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아웃으로 웃은 젊은 피들…K리그 대세로?
한국 축구는 올 여름 이적시장에서 유럽파가 부쩍 늘어났다.
프로축구 K리그에서 유럽에 직행한 선수만 무려 7명인데,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과 올해 20세 이하(U-20) 월드컵 4강이라는 성과가 맞물렸기에 가능했다.
유럽 진출에 성공한 선수들은 계약서의 한 옵션의 힘을 실감했다. 보통 선수들은 이적료 줄다리기를 겪게 마련인데, 사전에 정해진 이적료만 충족되면 이적을 선수가 결정할 수 있는 ‘바이아웃’을 활용해 손쉽게 유럽에서 뛰는 꿈을 이뤘다.
덴마크 미트윌란에 입단한 중앙 수비수 이한범(21)은 프로에 진출할 때부터 바이아웃으로 미래를 설계했다. 보인고 출신인 그는 2021년 FC서울과 계약을 맺으면서 바이아웃 조항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입단 협상에 관여했던 한 관계자는 “서울 외에도 전북 현대와 대구FC에서 모두 관심을 받은 덕에 유럽 진출을 원하는 선수에게 유리한 계약 조건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입단 계약에서 바이아웃을 확보하지 못하면 재계약을 통해 시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U-20 월드컵에 힘을 보탰던 김지수(19·브렌트퍼드)는 지난해 전 소속팀인 성남FC와 재계약하며 70만 달러(약 9억원)의 바이아웃 조항을 확보했다. 고교생 신분으로 프로 경험을 쌓은 터라 재계약 시기가 빨랐기에 가능했다.
반대로 이 옵션이 없는 선수들은 이번 유럽 진출에서 힘겨운 나날을 보냈다. 이한범보다 먼저 미트윌란에 진출한 조규성(25)은 원래 잉글랜드 챔피언십(2부) 왓퍼드 이적을 선호했지만 이적료 문제로 다른 길을 떠나야 했다. 조규성은 지난해 겨울 독일 분데스리가 마인츠와 스코틀랜드 셀틱에서 이적 제안을 받았으나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포기한 경험도 있다.
비슷한 시기 셀틱에 진출한 양현준(21)이 올해 강등 위기에 처한 소속팀 강원FC 사정으로 이적이 성사될 때까지 한 달 가까이 마음 고생을 한 것은 유명한 일화다.
물론, K리그 구단들은 선수들의 유럽 진출에 전향적인 자세로 응하고 있다. 최소한의 몸값만 받을 수 있다면 선수들의 꿈을 돕는 쪽에 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 입장에선 구단의 배려가 아닌 계약으로 유럽 진출의 권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바이아웃은 하나의 유행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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