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범도 흉상 철거 놓고 찬반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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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가 국권을 강탈한 '경술국치' 113주년인 29일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가열돼 뒷맛이 개운찮다.
국방부는 입장문을 내고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여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시 적절하지 않다"며 "홍범도 장군은 청산리 전투에서 같이 싸웠으나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만주로 돌아간 김좌진, 이범석 장군 등과는 다른 길을 간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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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운동 단체는 반발…“반역사적, 반민족적 범죄행위”
일제가 국권을 강탈한 ‘경술국치’ 113주년인 29일 독립운동가 홍범도 장군 흉상을 육군사관학교에서 철거하는 문제를 놓고 논란이 가열돼 뒷맛이 개운찮다.
육사 출신인 이종섭 국방부 장관 휘하 군 당국자들과 장성 출신인 국민의힘 신원식 의원, 육사 총동창회 등은 홍 장군이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이 있어 육사 정체성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독립운동 단체들은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가 “반역사적, 반민족적 범죄행위”라며 거세게 반발하는 등 점입가경이다.
군은 지난해 11월부터 육사 생도 교육시설 앞에 설치된 독립운동 영웅 홍범도·김좌진·지청천·이범석 장군과 신흥무관학교 설립자 이회영 선생의 흉상을 철거하는 방안을 검토해왔다. 그러다 논란이 커지자 홍범도 장군 흉상만 철거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국방부는 입장문을 내고 “공산주의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의 흉상을 육사에 설치하여 기념하는 것은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시 적절하지 않다”며 “홍범도 장군은 청산리 전투에서 같이 싸웠으나 무장해제를 거부하고 만주로 돌아간 김좌진, 이범석 장군 등과는 다른 길을 간 것”이라고 밝혔다.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3성 장군 출신 신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군 결정을 옹호하며 문재인 정부 때 홍 장군 흉상을 설치한 것이 “6·25 전쟁은 소련의 지원으로 북한이 일으켰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소련 공산당에 면죄부를 준 것”이라고 지적했다.
육사 총동창회도 이날 입장문을 내고 “역사적 평가가 상반되는 인물에 대한 조형물 배치는 신중을 기해야 한다. 특히 6·25전쟁을 일으키고 사주한 북한군, 중공군, 소련군 등에 종사하고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한 사실이 분명히 확인된 인물이 포함되어서는 안 된다”며 “더구나 이러한 인물의 흉상에 육사 생도들이 거수경례하도록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육사 내 흉상과는 별개로 국방부는 용산 국방부 청사 앞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흉상도 이전을 검토하고 있으며, 해군 잠수함 ‘홍범도함’의 함명도 필요하면 변경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반해 독립운동 단체들은 군이 국가 수호라는 본연의 임무를 등한시하고 때아닌 이념논쟁에 뛰어들어 갈등을 조장하고 있다고 규탄한다.
이종찬 광복회장은 지난 27일 이종섭 장관에게 공개서한을 보내 “민족적 양심을 져버린 귀하는 어느 나라 국방장관이냐”며 “스스로 판단할 능력이 없으면 자리에서 퇴진하는 것이 조국 대한민국을 위한 길”이라고 사퇴를 요구하기도 했다.
이 회장은 “북한은 김일성을 무장독립투쟁의 최고 수반으로 선전해온 터여서 그보다 위대한 홍범도 장군 유해를 모셔가지 않았고, 오히려 우리의 봉환 사업을 방해했다”며 “홍범도 장군을 새삼스럽게 공산주의자로 몰아 흉상을 철거한다면 결과적으로 북한을 이롭게 하는 행동”이라고 질타했다.
독립운동가 선양 단체로 구성된 항일독립선열선양단체연합(항단연)은 이날 오후 2시 육사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흉상 철거 철회를 주문할 예정이다. 항단연은 군의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방침에 대해 “어떤 이유로도 부정할 수 없는 고귀한 역사와 전통을 무시하고 말살하려는 의도는 반국가적, 반역사적, 반민족적 범죄행위라는 것을 국방부와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범도 장군 기념사업회 이사장인 우원식 의원은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석연치 않은 이유로 흉상을 철거하는 것은 독립운동가에 모멸감을 심어주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글·사진=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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