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 빅스비, LG 에어컨 켜줘”...삼성·LG ‘적과의 동거’ 속내는

최승진 기자(sjchoi@mk.co.kr) 2023. 8. 29. 16:0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삼성·LG 가전 스마트홈 플랫폼 상호연결
한때 갈등관계로도 번졌던 두 기업
서로의 가전 연결해 ‘열린 생태계’ 지향
튀르키예 베스텔 등 다른 브랜드도 연결
삼성전자와 LG전자가 각 회사가 생산한 가전제품을 상호 연결하는 성과를 낸 것은 ‘연결성’이라는 공통 목표가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가전 시장의 오랜 ‘맞수’로 경쟁 뿐 아니라 갈등관계로까지 번졌던 점을 감안할 때 두 회사가 서로에게 문호를 연 것은 의미있는 성과라는 평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스마트싱스(SmartThings)와 씽큐(ThinQ)라는 이름의 스마트홈 플랫폼을 운영 중에 있다.

이들 플랫폼은 지금까지 각각 자사가 생산한 가전 제품만을 연결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다른 회사의 제품을 같은 앱에서 이용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스마트홈 생태계를 위한 글로벌 가전기업들의 협력체 ‘HCA(Home Connectivity Alliance)’가 선보인 HCA 표준 1.0을 상용화하는 과정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협력은 본격화됐다.

지난해 설립된 HCA는 15개 회원사 스마트홈 앱으로 다른 회원사들의 가전 제품을 제어할 수 있는 표준을 만들고, 연결성을 검증하는 역할을 해왔다.

HCA의 대표 의장을 맡고 있는 삼성전자는 HCA 회원사 중 처음으로 HCA 표준 적용을 완료해 다른 가전 브랜드와 상호연결에 나섰고, 역시 ‘연결성’에 중요한 의미를 두고 있던 LG전자와의 본격 협의에 들어간 것이다.

삼성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스마트싱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가전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고, 때로는 경쟁구도가 갈등으로 번지기도 했다. 2014년 9월 베를린 가전 매장에서의 세탁기 파손 사건이 대표적이다. 각 가전제품의 시장점유율을 두고도 자존심 싸움이 빈번했다.

그러다 최근 삼성전자가 LG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패널을 탑재하는 등 달라진 기류가 감지됐다.

HCA 논의로 글로벌 가전 브랜드의 연결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있었던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협업은 두 회사가 닫혀있던 문을 본격적으로 연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크다는 시각이다. 두 회사가 폐쇄적인 생태계 대신 ‘소비자 편의’에 방점을 둔 ‘열린 생태계’를 선택한 결과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LG전자와의 협업에 앞서 9월 튀르키예의 제조기업 베스텔과 베스텔의 파트너 브랜드 샤프와 연동을 시작한다.

올해 연동 서비스를 시작하는 지역은 한국, 미국을 포함한 8개국으로 해당 국가의 스마트싱스 앱 이용자는 삼성전자의 가전제품·TV는 물론 LG 전자와 베스텔·샤프의 가전제품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LG전자의 씽큐 앱으로도 삼성전자의 가전제품을 구동하는 것이 가능하다.

삼성전자가 올해 연동 서비스를 시작하는 제품은 냉장고·세탁기·에어컨 등 9종으로 원격동작과 종료, 모니터링 등 자주 사용하는 기능이 중심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추후 연동 가능한 브랜드를 확대하고, 더 다양한 가전제품과 기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할 것”이라고 말했다.

내년에는 기기 제어를 넘어 가정 내 에너지관리 기능과 전기차 충전기 등 연결 가능한 제품을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박찬우 삼성전자 부사장은 “삼성전자 스마트싱스는 300개 이상의 파트너사 기기를 연결 가능한 개방성을 바탕으로 스마트 홈 생태계를 구축에 앞장서 왔다”고 설명했다.

LG전자의 스마트홈 플랫폼 씽큐. [사진 출처=LG전자]
LG전자도 튀르키예 가전업체인 베스텔과 가전 연동에 대한 본격 논의에 들어갈 방침이다. LG전자도 HCA의 의장사로서 표준의 상용화를 주도하고 있다. 추후 가전의 상호 연동 뿐 아니라 고객 편의를 높이는 더 많은 기능과 서비스도 제공할 계획이다.

LG전자는 HCA 뿐 아니라 글로벌 표준 연합인 ‘CSA(Connectivity Standards Alliance)’의 의장사로도 활동하는 등 다각도로 스마트홈 생태계 확장에 나서고 있다.

CSA는 스마트홈 기기를 위한 개방형 통신 프로토콜 규격을 개발하고 표준화하는 단체로 약 500개 이상의 회원사가 참여하고 있다. LG전자는 CSA가 주도하는 인터넷 프로토콜(IP) 기반 홈 사물인터넷(IoT) 통신 표준 기술 ‘매터(Matter)’의 개발과 표준 제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정기현 LG전자 부사장은 “스마트홈 플랫폼 LG씽큐로 장벽 없는 가전 생태계를 확장해 더 많은 고객에게 새로운 스마트홈 경험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