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이노 R&D경영 40년…강력한 리더십으로 ‘SKinnoWay’ 이끌었다

외부 전문가 통해 성공비결 분석
정유 기업이 배터리·바이오 등
그린에너지 기업으로 가치 창출
故최종원·최태원 리더십 발휘
“연구개발 없이는 성장 불가능”

지난 28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이지환 KAIST 경영공학부 교수와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왼쪽부터)가 ‘SK이노베이션 연구개발 경영 40년 분석’ 발표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국내 최대 에너지 기업인 SK이노베이션이 정유 회사에서 출발해 종합 에너지 기업을 넘어 글로벌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최고 경영층의 강력한 리더십이 이끈 연구개발(R&D) 경영’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28일 서울 중구 SK서린빌딩에서 SK이노베이션의 R&D 경영 40년 분석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외부 전문가로서 해당 분석에 참여한 이지환 KAIST 경영공학부 교수와 송재용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분석 내용을 발표했다.

고 최종현 SK 선대회장은 유공을 인수한 직후 R&D 경영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1982년 종합 에너지 기업으로 전환할 것을 선언했다. 이어 기술개발연구소를 1983년 설립하며 올해로 SK이노베이션의 R&D 경영은 40년을 맞았다.

두 교수는 “R&D 경영이 단기적으로는 원유의 안정적 공급원이 없는 SK이노베이션을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정유 기업으로 만들었을 뿐 아니라 수직계열화도 완성시켰다”고 언급했다.

정유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면서 확보한 다양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화학, 바이오, 윤활기유, 분리막, 배터리 등 현재 SK이노베이션 계열의 핵심 사업을 개발·사업화했다는 것이다.

특히 교수들은 SK이노베이션만의 독특한 R&D 경영 모델인 ‘스키노웨이(SKinnoWay) R&BD’를 도출하고 이를 ‘4E’로 구체화했다.

경영철학과 도전(Entrepreneurship), 기존 사업 경쟁력 강화(Exploitation), 미래형 신사업 개발(Exploration), 기술 역량(Expertise)이 4E 요소라는 설명이다. 이로써 SK이노베이션은 단순한 R&D가 아니라 사업화에 주목해 R&BD(Business Development)를 구축했다는 점에서 다른 기업의 R&D와 구별된다.

교수들은 SK이노베이션의 R&BD 경영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로 강력한 리더십을 가장 먼저 꼽았다. 최종현 선대회장과 최태원 현 회장의 리더십이 없었다면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실제로 장기간 투자를 필요로 하는 연구개발은 선대회장 때 시작된 배터리(1983년)와 바이오 사업(1989년)을 필두로 최태원 회장이 이어받아 진두지휘했다. 이로써 지금 SK그룹의 핵심 미래 사업인 배터리·바이오·반도체(B·B·C)가 완성됐다.

기업 경영에 영업·생산·R&D(M·P·R)를 항상 유기적으로 결합시킨 점도 혁신의 성공 키워드라고 봤다. SK이노베이션은 R&D가 생산·영업과 늘 함께 움직일 때 사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포착하고 지난 1989년 M·P·R 운영기법을 경영 전면에 내세웠다.

미국 첨단 기술 상징인 실리콘밸리 지역에 협업(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를 설립한 것도 그린 에너지와 소재 사업 세계화에 중요한 영향을 끼쳤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동부에 바이오 사업용 R&D 거점을 세운 뒤 서부에도 신규 사업을 위한 R&D 센터를 설립했다.

또 지난 2021년부터 기술혁신연구원 이름을 환경과학기술원으로 바꿨다. 이를 통해 SK이노베이션 계열 연구인력도 대폭 확충해 2016년 말 대비 3배 수준인 1800여 명을 확보하고 있다.

환경과학기술원의 기술전략 그룹을 전사 포트폴리오 부문과 연결하는 조직도 구성함으로써 신규 사업 개발 역량을 키우는 등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이지환·송재용 교수팀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40년간 R&D 경영을 통해 차별적 우위를 확보해 온 것을 넘어 향후 40년은 고유의 새로운 정체성을 창출하며 미래 기업가치를 증진시킬 것으로 기대한다”고 평가했다.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장은 “이번 프로젝트 결과로 R&D 경영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기업가치가 계속 커져 왔음이 확인된 만큼 혁신적 R&D 추진과 지속적인 제도 혁신을 통해 그린 에너지 분야 글로벌 리더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