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눈치에 출시한 ETF, 두달 됐는데 오히려 180억 쪼그라들었다
삼성자산운용, AUM 500억으로 설정했다가 최근 320억으로 낮춰
상장 전부터 시끄러웠는데…두 달 만에 운용사 부담 드러나
한국거래소가 코스닥 우량 기업만 모아놓은 ‘코스닥 세그먼트’ 도입을 역점 과제로 추진하면서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관련 상품을 내놨으나 출시 두 달이 지났음에도 투자자들이 몰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해당 상품의 몸집은 200억원 가까이 줄었다. 거래소가 운용사를 설득한 끝에 두 곳에서 관련 ETF를 내놨지만 거래량이 예상보다 적어 고전하고 있는 모양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KODEX코스닥글로벌’의 유동성공급자(LP)들은 이달 24~25일 이틀에 걸쳐 삼성자산운용에 해당 상장지수펀드(ETF) 200만주를 환매했다. 이에 따라 기존 500만주였던 상장 주수는 300만주로 줄었고, 순자산총액(AUM)은 500억원에서 이날 기준 320억원으로 감소했다.
KODEX코스닥글로벌은 에코프로비엠, 셀트리온헬스케어, 엘앤에프 등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 기업을 구성 종목으로 하는 ETF다. 코스닥 글로벌 세그먼트란 한국거래소가 시가총액과 경영 투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코스닥 상장 종목 중에서 우량 기업만을 선정하는 제도다.
지난해 한국거래소는 한국 증시가 합당한 평가를 받도록 하겠다며 코스닥의 시장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 글로벌 세그먼트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코스닥 시장에서 차별화된 포트폴리오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당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글로벌 세그먼트 제도에 대해 “차별화된 시장 관리 서비스를 통해 코스닥 시장 전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것으로 본다”며 “기관과 외국인의 중장기 투자 수요를 계속 유인하는 게 목적”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운용사는 관련 상품 출시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운용사들이 코스닥글로벌 ETF 출시를 망설인 주된 이유는 ETF를 만드는 데 들인 품에 비해 투자 수요는 이에 못 미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었다.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로만 이뤄진 ETF도 흥행 성공을 담보할 수 없는데 그보다 하위 시장인 코스닥 시장 상장 종목만으로는 투자자들의 반응을 끌어내기 쉽지 않다는 뜻이다.
더불어 운용사가 글로벌 세그먼트 기업의 주식을 많이 갖고 있지 않다는 점도 문제였다. 운용사는 ETF를 상장하기 위해 증권사와 LP 계약을 맺는데, 시장에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는 LP는 ETF의 호가를 계속해 내야 한다. 이 과정에서 LP가 리스크를 헤지하려면 ETF 구성 종목을 충분히 들고 있어야 하는데 상황이 여의찮으면 운용사에서 해당 종목을 빌리기도 한다. 즉 운용사는 LP에 빌려줄 정도로 충분히 구성 종목들을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손 이사장이 한 해 역점 과제라고 할 정도로 추진한 제도지만 운용사가 관련 상품 출시에 머뭇댔다. 그러자 한국거래소는 운용사가 코스닥글로벌 ETF를 운용하기 편하도록 지수를 설계하기도 했다. 코스닥 글로벌 기업의 정기 지정일 이후 4거래일이 지난 다음 거래일에 정기 지정을 반영하고, 특정 종목의 비율이 전체 종목 중 25%를 넘지 않도록 캡을 씌운 게 대표적이다.
결국 ETF 운용사 24곳 중 업계 1, 2위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만이 코스닥글로벌 ETF를 출시했다. 글로벌 세그먼트 제도를 도입한 지 7개월 만에 상장됐다는 점, 업계 2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상장 폐지(AUM 50억원)를 면할 정도인 AUM 100억원으로 코스닥글로벌ETF를 설정했다는 점으로 미루어봤을 때 해당 상품은 운용사엔 부담이었다.
운용사가 예측했던 투자 수요 저조는 상장 이후 현실화했다. 상장한 날부터 삼성자산운용이 해당 ETF의 몸집을 줄이기 전날까지 개인 투자자들은 KODEX코스닥글로벌을 불과 6억원어치만 매수했다. TIGER 코스닥글로벌 역시 같은 기간 2억6441만원어치 사들이는 데 그쳤다. 삼성자산운용이 해당 ETF의 몸집을 줄인 이유인 셈이다.
삼성자산운용은 “현재 거래량 수준에 맞춰 일시적으로 규모를 낮춘 것”이라며 “매수량이 많아지면 ETF의 사이즈는 다시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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