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부 연정’ 태국 새 정부, 민간인 국방부 장관 나오나

김서영 기자 2023. 8. 29.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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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타 타위신 태국 신임 총리가 23일 방콕 프아타이당 당사에서 30대 총리로 임명하는 왕실 명령을 받은 뒤 처음으로 연설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군부 계열 정당이 포함된 태국 차기 정부에서 군인이 아닌 정치인 출신이 국방부 장관을 맡으리란 전망이 나온다.

29일 방콕포스트에 따르면, 세타 타위신 총리가 이끌 차기 태국 정부에서 수틴 끌룽상 프아타이당 부대표가 국방부 장관으로 거론되고 있다. 프아타이당이 이끄는 연정에 군부 정당이 들어간 만큼 군인 출신이 국방부 장관이 되리란 관측이 나왔으나, 정치인 출신 수틴이 부상하고 있다.

애초 쁘라윳 짠오차 전 총리의 측근이자 전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사무총장이었던 나타폰 낙빠닛 국방부 장관이 되리란 예상이 나온 바 있다. 그러나 그가 2010년 탁신 친나왓 전 총리의 지지 세력인 ‘레드 셔츠’ 시위대를 진압했다는 점 때문에 프아타이당 지지자들이 그를 강력히 반대했고, 프아타이당이 반대 등을 고려해 수틴을 지명하기로 했다고 프아타이당 관계자는 전했다.

수틴이 국방부 장관으로 지명되면 최초는 아니지만 드문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이 될 전망이다. 태국은 1997년 사상 처음으로 군인이 아닌 국방부 장관이 탄생했다. 당시 추안 릭파이 총리가 국방부 장관을 겸임했다. 이후에도 잉락 친나왓 전 총리 등 3명의 총리가 국방부 장관을 겸하는 형태로 민간 출신 국방부 장관의 명맥을 이어갔다. 이들은 국방부 차관 자리에 군인 출신을 뒀다.

이 프아타이당 관계자는 “수틴은 민간인이기 때문에 새 정부의 이미지를 개선할 가능성이 높다. (당의) 외부인인 나타폰 장군과 달리 수틴을 임명하면 당내 불만을 줄이는 데 도움도 될 것”이라고 전했다.

새 정부에서 국방부 장관은 군 관련 업무 이외에도 연정 내에서 프아타이당과 군부를 긴밀히 잇는 연결점 역할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제2당 프아타이당은 총리 배출 및 집권을 위해 친군부 정당인 팔랑쁘라차랏당(PPRP), 루엄타이쌍찻당(RTSC)을 연정에 포섭했다. 이들은 2014년 쿠데타를 일으킨 쁘라윳 총리와 그 측근들이 주축이 된 정당이다. 프아타이당은 총선 전에는 “쿠데타 세력과 연대하지 않겠다”고 했으나 말을 바꾼 모양새가 됐다.

이 같은 민간인 임명에 대해 세타 총리가 쁘라윳 전 총리와도 합의를 마쳤으리라는 관측이 나온다. 세타 총리는 지난 28일 내각 구성원이 갖춰졌으며 장관 후보들의 자격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방부 장관을 언급하진 않았으나 “공개되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틴은 “공식적으로 통보받은 바는 없고 언론을 통해서 알게 됐지만, 국방부 장관직을 맡을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방콕포스트가 추린 잠정 내각 라인업을 보면, 세타 총리는 재무장관을 겸임할 예정이다. 프아타이당은 상무부 장관, 외교부 장관, 교통부 장관, 공중보건부 장관 등을 차지했으며 연정에서 두번째로 큰 품짜이타이당은 내무부 장관, 교육부 장관, 노동부 장관 등을 확보했다. 군부 계열 PPRP와 RTSC는 천연자원환경부와 산업부 장관 등을 맡을 전망이다.

한편 프아타이당은 공약을 뒤집고 군부와 손잡아 집권한 이후 지지율 하락을 겪고 있다. 지난 28일 타이PBS에 따르면, 태국 스리파툼대학이 최근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오늘 다시 선거한다면 어느 당을 뽑을 것인가’란 질문에 프아타이당을 고른 응답자는 10.7%에 불과했다. 전진당(MFP)을 선택한 응답자가 49.1%로 압도적이었다. 전진당은 하원 제1당이 되고도 군부의 견제로 총리를 배출하지 못해 야당으로 전락했다.

김서영 기자 westze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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