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뜰폰 환승 수요 살아날까… ‘0원 요금제’ 다시 늘어
통신 3사 영업 보조금 삭감에 번호이동 줄어
3~6개월 혜택 종료 맞춰 가입자 확보 경쟁
이익 안 남아도 가입자 수 늘려야 사업 유지 가능
통신 3사의 보조금 삭감으로 주춤했던 알뜰폰 번호이동 수요가 다시 살아날 전망이다. 중소 알뜰폰 업체를 중심으로 ‘0원 요금제’ 경쟁이 재개되고 있어서다. 0원 요금제 대부분이 3~6개월이 지난 후 요금을 부과하는 형태로 판매되는 만큼 기존 0원 요금제 가입자의 번호이동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
29일 알뜰폰 비교 사이트 ‘알뜰폰허브’에 따르면 월 이용료가 없는 0원 요금제는 46종이 판매 중이다. 지난 5월 70여종으로 정점을 찍은 0원 요금제는 6월 초부터 조금씩 사라지면서 이달 초 10종 이하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주부터 다시 판매가 시작되면서 2주 만에 2배로 늘었다.
이지모바일, 티플러스 등 중소 알뜰폰 업체가 0원 요금제를 적극적으로 내놓으면서 알뜰폰 0원 요금제 수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프리티, 모빙, 이야기모바일 등 기존 0원 요금제 판매 업체들이 8월 특가 이벤트를 벌이면서 경쟁하는 모습이다. 다만 소극적으로 0원 요금제 경쟁에 동참했던 통신 3사 자회사는 여전히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 알뜰폰 번호이동 수요 통신사 ‘영업 보조금’ 삭감에 주춤
알뜰폰 0원 요금제는 통신 3사가 판매 장려금에 해당하는 영업 보조금을 줄이면서 주춤했다. 통신 3사는 자사 통신망을 사용하는 가입자를 늘리기 위해 알뜰폰에 가입자당 20만원 수준의 영업 보조금을 지급했다. 알뜰폰 업체 입장에서는 영업 보조금 20만원을 받는 만큼 일정 기간 가입자로부터 요금을 받지 않아도 수익성 측면에서 유리했다. 알뜰폰 업체들이 3~6개월간 0원 요금제 혜택을 제공한 배경이다.
하지만 올해 6월부터 이런 기류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통신 3사가 알뜰폰에 지급하는 영업 보조금을 절반에 해당하는 10만원으로 내리면서 알뜰폰 업체들은 0원 요금제를 유지하면 손해를 보는 상황이 됐기 때문이다. 통신 3사는 영업 보조금은 의무 지급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영업 정책에 따라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알뜰폰 업체들은 0원 요금제가 알려지면서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이동하는 가입자 수가 급격하게 늘어나자 통신 3사가 견제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의 이동전화 번호 이동자 수 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넘어간 가입자는 44만1465명에 달한다. 알뜰폰에서 통신 3사로 다시 옮겨간 18만139명 대비 2배를 웃도는 수치다.
◇ 이익 포기 ‘가입자 수’ 늘리기… 9월부터 다시 늘어날 듯
알뜰폰 업체들이 0원 요금제를 다시 내놓고 있는 건 가입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다. 이익을 포기하더라도 가입자 수를 늘려야 절반 수준의 영업 보조금이라도 받아 사업을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입자당 10만원의 영업 보조금은 알뜰폰 업체들에게 이익을 남겨주지는 않지만, 적자를 내는 건 막아줄 수 있는 수준이다. 또 기존 0원 요금제 대부분이 3~6개월에 한정해 0원 혜택을 제공하는 만큼 번호를 이동하려는 가입자를 잡기 위한 이유도 있다. 통신 3사로부터 받은 영업 보조금을 가입자에게 그대로 돌려주는 대신 가입자 수를 늘려야 향후 사업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서다.
LG유플러스 LTE(4세대 이동통신) 망을 사용하는 이야기모바일의 ‘함께이야기해(데이터 10GB+통화 100분)’ 요금제의 경우 7개월간 월 1만4300원의 기본요금을 할인해 준다. 이후 8개월째부터 2만4200원의 요금을 부과한다. 7개월간 기본요금 10만100원을 깎아주는 식이다. 이는 통신 3사가 지급하는 영업 보조금과 비슷하다. KT LTE 망을 쓰는 이지모바일의 ‘EG 데이터 7G(데이터 7GB(+1Mbps)+ 통화 무제한)’ 요금제는 월 2만3100원의 기본요금을 4개월간 받지 않는다. 이후 9만2400원을 할인해주고 이후 5개월째부터 기본요금을 받는다.
알뜰폰 업계는 주춤했던 알뜰폰 번호이동 가입자 수가 다시 회복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통신 3사에서 알뜰폰으로 갈아탄 가입자 수는 6만2201명으로 전월 대비 21% 줄었지만, 이달부터 늘어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알뜰폰 업체 한 관계자는 “젊은 층을 중심으로 최신 휴대폰을 자급제폰(가전매장 등에서 구입할 수 있는 통신 개통이 안 된 휴대폰)으로 구입해 알뜰폰 요금제를 쓰는 문화가 형성되고 있다”라며 “고가의 폴더블폰 신제품이 나오면서 통신 요금을 낮추려는 소비자들이 더 저렴한 알뜰폰으로 꾸준히 넘어오고 있다”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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