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현정 "미모 덕 많이 봤지만…빈 껍데기 안 되려 노력" [인터뷰]
아이즈 ize 김나라 기자
배우 고현정이 데뷔 34년 만에 처음으로 장르물에 도전, 신선한 마스크를 보여주며 전 세계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화제의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마스크걸'(각색 연출 김용훈)은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작품.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2020)의 김용훈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특히 '마스크걸'은 외모지상주의가 낳은 폐해를 비롯해 혐오적 시선, 익명성, 스토킹, 젠더 이슈 등 각종 사회 문제로 뻗어나가는 파격적인 전개로 몰입감을 높인다. 수위 높은 장르물인 만큼 주인공 김모미 또한 남다르다. 강한 개성에, 3인 1역의 도전적인 캐릭터. 여기에 34년 차 배우 고현정의 출연까지 흥미를 돋운다. 고현정은 "지금까지 없었던 시도"라며 과감히 뛰어들어 신선한 충격을 더했다.
'마스크걸' 출연에 대해 고현정은 "사실 작품에 굉장히 고파 있었다. 그간 여러 가지 사건들이 많이 있어서(웃음). 연기만 할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올까, 나도 그런 작품을 만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계속했다. 그러던 중에 '마스크걸'을 만난 거다"고 남다른 의미를 강조했다.
그는 "배우로서 '마스크걸'을 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건 없지만, 나에게 어떻게 이런 장르물이 다가왔을까 정말 반가웠다. 그저 운이 좋았다는 생각이다. 제가 늘 원했던 작품이라, 정말 열심히 잘하고 싶었다. 어울리는 것의 기쁨을 아주아주 신나게 느꼈다"고 뜨거운 열정을 내비쳤다.
3인 1역도 부담보다 가슴 뛰게 만든 지점이었다고. 고현정은 "여러 사람과 같이 할 수밖에 없는 구조, 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는 시나리오라 더 좋았다. 내가 이 안에 무난하게 껴서 하나의 퍼즐로 맞춰지고 싶었다. 제가 마지막 부분인 것도 좋았다. 저보다 더 어린 나이를 연기하는 게 아니라 실제 제 나이와 비슷한 인물을 표현해서 더 사실적이고 억지스럽지 않을 수 있었다"고 협업의 즐거움을 전했다.
후배 나나, 이한별의 김모미 열연은 어떻게 봤을까. 먼저 나나에 대해선 "모미가 된 상태로 현장에 오더라. 나나가 정말 모미였지 않았을까, 제가 받은 느낌은 그랬다. 흑화한 모미를 잘 표현했다. 배우로서 희생해야 할 부분, 너그러워져야 할 부분 등 융통성 면에서도 최선을 다했다고 본다. 인사성도 참 밝다"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한별에 대해선 "처음 보자마자 압도당했다. (원작 웹툰과의) 높은 싱크로율에 '헉 대박, 우와 모미구나' 이랬다. 제가 배우병이 있는 건지 모르겠지만, 이한별을 보는데 저를 보는 것 같았다. 이한별의 그 자연스러움에 '나도 옛날에 이랬지' 하는 마음이 들어서 안아줬다. '너무 고생했다'는 말도 해줬는데 마치 어릴 때 내게 얘기해 주는 듯했다. '그때 너는 힘들었고 그래도 최선을 다한 거다'라고. 또 이한별에게서 굉장한 내공을 느꼈다. 그가 배우로서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많이 된다"라고 높이 샀다.
뿐만 아니라 고현정은 주오남 역의 안재홍, 주오남의 엄마 김경자 역의 염혜란의 연기에 대해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는 "안재홍에게 밀렸다 했는데 염혜란이 나오고 저는 끝났다. 제가 졌다(웃음). 배우가 새로운 역할을 맡아서 연기를 한다면 '아, 연기란 이렇게 해야 하는구나' 싶더라. 두 분을 보며 반성하게 됐고, 더 욕심이 났다. 저도 감독님이 하자는 대로 'NO(노)' 한 거 없이 웬만하면 직접 다 부딪히고 떨어지고 액션을 다 해냈다. 근데 그런 것도 이미 그분들은 기본으로 하시지 않았나. '나 뭐 했지? 더 했어야 했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 배우로서 '한참 멀었다'는 좋은 자극을 받았고 배우고 싶었다"라고 치켜세웠다.
고현정은 지난 1989년 미스코리아 선 출신으로 떡잎부터 미모와 떼려야 뗄 수 없는 대한민국 대표미녀로 통한다. 그럼에도 그는 '얼태기'(얼굴+권태기)를 언급, 이목을 끌었다. "자기 얼굴에 만족할 때도 있겠지만 아무리 이쁜 사람도 '얼태기'를 느낄 거다. '저 얼굴이 내 얼굴이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생각도 한다. 제가 요즘 '얼태기'가 온 거다. 너무 똘망 똘망한 얼굴이 아니고 페이소스도 좀 있는 얼굴이었다면 더 다양한 역할이 들어오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을 하던 중에 '마스크걸' 시나리오를 받은 거다"라고 '얼태기' 극복기를 밝혀 웃음을 자아냈다.
이내 고현정은 '미모'에 대한 생각을 솔직하게 터놓았다. 그는 "어떻게 보면 제가 외모로 데뷔하지 않았나. 그래서 그때는 제가 괜찮은지 알았다. 중간에 없어졌다가 다시 나왔을 때도 진짜 외모 덕인 줄 알았다. 제가 모질게 떠났음에도 외모 극찬을 해주시니까, 따뜻하게 맞아주신 것도 외모 덕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내가 진짜 예쁜가?', 피부는 뭐가 안 나니까 좋은 것 같긴 하더라(웃음). 활동하며 여러 구설에도 오르고 난관에 봉착하기도 했는데 이럴 때 보면서 고현정에게 외모란 모든 사람에게 있는 외모와 다르지 않다. 똑같다 싶었다. 그보다 저는 뭐라고 할까, 운이 8할이라는 생각이다. 운이 참 좋은 것 같다. '마스크걸'을 하게 된 것도 그렇고, 감독님이 저라는 사람을 두고 이런 장르물을 생각하셨다는 게 신기하다. 장르물을 무척 좋아하지만 저한테는 오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외모는 별로 중요하지 않구나, 한 번 더 느끼게 된 순간이었고 '마스크걸'이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고현정은 거듭 "특화된 역할로 소비되고 싶은 마음이 정말 얼마나 간절했는지, 이걸 말할 수 있게 된 것도 운이 좋다는 생각이다"며 "물론, 외모가 많은 부분 도움이 됐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간절히 바란 게 있느냐'라는 마음인 것 같다. 외모란 배우 고현정에게 처음이자 끝이지만, 근데 빈 껍데기가 안 되기 위해 노력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라고 연기 열정을 드러냈다.
또한 고현정은 '마스크걸'에 대해 "많은 분이 모성 얘기를 하시는데 '마스크걸'이 모성을 말하는 것 같진 않다. 모든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걱정, 남에겐 '뭘 그런 걸 걱정해 괜찮아' 이럴 수 있는 문제인데 본인한테는 치명적인 고민이 있지 않나. 이런 저변에 깔려 있는 이중성, 정리되지 않은 개개인의 애착, 나에 대한 정의, 자존감 등 그런 것들을 표현하려 한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원작에선 적나라하게 세게 나왔는데 그 긴 작품을 액기스만 뽑아서 7개 에피소드로 녹이려 하니 마지막 모성이 강하게 나타나긴 했다. 모미가 생각한 모성은 '염치가 없다'이다. 김경자도 잘 표현된 모성은 아니지만 부러워했을 것 같다. 모미는 끝내 모성으로 가지 못했으니까"라는 해석을 내놓았다.
끝으로 그는 "밝은 작품을 진짜 해보고 싶다"며 "검사, 변호사, 판사 등 따지고 드는 건 그만하고 싶다. '여우야 뭐하니'(2006)나 제 데뷔작인 '대추나무 사랑걸렸네'(1990) 말숙이 같은 밝은 걸 하고 싶다. 제 안에도 그게 많다. 힘 안 들이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 늙기 전에, 절 갖다 쓰셔도 좋지 않을까 싶다. 김용훈 감독님과 작업하며 '착함의 힘' '바른 것의 힘'이 크다는 걸 많이 느꼈는데 다음에도 꼭 써달라고 그랬다. 다 해주고 싶을 만큼 굉장히 행복했고 현장이 좋다는 걸 느꼈는데, 밝은 작품이면 더 재밌지 않을까 싶다"라고 강한 활동 의지를 보이며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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