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도전' 한화 불펜 포수 도승현 "2년 동안 이 순간만 기다렸어요"

박재웅 menaldo@mbc.co.kr 2023. 8. 29.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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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적추적 비 내리던 28일 경기도 광주의 한 야구장. 5명의 '야구 미생'들이 KBO 신인드래프트 트라이아웃에 참가했다. 2017년 이후 가장 적은 인원이었지만, 도전자들의 면면은 관심을 모으기 충분했다. 인기 야구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 중인 내야수 황영묵에게는 여러 방송 카메라가 따라붙었고, 마이너리그를 경험하고 돌아온 유일한 투수 참가자 진우영의 공 하나하나에는 스카우트들의 눈이 반짝였다.

두 선수에게 스포트라이트가 향한 가운데, 한 참가자가 포수 마스크를 쓴 채 묵묵히 홈플레이트 뒤에 앉아 있었다. 마스크 사이에 흐르는 빗물을 훔쳐가며 진우영의 공을 받을 때마다 '나이스 볼!'을 크게 외친 포수 참가자. 홀로 프로 구단의 유니폼을 입고 있지만 세자릿수 등번호 122번을 달고 있는 한화 불펜 포수 도승현이었다.
3년 전 대학 시절까지 투수로 뛰었던 도승현은 2020년 11월 한화 불펜 포수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첫해 받은 연봉은 2,200만 원, 그리고 해마다 1년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 그럼에도 묵묵히 버티는 건 프로 데뷔의 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다음은 트라이아웃 현장에서 도승현과 만나 나눈 일문일답.


Q. 트라이아웃 마친 소감이 어떠신가요.

- 후련합니다. 하지만 미련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죠. 오늘은 제가 2년 동안 너무나도 기다렸던 시간이고 너무나도 기대했던 시간이었습니다. 비가 와서 아쉽지만, 최대한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했습니다.

Q. 현재 불펜 포수로 활동 중인데 트라이아웃에 참가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

- 한화 1군 투수들의 공을 받을 때 형들이 '잘 잡아줘서 고맙다.' 그런 말을 해주세요. 그럴 때마다 '내가 잘 잡는구나!', '이게 장점이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제가 계속 야구 하기를 원하셨는데, 그 와중에 트라이아웃 공고가 떠서 참가 신청을 했고 최근엔 평소보다 2시간 일찍 출근해서 개인 운동을 해왔어요.

Q. 불펜 포수의 일과를 간단히 소개해주신다면요.

- 2시에 1군 선수들 개인 훈련이 시작되면, 저는 그보다 1시간 전에 무조건 경기장에 나와서 다 세팅을 해놓죠. 그리고 타자 도와주고, 투수 도와주고, 배팅볼 던져주고 그러면 어느덧 경기가 시작돼요. 그럼 저는 불펜으로 가서 공을 받죠. 경기가 끝나면 이제 도구들이랑 공 정리해야 해요. 그 다음은 로진 같은 것까지 다 정리하고 들어가요. 불펜에서 더그아웃 들어올 때 딱 그 생각이 들어요. 나도 여기서 한번 해보고 싶다. 저랑 함께하는 투수들이 잘 던지면 뿌듯해요. 저도 경기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당연히 들어요.

Q. 트라이아웃 참가한다고 하니 특별히 응원을 해준 선수가 있나요?

- (박)상원이 형이 '잘하고 와라', '넌 최고 포수다' 이런 식으로 얘기해주셔서 정말 기뻤습니다.

Q. 테스트 이야기를 해보자면, 2루 송구가 굉장히 빠르고 정확했던 것 같아요.

- 대전 홈 구장은 이곳보다 2루까지의 거리가 좀 멀긴 한데, 그때 팝 타임이 2초 00 나왔던 기억이 있어요.


Q. 프로 가서 달고 싶은 등번호가 있나요?

- 아마추어 시절처럼 두자릿수 달고 싶어요. 경주고 시절에 그 지역에 에이스 투수가 41번이 유행했었어요. 그래서 대학에 편입할 때도 41번을 달고 뛰었는데 야구가 잘 되더라고요. 그래서 41번 달고 싶습니다.

Q. 자신의 강점을 마지막으로 어필한다면.

- 저는 끝까지 하려는 의지가 있습니다. 1997년생인 제가 여기서 가장 나이가 많은데요. 나이 어린 선수들이 많이 참가했지만, 그 선수들 못지않게 몸 상태를 만들었고 훈련할 시간도 없었지만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어디서든 훈련을 하려고 노력했습니다. '일이 곧 훈련이다'는 생각으로 긍정적으로 훈련했습니다. 저는 투수 출신이다 보니까 2루까지 강한 어깨로 공을 뿌릴 수 있어서 그게 최대 장점입니다.
인터뷰를 마무리할 때쯤 누나에게 전화가 왔다. 누나는 SSG에서 치어리더로 활동 중인 도정은 씨. 야구라는 울타리 안에서 남매는 서로의 꿈을 응원하고 있다.

Q. 두 분이 경기장에서 따로 만난 적도 있나요?

- (도승현) 올 시즌은 한 3, 4경기 만났어요. 그때마다 한화 더그아웃으로 꼭 와주더라고요. 누나는 평소에도 제게 응원을 해주며 북돋아 주고 멘탈 정리를 해주는 카톡을 많이 보내주기도 해요.

Q. 그라운드 반대편에서 동생을 바라보면 마음이 어떤가요?

- (도정은) 마음 아프죠. 동생도 같이 선수로 뛰었으면 좋겠는데, 불펜 포수로도 열심히 역할을 잘 하고는 있지만 그래도 더 잘 됐으면 좋겠어요. 저랑 승현이가 같은 야구장에서 각자 치어리더로, 프로 선수로 순간을 함께 하는 게 어머니 꿈이기도 하거든요. 승현아! 우리 9월 14일(신인드래프트) 좋은 소식 기다리자!

박재웅 기자(menaldo@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ports/article/6519236_361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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