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별 "데뷔작 '마스크걸', 손잡아준 고현정·나나 잊지 못해" (종합) [인터뷰]

연휘선 2023. 8. 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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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어디 있다가 왜 이제야 왔니. 말 그대로 혜성처럼 나타났다. 데뷔작에서 "사랑받고 싶어요"라고 당당하게 말가는 모두의 마스크걸, 신인 배우 이한별이다.

이한별은 2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걸'(극본, 감독 김용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매미, 희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 삼아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각색됐다. 

이 가운데 이한별은 성인 김모미의 성형 전 시절을 맡아 열연했다. 나나, 고현정과 함께 김모미를 맡아 3인 1역으로 활약한 그는 이번 작품이 본격적인 데뷔작이다. 1992년생, 어느덧 30대의 적지 않은 나이에 '마스크걸'을 통해 발견된 신예라는 게 믿기지 않을 만큼 이한별의 김모미는 다수의 시청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미리보기로 작품을 봤다. 1~2부를 못 볼 것 같아서 3부부터 봤다"고 고백한 이한별은 "선배님들 나오시는 걸 너무 재미있게 보다가 1~2부를 봐야겠다고 뒤에 다시 봤다. 아무래도 제가 나오는 부분이다 보니까 첫 작품이고, 이렇게 많은 분들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에 참여한 게 처음이었기 때문에 3부를 볼 때처럼 시청자로서 볼 수가 없게 되더라. 그래서 잘 못 보기도 하겠고, 멈춰가면서 봤다"라며 데뷔작 '마스크걸'을 감상한 소감을 밝혔다. 

잇따른 호평에도 불구하고 그는 "제가 부족한 부분들이 저는 많이 보였다. 아쉽다는 생각도 많이 있었고, 그래도 나오고 나서 많은 분들이 또 작품을 좋아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셔서 그 부분도 너무 감사드린다. 선배님들께서도 연락이 오셔서 축하하고 잘 봤다고 해주셨다"라며 멋쩍어 했다. 이에 그는 "사실 그래서  1~2부에 대해 감상을 어떻게 하기가 제 스스로는 조금 어렵다. 객관적으로 못 보겠다. 혼자 집에서 봤다"라며 웃었다. 

데뷔작 '마스크걸'을 통해 처음으로 제작발표회에도 섰던 이한별은 "예고편에서도 마스크를 써서 제 얼굴을 그때 처음 보셨을 거다. 저도 처음이라 너무 떨렸다.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분위기고 이런 것들도 전혀 모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때 긴장을 정말 많이 했다. 그때 감독님과 선배님들께서 정말 긴장을 많이 풀어주시려고 많이 도와주셨다. 처음에 보시고 제가 포토타임 들어갈 때도 박수쳐주셨다. 감독님이 무슨 딸 시집 보내는 것처럼 눈물을 글썽거리셨다고 하시더라"라며 웃었다. 

또한 그는 "고현정 선배님도 너무 잘했다고 격려해주셨다. 포토월 올라갔을 때도 다들 배려해주셨다. 나나 선배님도 떨릴 거라고 아셔서 배려해주셨다. 챙겨주셔서 너무 감사했다. 처음에 혼자 올라갔을 때는 정말 떨렸는데 선배님들 올라오시면서 긴장이 풀렸다"라고 말했다. 실제 나나가 손을 잡아주는 포토타임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회자되기도 한 바. 이한별은 "그 때 정말 너무 감사했다. 본인도 이런 자리가 떨리는데 얼마나 떨리겠냐고 챙겨주셨다. 너무 정신이 없어서 제대로 말씀을 못드렸는데 덕분에 마음이 많이 풀려서 무사히 그 날을 마쳤다"라고 덧붙였다. 

고현정, 나나와 같은 선배 연기자들과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꿈같은 상황. 정작 이한별은 자신을 향한 관심이나 반응에 "안 찾아보고 있다. 처음엔 고민을 했는데 당연히 이런저런 얘기들이 있고, 다 좋을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고 봤다. 그런데 10개 중에 1개만 안 좋은 게 있어도 어쩔 수 없이 마음에 남더라. 제작발표회 이후에 공개되고, 일주일 동안은 일정이 많이 없었는데 그런 게 보일 때마다 혼자 집에서 가라앉는 느낌이 들어서 안 찾아보는 게 낫겠구나 싶어서 안 찾아봤다"라고 고백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그런 이한별을 위해 김용훈 감독과 염혜란 등이 긍정적인 피드백들을 전달해주기도 했단다. 

이한별에게 김모미는 어떤 인물이었을까. 그는 "일말의 희망을 가진 캐릭터라고 봤다. 크게는 외모 콤플렉스가 있고, 그런 요인들 때문에 하고 싶은 꿈을 하지는 못했지만 마스크를 쓰는 것 자체가 어디가 가장 약점인지 보여주는 것임에도 내가 좋아하는 일을 포기하지 않고 BJ 일을 하는 것도 있다. 그러면서도 모미가 돈이 없어서 회사원을 하는 건 아니라고 봤다. 내가 발 붙이는 곳에서 BJ를 하는 모습이 나의 온전한 모습은 아니기 때문에 그런 모습으로도 나를 사랑해줄 수 있는 사람이 현실에도 있지 않을까 생각하는 캐릭터라고 봤다. 모미의 행동이 일반적이지 않고, 쉽게 동정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지만 계속 모미의 행동들 사이에서 그런 부분들이 조금 비치면 좋겠다 생각했다. 내면적인 것들을 많이 놓치지 않으려고 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모미가 원작 설정에 맞춰 외적으로 망가져야 하는 캐릭터임에도 불구하고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것에 기뻤다. 제가 전형적인 배우가 아니라 내가 필요한 곳, 나만 할 수 있는 곳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며 버텨왔다. 배우로서 저를 알아봐주신 감독님을 만나게 된 거다. 이걸 했을 때 못생기게 나올 거라는 걱정은 없었다. 미처 생각하지 못했고 그런 생각을 할 '%'가 없었다. 그냥 찍으면서 신나서 했다. 작품이 공개되고 나서 그런 얘기들을 들으면 '그런 것도 있을 수 있겠구나' 생각하는 정도다. 정말 이 작품을 하면서 좋은 기억들이 많고 많은 것을 배우고, 좋은 시작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서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가면서 다른 모습들을 보여드리면 좋을 것 같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더불어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에 대해 "'핸섬스님'과 함께 한 모텔 장면"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 부분이 뭔가 정리가 잘 안 되는 느낌이었다. 고민을 하다가 현장에 가서 완성된 세트를 봤는데 '하트'가 있는 세트였다. 거기서 많은 것들이 정리가 되는 느낌이었다. 여기서 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떤 정도에, 어떤 모델을 원하는지가 분명한 세트와 미술과 의상, 분장이었다. 싸우고 나서 흐트러진 모습으로 현장에 있으니까 모미가 어떻게 움직여야 겠다는 것들이 현장에서 들리는 것 같았다. 현장에서 완성되는 연기가 재미있다는 걸 많이 느꼈다. 그 때 정말 콘티가 정말 정확하게 나와서 바뀌는 일이 별로 없었는데 그 때는 바뀌는 부분도 있었고 모미가 변화하는 가장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하셔서 거기를 계속 물어보면서 하신 것 같다"라고 했다.

이어 "원래는 콘티에서 주오남이 찾아왔을 때 제가 물침대 앞에 앉아있는 거였다. 그런데 '핸섬스님'을 넘어서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고 해서 문앞에 화장실로 위치가 바뀌게 됐다. 그러면서 재홍 선배님도 화장실 안을 걸어다니는 것들이 추가됐다. '제발, 제발' 하는 것도 거기서 생겨났다. 그런 식으로 시너지가 많이 났다. 완성된 장면을 스태프 분들도 인상 깊게 봐주셨다"라고 설명했다.

사실 '마스크걸'은 김모미 외에도 다양한 캐릭터들이 연이어 화제를 모으는 작품이다. 주오남 역의 안재홍은 물론 김경자 역의 염혜란까지. 이한별은 "이 작품이 모미의 일대기라고 하지만 모미의 인생은 그냥 던져진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모미의 주변에 등장했다 사라지고, 모미가 변화하면서 또 등장하고 사라지는 강력한 인물들이 중요하다"라며 "저희 작품의 방식도 인물들이 계속 들어오는 방식이다. 모미한테는 인물들이 문명같았다. 문명의 의인화로 봤다. 그런 사람을 만나서 모미의 심경이 변화하고 조금 극단적이고 이상해 보일 수도 있지만 이렇게 선택할 수도 있겠다 생각하고 이런 연속들이 이어져서 모미가 변화하지 않았을까"라고 밝혔다. 

이에 이한별이 본 김모미의 가장 뜻깊었던 장면은 "박 팀장(최다니엘 분)을 좋아하는 모미의 모습"이라고. 그는 "굉장히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봤다. 뒷부분에 강렬한 장면이 많아서 심심하게 시작한다고 볼 수 있는데 그 모습 안에 많은 게 담겨있다고 봤다. 모미가 혼자 박 팀장을 의식하고 기대를 키워가는 모습에서 모미의 이중적인 모습이 나왔다.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다가도 착각을 할 만큼 묘한 자존감이 있기도 하고, 정말 누군가를 마음껏 사랑하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받고 싶은 면모가 많이 드러나는 것 같아서 박 팀장을 좋아하는 극 초반 모미의 귀여움을 굉장히 애정한다"라며 웃었다.

이한별은 극 초반의 김모미처럼 여린 듯 보였지만 부드러우면서도 막힘 없이 인터뷰에 임하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소신껏 풀어냈다. 학부 시절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으나 1인극 연극을 보고 배우에 대한 꿈을 키웠고, 학생들의 단편영화부터 영화 학교 수업까지 찾아다니며 연기뿐만 아니라 제작, 연출까지 경험했던 과거도 담담하게 말했다. 특히 그는 "연기를 배우면서 내 재능에 대한 확신보다는, 적어도 내가 이 일을 계속하면 좋지 않은 환경에서도 나를 놓지 않고 더 좋은 사람으로 살고 싶을 것 같았다"라고 했다. 이제 데뷔한 신예의 답변이라고 믿을 수 없는 울림이 3인 1역의 상황에서도 존재감을 보여준 이한별이라는 개인의 깊이를 짐작하게 했다. 

'소공녀', '윤희에게' 같은 영화들을 좋아하고 누군가 기댈 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도 마찬가지. '마스크걸'이라는 데뷔작을 입게 된 이한별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는 기대감을 심어줬다. 이에 "다음을 기다리게 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은 벌써 어느 정도 이뤄가고 있었다. 

"저라는 배우가, 여기서 이렇게 연기하고 있다고 보여드릴 수 있어서 감사한 마음이죠. 계속해서 보고 싶고 기대되는 배우였으면 좋겠고요. 저도 이런 영화나 작품들에게 도움을 많이 받고 산 사람이라 누군가에게도 다음을 기다리게 하고 또 기분 좋게 해드릴 수 있으면 좋겠어요. 오래 연기를 하면서 많은 분들과 함께 기다림도 되고, 위로도 되면서 같이 살아가고 늙어가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어요".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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