ세대처럼 뚜렷한 소비 기준이 있는 세대일수록 자신의 주관대로 브랜드를 선택할 확률이 높은 만큼 평소 그들이 주로 활동하는 SNS를 통해 MZ세대 소비자와 얼마나 친밀한 소통을 해왔느냐가 미래 브랜드의 영향력을 좌우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연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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