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한·미·일 정상에 막말···이례적으로 계속 해군 찾는 이유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한국·미국·일본 정상을 “깡패 우두머리들”이라고 맹비난했다. 해군에 전술핵 실전 배치를 거론하며 ‘준군사동맹’으로 격상된 한·미·일 안보협력을 겨냥한 핵 위협을 과시했다. 김 위원장 딸 김주애가 세 달여 만에 재등장했다.
김 위원장이 북한 해군절을 하루 앞둔 지난 27일 북한군 해군사령부를 방문해 작전 상황 등을 점검했다고 북한 공식매체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지난 24일 군사정찰위성 재발사에 실패한 이후 김 위원장의 첫 공개 행보다.
김 위원장은 해군절 축하 연설에서 윤석열 대통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막말 비난했다. 김 위원장은 “미제는 최근 조선반도(한반도) 주변 수역에 핵 전략장비들을 상시배치 수준으로 증강 전개하는 한편 우리 주변 해역에서 추종 세력들과의 합동 해상군사연습에 그 어느 때보다 열을 올리고 있다”며 “얼마 전에는 미국과 일본, ‘대한민국’ 깡패 우두머리들이 모여앉아 3자 사이의 각종 합동군사연습을 정기화한다는 것을 공표하고 그 실행에 착수하였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지난달 18일(현지시간) 미국 캠프 데이비드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을 처음 언급하며 세 나라 안보협력 강화를 비판한 것이다. 최근 김 위원장 동생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강순남 국방상이 사용한 ‘대한민국’ 표현을 김 위원장이 쓴 것도 처음이다.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가 아닌 국가 대 국가로 접근하는 시각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최근 강조하고 있는 “전쟁준비 완성”을 지시하며 해군에 전술핵을 실전 배치하겠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국가 핵 무력 건설 노선이 밝힌 전술핵 운용의 확장 정책에 따라 군종부대들이 새로운 무장 수단들을 인도받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 해군은 전략적 임무를 수행하는 국가 핵 억제력의 구성 부분으로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의 해군사령부 방문은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김 위원장이 집권하고 해군절 행사에 참석한 것은 처음이다. 가뜩이나 올해 해군절은 74주년이라 북한이 의미부여하는 정주년(5·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도 아니다.
캠프 데이비드 정상회담을 통해 준군사동맹 수준으로 격상된 한·미·일 안보협력을 핵 무력으로 견제하는 최적의 수단으로 해군을 꼽았을 것으로 분석된다. 그간 한·미·일 안보협력이 가시화된 분야는 육군·공군보다는 해군이기 때문이다. 이날도 한·미·일은 또다시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미사일 방어훈련을 시행했다.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전술핵을 활용하는 해군력을 과시하는 의도도 엿보인다. 김 위원장이 해군 동해함대를 시찰하며 함상 전략순항미사일 발사 훈련을 참관한 사실을 UFS가 시작된 지난 21일 공개한 연장선상이다. 전술핵은 남한을 겨냥한 것으로 평가되며 김 위원장은 올해 주요 과제로 “전술핵 다량 생산”을 공언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이 “앞으로는 육·해·공군이 해·육·공군으로 불리워지여야 한다는 말까지 나온다”며 육군보다 열악한 해군의 전력 강화를 공언하고 사기를 진작시키려는 의도라는 해석도 나온다. 홍민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한·미·일 연합훈련에 대응해 러시아와 전격적인 해상연합훈련 실시를 염두에 둔 방문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김 위원장의 해군사령부 방문에는 딸 김주애가 동행했다. 김주애의 공개 행보는 지난 5월 김 위원장의 군사정찰위성 발사 준비사업 현지지도에 동행하고 3개월 만이다. 주로 군사 관련 행사에 등장하는 김주애는 미래세대 안전을 위해 핵 무력을 강화한다는 김 위원장의 의지를 상징한다고 해석된다. 김명식 해군사령관이 김주애에게 거수경례하고 허리 굽혀 악수하는 사진을 공개한 것은 ‘백두혈통’ 위상을 대내외에 선전하는 취지로 보인다.
김 위원장과 동행한 박정천 전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은 군 최고 계급인 “원수”로 소개되며 해군절 경축연회에서 연설도 했다. 지난해 12월 ‘군 서열 1위’에서 해임됐다가 이달 다시 등장한 박 전 부위원장이 군부 핵심 보직으로 복귀했음이 확인된 셈이다.
통일부 당국자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김 위원장의 한·미·일 정상 막말 비난에 대해 “한·미·일 협력의 획기적 진전에 위기의식을 드러낸 것”이라며 “발언자의 저급한 수준을 드러내는 것으로 기초적인 예의도 갖추지 못한 언급”이라고 비난했다.
박광연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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