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인류세’ 시작 논의”…인간이 바꾼 새 지질시대 승인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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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러든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회장은 '2024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 1년을 앞두고 28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지질학자들의 임무를 이렇게 설명했다.
러든 회장도 이튿날 기조강연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해법이야말로 지구과학자가 만들 수 있다며 "내년 총회에서 인류세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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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러든 국제지질과학연맹 회장
“과거 지질학자의 일은 지구 암석과 천연자원 탐사가 전부라고 생각했습니다. 에너지 전환 시대의 지질학자는 기술자와 사회과학자, 운동가와 협업해야 합니다”
존 러든 국제지질과학연맹(IUGS) 회장은 ‘2024 부산 세계지질과학총회’ 1년을 앞두고 28일 오후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지질학자들의 임무를 이렇게 설명했다. 2006년부터 2019년까지 영국지질조사국(BGS) 소장을 지낸 러든 회장은 2020년부터 내년까지 지구과학계 최대단체인 국제지질과학연맹 회장을 맡고 있다.
내년 8월 부산에서 ‘하나뿐인 지구, 함께하는 지구과학’이라는 주제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는 4년마다 열리는 세계 최대의 과학 학술행사다. 특히 내년 총회는 새로운 지질시대인 ‘인류세’가 공인될 수 있어 관심이 많다. 인류세는 지구가 약 1만1700년 전 시작된 ‘홀로세’에서 벗어나 인류 활동이 지구의 물리·화학적 시스템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새 지질시대에 들어섰다는 개념이다.
지난달 국제층서위원회 산하 인류세실무그룹(AWG)은 1950년대를 인류세의 시점으로 하고, 캐나다 크로퍼드 호수 퇴적층을 대표 지층으로 하는 최종안을 발표했다. 이 자리에서 인류세실무그룹은 제4기층서소위원회와 국제층서위원회 투표를 거쳐 내년 부산 총회에서 인류세를 최종 비준하는 일정을 제시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러든 회장은 “인류세 논의는 전통적인 층서학(지층에 기록된 정보를 다루는 학문)을 넘어선 측면이 있어, 층서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이 있다. 내년 총회에서 결의문이 나오기엔 시한이 촉박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수만~수십억년의 시간 단위를 두고 일하는 층서학자들이 불과 70년 전에 새로운 지질시대가 시작됐다고 선언하기엔 부담스러워, 통과가 순탄치는 않을 거라는 얘기다.
하지만 인류세 개념은 이미 학문적 엄밀성을 필요로하는 층서학을 넘어 기후위기 시대를 논하는 철학∙사회과학∙예술 등 사회 전 분야로 확산했다. 기후변화에 대해 가장 포괄적이고 최신의 과학 정보를 다루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도 지난해 펴낸 6차 보고서에서 인류세를 언급했다. 러든 회장도 이튿날 기조강연에서 기후위기 시대의 해법이야말로 지구과학자가 만들 수 있다며 “내년 총회에서 인류세 논의를 계속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인류세에 대한 논의가 보여주듯 과거 암석에 대한 연구에서 시작한 지질학은 대기, 해양, 빙하, 물순환, 재생에너지 등 지구과학으로 범위를 넓히며 기후위기 대응에 필수적인 학문으로 떠올랐다. 그는 “극단적인 기후활동가는 핵폐기물 처리, 셰일가스 추출 등과 관련 있는 과학자도 기후위기에 책임져야 한다고 비난한다”며 “암석을 관찰하는 노인 같은 옛날 이미지에서 벗어나, 과학자들은 지구 미래에 대해 고민하고 이에 기반을 둔 행동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년 8월25일부터 31일까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는 세계지질과학총회에는 1만명의 연구자가 참여하며 자연사 및 층서학, 지구물리학, 지형학, 환경지리학, 인류세, 에너지와 탄소중립, 자연재해 등 41개 주제에서 6천편 이상의 학술 발표가 이뤄진다.
부산/남종영 기자 fand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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