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듀플러스]인터내셔널 바칼로레아, 공교육 대안될까? “학교문화 긍정적으로 변화…입시제도 변경 등 해결과제 많아”

마송은 2023. 8. 29.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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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월드스쿨 ‘제주 표선고’ 사례 통해 본 IB교육
2028 대입 개편안에 따라 IB 도입 확산 여부 결정

각 시도교육청이 IB교육 도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공교육의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매일 아침 일곱시 삼십분까지 우릴 조그만 교실로 몰아넣고 전국 구백만의 아이들의 머릿속에 모두 똑같은 것만 집어넣고 있어 좀 더 비싼 너로 만들어 주겠어. 네 옆에 앉아 있는 그 애보다 더 하나씩 머리를 밟고 올라서도록 해. 좀 더 잘난 네가 될 수가 있어.'

1994년 발매된 서태지와 아이들의 '교실 이데아' 가사 일부다. 30여 년이 흐른 2023년 현재 대한민국 중·고등학교 교실 모습과 큰 차이는 없다. 바뀐 점이 있다면 다양한 공교육 프로그램을 만들기 위해 전국 교육청 단위로 새로운 교육 체계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제주교육청, 대구교육청, 서울교육청 등은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IB)로 불리는 국제 공인 교육프로그램을 도입해 공교육의 새바람을 준비한다.

◇절대평가 시행, 잠자는 학생 줄고 친구 관계 개선

“학교에 방문하신 외부 손님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표선고 학생들은 인사를 잘한다는 말이에요. IB교육을 시작한 후 우리 학교에 찾아온 가장 큰 변화입니다.”

제주 표선고 교사들은 IB교육 도입 후 가장 눈에 띄는 변화로 학생들의 정서적 부분을 꼽았다. 전반적으로 학생들 표정이 밝고, 낯선 사람을 교내에서 만났을 때도 반갑게 인사를 한다는 것이다.

IB월드스쿨 인증 학교인 표선고는 IB교육을 도입하면서 평가 방식을 절대평가로 전환했다. 시험 형식도 오지선다형 대신 서술·논술형으로 바꿨다. 시험 평가 방식을 바꾼 후 학교 내 변화가 시작됐다. 수업 시간에 잠자는 학생이 줄고 학생 수업 참여도가 높아졌다. 학생간 친구 관계 개선 효과가 따라왔다.

임영구 표선고 교장은 “친구와 경쟁하지 않고 학생 개별적 성취 결과를 받는 절대평가로 시험을 치르게 되자 친구 관계가 편해졌다는 학생이 많다”며 “시험 평가 방법이 바뀌니 수업이 바뀌고 학생의 삶도 바뀌었다”고 평가했다. 교실 안에서는 잠자는 학생이 줄고, 교실 밖에서는 학생 사이의 관계와 정서적 부분이 긍정적으로 변화 하면서 학교 문화가 바뀌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표선고 내에서 실시하는 내부 연구 조사에서 학생들의 학교 만족도가 80%까지 나오기도 했다.

표선고는 2019년 12월 IB 관심학교를 시작으로 2021년 11월 IB월드스쿨 최종승인을 받았다. IB월드스쿨 승인 과정은 보통 3단계 과정을 거친다. IB 교육과정에 관한 기본적 준비 단계인 IB 관심학교 신청 이후, 2단계는 IB 후보학교가 된다. 이후 IB 실사 방문단이 학교를 직접 방문해 교육시설, 교과 과정, IB교육에 관한 공동체 합의 등 70여 개 항목을 바탕으로 심사해 IB월드스쿨 자격을 부여한다.

표선고가 IB교육을 준비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은 교육과정 설계다. 국내 교육과정과 IB교육과정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과정을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교사들은 국내 교육과정 이수 조건을 반영한 IB 프로그램 특성을 살리기 위해 고심했다. 다행인 것은 IB 프로그램이 국가 특수성, 다양성을 담아내기 위해 유연한 형식을 갖고 있어 제주 표선고만의 교육과정을 만들 수 있었다.

IB월드스쿨 인증을 받은 제주 표선고는 연구 소논문 발표, 서술·논순형 시험, 절대평가 등 새로운 교육 과정과 평가를 통해 학생들을 교육하고 있다.

◇연구 소논문 발표하고 서술·논술형 시험

표선고는 일반고와 달리 교육과정 중 연구 소논문 작성 및 발표를 넣었다. 표선고 모든 재학생은 졸업 전까지 연구 소논문을 쓰고 발표해야 한다. 학생들은 연구 주제를 정해 대학 석·박사 논문 형식의 소논문을 쓴다. 연구 주제를 정한 후 연구방법 설정, 데이터 수집 등을 통해 소논문을 제출하고 발표한다. 대신 소논문 분량은 400단어로 제한했다.

철학·교양 교육 일환인 '지식 이론 수업'도 진행한다. 학생들은 지식을 배우는 이유, 지식 활용 방법과 적용 부분에 관해 성찰 할 수 있다. 창의적체험(창체)활동은 예술·체육·봉사 활동을 한다. 학생은 창체 활동을 하면서 일지와 활동 근거 자료를 첨부한다. 이후 교사 승인을 받아야 학점 이수가 가능하다.

표선고를 졸업한 학생은 국내 졸업장과 IB졸업장을 함께 받게 돼 국내 대학뿐 아니라 해외 대학 도전 기회도 있다. 임 교장은 “IB를 도입한 국내 학교 가운데 국제학교와 사립학교가 많기 때문에 소수 학생에 한해서만 IB교육이 이뤄진다”며 “표선고 IB월드스쿨은 지역 농어촌 공립학교 학생이 무상으로 세계적 수준의 IB교육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갖기 때문에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IB 현재 입시제도와 안 맞아…'2028 대입 개편안' 관심↑

현재 공교육 안에서 진행되는 IB는 한계도 명확하다. IB가 국내 대학입시 체계와 맞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적으로 국내에서 IB교육을 받은 고등학생이 수능으로 원하는 대학에 입학하기는 어렵다. 때문에 표선고는 입학설명회를 통해 학생과 학부모에게 이 같은 사실을 사전에 공지하고 입학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IB교육이 수능 정시를 통해 대학 입학을 원하는 학생에게는 맞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표선고는 내부적으로 고3 입시 방향을 수시 학생부종합전형으로 정했다. 앞으로 IB 도입을 준비하려는 학교가 고민해야 할 지점 중 하나다.

교육전문가들은 2028 대입 개편안에 IB 프로그램 도입·확산에 관한 내용도 담길 것으로 내다본다. 6월 교육부가 발표한 '공교육 경쟁력 제고방안'을 보면, 탐구 중심 수업 활성화를 위해 시·도교육청의 자율적인 IB 프로그램 도입 지원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IB 수업 평가 시스템의 장점을 벤치마킹하고 다양한 의견 수렴을 거쳐 '한국형 IB 수업평가 모델'을 단계적으로 도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공교육 강화를 위해 IB가 확대돼야 하며 적극 지원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IB교육이 국내 입시와 맞지 않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IB 도입 학교 진학을 고려하는 학부모는 입학설명회 등에 참석해 보는 것이 좋다.

서울시교육청, 경기도교육청, 전남교육청 등 전국 각지에서 IB교육 확대에 대한 방안 마련이 이어진다. 서울시교육청은 '한국형 바칼로레아(KB)' 기반 조성을 위해 올해 12월까지 31개 초·중학교를 2023 국제바칼로레아 탐색학교로 지정해 운영한다. 경기도교육청은 IB관심학교 25개교를 선정해 단계적으로 IB교육을 확대할 방침이다. IB도입 준비 일환으로 대학과 연계한 IB전문가 양성 연수도 준비한다.

IB 교육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전문 교원 양성은 과제로 남아있다. IB 전문성을 확보한 경험 많은 교사를 양성해 학습 공동체의 구심점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사가 바뀌어도 IB교육이 지속될 수 있는 학교 내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교육부 관계자는 “각 시도교육청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IB교육이 제대로 운영되기 위해 교원 연수 등 지원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IB교육이란=1968년부터 스위스 제네바에 설립된 비영리 교육재단 국제 바칼로레아(International Baccalaureate)에서 운영하는 국제 공인 교육프로그램이다. 미국, 일본, 에콰도르 등 여러 국가에서 공교육 발전을 위해 도입했다. 전 세계 159개국, 5400개 이상의 학교에서 7400개 이상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마송은 기자 running@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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