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대재해 발생하면 회사는 끝장"…40대 여사장은 내년이 두렵다
[편집자주] 중대재해법이 내년 1월부터 50인 미만 영세 기업에도 적용된다. 여러 목적이 있지만, 중대재해가 나면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는 것도 법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다. 문제는 영세 중소기업은 대표자가 한번 구속되면 경영에 치명상을 입어 회복이 요원하다는 점이다. 중소기업들은 2년 추가 유예을 간곡히 원한다. 이들에게 두번째 기회는 없다.
김 대표 회사도 내년 1월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받는다. 해당 법은 지난해에 시행됐지만, 50인 미만 소기업은 법 적용을 2년 유예받았다. 법은 '재해 예방'에 관한 내용도 있지만 핵심은 '처벌'이다. 근로자가 한명 이상 죽거나, 2명 이상 큰 부상을 당하면 사업주가 1년 이상 징역, 10억 이하 벌금형 처벌을 받게 했다.
김 대표는 법과 무관하게 산재 예방 노력을 했다. 지난 28일 방문한 100평 남짓한 공장에는 기계마다 안전·위생 관리표가 덕지덕지 붙어 있었다. 표에는 일별·주별·월별로 확인했다는 'V' 표시가 빼곡했다. 회사가 빨대를 만들다보니 까다로운 식품안전경영시스템인증을 받았는데 덩달아 안전관리도 철저히 하게 됐다.
사무실에는 V 체크로 꽉 채운 안전·위생 관리표와 매년 두 차례씩 한 산업재해 예방 교육 자료가 성인 남성 두팔 너비만큼 책장에 꽂혓다. 김 대표는 "우리 사업장은 산재에 잘 대비한 편"이라 했다. 하지만 산재는 의지로 막아지는 게 아니었다. 지난해 겨울 어느날 저녁 7시쯤, 모두가 퇴근한 시각에 직원 한명이 카풀을 기다리다 주차장에서 빙판을 밟고 미끄러졌다. 손목이 골절됐다. 예방할 수 있는 사고가 아니었다. 당시 공장에 관리직급은 전부 퇴근하고 없었다. 하지만 사고는 사업장 안에서 벌어졌고, 산재로 처리됐다.
산재를 100% 막지는 못한다는 것은 사업주들 사이 어느 정도 통하는 인식이다. 사업주가 노력해도, 잔뼈 굵은 현장 근로자가 비협조하는 일도 허다하다. 50인 미만 기업들은 중대재해가 벌어지면 "회사 운명은 끝"이라 한다. 대기업처럼 '옥중 경영'을 하거나, 대형 로펌을 선임하지 못하니 사업주가 구속되면 회사는 와해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중대재해법은 재해가 발생한 후 회사가 재발 방지 교육을 하고 대책을 수립하라고 돼 있는데 중소기업들은 "이미 회사가 망한 뒤일텐데 의미 없다"고 한다.
김 대표는 "법을 시행하지 말자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중소기업의 사정을 감안해달라고 말했다. 법이 정한 서류들을 전부 준비하기에 인력이 부족하다. 앞으로 50인 미만 기업도 자율진단 체크리스트를 작성해야 하는데 끼임, 추락 등 재해 유형별로, 사업장에 있는 설비별로 작성해야 한다. 동일프라텍은 다른 제조, 건설업보다는 산재 위험이 낮지만 공장에 체크리스트를 30개 넘게 둬야 한다.
산업안전보건공단이 메뉴얼을 제공하지만, 사업장에 맞게 하나씩 수정해야 한다. 동일프라텍은 행정 직원이 네명이고, 지금도 총무·회계 등 업무를 겸업하니 중대재해법까지 대응할 여력이 없다. 김 대표는 "서류적인 부분은 간소화하면 좋겠다"고 했다.
작성해도 제대로 한 건지 확신하지 못한다. 김 대표는 지게차 작업 안전 체크리스트를 직원에 작성하게 했는데, 수년간 지게차를 운전했지만 체크리스트를 작성해도 나중에 문제가 되지 않을지 걱정했다. 결국 김 대표는 2000만원을 지불하고 컨설팅 업체에 체크리스트, 시스템 매뉴얼 작성을 위탁했는데 한해 영업이익과 맞먹는 돈이었다.
김 대표는 "50인 미만 기업 전체의 유예기간을 연장하기 어려우면 이중 작은 기업들만이라도 유예기간을 늘려달라"고 했다. 산업안전보건공단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전국에 5~50인 기업은 68만곳 있고 이중 과반인 37만곳(54.4%)이 5~9인 이하 기업이었다. 근로자가 적은 기업은 법 대응에 더 큰 부담을 느낀다. 특히 중대재해법이 유예된 동안 중소기업들은 코로나19(COVID-19)를 겪었다. 동일프라텍도 한해 30억씩 내던 매출이 반토막 났고 2021년 창사 후 처음으로 8억 적자를 냈다.
법은 50인 미만 기업도 안전관리자를 별도로 두게 했다. 인건비도 부담이고, 50인 이상 기업들이 이미 채용을 한 탓에 숙련된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다. 김 대표는 "미숙한 인원은 최소 1년 교육해야 할텐데 그 동안 비용은 사업장 몫"이라고 했다.
중소기업은 재정상 전문 로펌의 도움을 받기 어렵다. 김 대표는 산업안전보건공단이 지금처럼 기업이 요청하면 필요 서류를 보내주는 게 아니라 기업이 요청하지 않아도 먼저 보내주는 적극적인 행정을 해달라고 촉구했다. 김 대표는 "아무리 준비해도 뭔가 빠뜨렸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지금도 적잖은 소기업 사장이 기계를 직접 돌리고, 행정 일도 겸업하는데 중대재해법까지 챙기기 벅찬 경우가 많으니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지원하면 좋겠다"고 했다.
파주(경기)=김성진 기자 zk00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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