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영웅’ 혹은 ‘공산주의자’?…홍범도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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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육군사관학교(육사)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현안이 '역사논쟁'으로까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정부 여당에선 소련 공산당 활동 전적을 이유로 홍 장군을 '공산당 세력'으로 낙인찍는 분위기다.
다만 홍 장군은 '자유시 참변' 연루와 '소련 공산당 가입' 전적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홍 장군이 당시 약소민족 독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소련과의 항일투쟁 공조는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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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공로 인정하나 대적관 부정 영향”…학계 “맥락 고려, 신중 접근해야”
(시사저널=변문우 기자)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 중인 육군사관학교(육사)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현안이 '역사논쟁'으로까지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정부 여당에선 소련 공산당 활동 전적을 이유로 홍 장군을 '공산당 세력'으로 낙인찍는 분위기다. 반면 야권과 학계에선 독립운동의 포석을 마련한 홍 장군을 이 같이 대우하는 것은 '과유불급'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치권에 때아닌 이념 논쟁을 일으킨 홍 장군은 과연 어떤 인물이었을까.
홍 장군은 지난 1920년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독립전쟁 1차 대승리'로 기념한 봉오동 전투를 이끈 지휘관이다. 당시 그는 수적 열세에도 골짜기 매복 작전을 통해 일본군을 대패시켰다. 해당 공로를 인정받은 그는 1962년 국가재건최고회의를 통해 첫 서훈에 추서됐다. 이후 2018년 문재인 정권에서도 건국훈장 1등급인 대통령장에 다시 추서됐다.
다만 홍 장군은 '자유시 참변' 연루와 '소련 공산당 가입' 전적으로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자유시 참변은 1921년 소련군과 고려혁명군이 본인들과 연대하길 거부한 대한의용군을 무차별 공격해 진압한 사건을 일컫는다. 해당 참변으로 대한의용군은 전사자 272명을 비롯해 막심한 피해를 입었고, 이를 계기로 이후 독립군 활동이 주춤하기도 했다. 이때 홍 장군이 이끌던 부대는 소련 측인 고려혁명군에 가담했었다.
홍 장군은 참변 직후 대한의용군 등의 잔병 처리 재판에 위원으로도 참여했다. 또 그는 1922년 소련의 레닌 국가원수에게 공로를 인정받아, 본인의 부대를 소련군에 편입시키고 본인도 소련군 대위로 임명됐다. 이후 1927년 소련공산당에 정식 입당하고 소련 국적도 취득해 연해주에서 협동농장을 조직해 운영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1937년 스탈린 국가원수의 한인 강제 이주 정책에 따라 카자흐스탄으로 이주 당했고, 광복 2년 전인 1943년 현지에서 작고했다.
이 같은 행적을 두고 정부 여당에선 홍 장군의 업적을 부정할 수는 없지만, 자유시 참변에 연루된 의혹은 있다고 지적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지난 28일 취재진에 "독립전쟁의 영웅이시고, 또 한편으론 '자유시 사변'에 있어서 여러 가지 논란도 있으신 분"이라고 말했다.
중앙일보의 29일 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도 28일 국민의힘 연찬회 자리에서 "홍범도 장군은 항일 무장투쟁을 이끈 독립운동가이니 그 공로를 당연히 인정해야 한다"면서도 "우리 군의 확고한 대적관(對敵觀)에 부정적 영향을 주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지금의 육군사관학교보다는 독립기념관 같은 곳에서 흉상 등을 설치해 기리는 것이 더 적합하다는 것이다.
다만 일각에선 홍 장군이 당시 약소민족 독립을 지원하겠다고 밝힌 소련과의 항일투쟁 공조는 불가피했다는 주장도 나온다. 우원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홍 장군이 60세가 돼 연금을 받기 위해 (공산당에 가입했기 때문에) 생활상의 부득이한 이유가 있었다"며 "공산당에 가입해서 계엄령이라든가 공산당 활동에 관여했다는 기록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독립운동에 좌우가 따로 있는가"라고 덧붙였다.
사학계에서도 홍 장군의 소련 공산당 가입 사실은 맞지만 주도적 역할을 맡았던 것은 아니라며,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사립대 사학과 교수는 "당시 맥락을 모두 고려해 신중하게 판단해야 하는데, 정부에서 지금처럼 사실상의 결론을 내려버릴 경우 학계나 교육계에서 짊어질 부담은 상당할 것"이라며 "현행 국사교과서에서 학생들이 배우는 홍 장군의 봉오동 전투도 공산주의자의 역사로 규정지을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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