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과하기 쉬운 비만 원인 2가지, 지나친 소금 섭취...또 하나는?
비만을 일으키는 원인을 분석한 의과학계 논문들을 보면 당분, 탄수화물, 포화지방의 과도한 섭취를 유도하는 서구식 식사나 운동 부족을 주로 문제 삼는 연구들이 많다.
이에 대해 리처드 존슨 미국 콜로라도대 의대 교수는 ‘수분 섭취 부족’과 ‘과도한 소금 섭취’는 상대적으로 그 중요성이 덜 강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처드 교수는 비만 원인 및 관련 질환을 20년 이상 연구해온 학자로, 이 두 가지 또한 비만이 발생하는 중요한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26일(현지시간) ‘더 컨버세이션’을 통해 자연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사막의 모래쥐는 바닷가에서 자라는 식물인 ‘퉁퉁마디’를 먹고 산다. 이 식물은 영양소 함량은 적지만 수액에 염분이 풍부하게 함유돼 있다는 특징이 있다. 리처드 교수는 모래쥐가 고염분 섭취를 통해 자신이 적게 섭취한 탄수화물을 과당으로 전환하는 도움을 받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체내 영양분이 부족하거나 굶주린 상태일 때 과당이 필요한 이유는 과당이 지방과 탄수화물을 적극적으로 저장할 수 있도록 돕는 ‘생존 스위치’를 활성화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아를 막는 요인이지만, 요즘 같이 모든 사람들이 잘 먹는 환경에서는 오히려 질병 발생 원인이 될 수 있다. 리처드 교수는 2018년 미국국립과학원회보(PNAS)에 발표한 쥐 실험을 통해 높은 염분 섭취는 과당 생성과 신진대사 자극으로 렙틴 저항성과 비만을 유발한다는 실험 내용을 발표했다.
리처드 교수는 최근 수십 년간 발표된 논문들을 종합해, 비만인 사람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사막쥐처럼 행동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음식이 부족한 환경에 살고 있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생존스위치를 활성화해 지방이 체내에 축적되도록 만든다는 설명이다.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은 이미 과당 섭취가 과한 경향이 있다. 과일과 같은 자연식품으로 소량의 과당을 얻는 것이 아니라, 설탕과 고과당 옥수수 시럽을 통해 많은 양의 과당을 섭취하고 있다는 것. 이것 자체만으로 지방 축적, 체중 증가, 당뇨병 발생 위험 등이 높아지는데 과도한 염분 섭취가 이를 더욱 촉진한다는 설명이다.
수분 섭취 부족도 비만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 소금을 많이 섭취하면 목이 마르는 탈수 현상이 일어난다. 리처드 교수는 “소금 섭취 후 발생하는 탈수 또한 과당과 지방이 형성되는 원인이 된다”며 “감자튀김에 포함된 전분이 과당 등으로 더 잘 전환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비만인 사람들은 신장이 소변량을 조절하도록 수분을 붙잡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바소프레신 수치가 높은 특징도 보인다. 최근 연구들에 의하면 바소프레신은 지방 생성을 자극하는 또 하나의 역할을 한다. 바소프레신 수치가 높다는 것은 지방 축적, 체중 증가, 비만 관련 질병 발생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리처드 교수는 이를 개선하려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다. 2020년 국제학술지 ‘임상연구저널’에 수분 섭취가 체중 증가와 당뇨병 발병을 늦춘다는 쥐 실험 연구 결과가 실렸다.
리처드 교수는 짜게 먹는 습관과 물을 적게 마시는 습관을 결코 가볍게 생각해선 안 된다고 평가했다. 실질적으로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들을 살펴보면 소금 섭취량은 많고 물 섭취량은 적은 경향이 있다는 설명이다.
적정한 수분 섭취량은 하루 물 8잔 정도다. 단, 체격이 큰 사람, 신체활동량이 많은 사람, 덥고 습한 환경에 있는 사람, 땀 배출량이 많은 사람은 더 많은 수분 섭취가 필요할 수 있겠다. 일반적으로는 8잔 이상의 물을 마실 필요가 없다. 리처드 교수는 “너무 많이 마시면 물 중독이 일어날 수 있다”며 “특히 심장, 신장, 간 질환이 있거나 최근 수술을 받았거나, 장거리 달리기를 하는 사람은 수분 섭취량에 대해 전문가 상담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문세영 기자 moon0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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