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혜란 "10살 어린 안재홍母 '너무해' 생각도..'마스크걸'로 장르물 이해" (종합) [인터뷰]

연휘선 2023. 8. 29. 1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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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연휘선 기자] 불과 10살 어린 배우 안재홍의 엄마 역할을 맡았지만 감쪽같이 소화했다. 진짜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탈을 쓰고 차력에 가까운 열연으로 기선을 제압한다. 어떤 작품에서도 강한 존재감을 보여주는 자신만의 마스트를 가진 배우 염혜란을 만나봤다.

염혜란은 2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걸'(극본, 감독 김용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매미, 희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 삼아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각색됐다. 

이 가운데 염혜란은 마스크걸 김모미(이한별, 나나, 고현정 분)를 짝사랑하는 남자 주오남(안재홍 분)의 엄마 김경자 역으로 열연했다. 주오남이 김모미와 극적인 이야기로 얽히는 만큼 김경자는 극 후반부에서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기며 활약한다. 앞서 넷플릭스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에서 강현남 역으로 인상 깊은 활약을 보여준 염혜란이 다시 한번 넷플릭스 작품 '마스크걸'로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팬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고 있다.

염혜란은 "사실 공개되기 전에 웹툰으로 유명한 작품이라 기존 팬 분들은 어떻게 보셨을까 궁금했다. 워낙 파격적인 이야기라 걱정하기도 했는데 굉장히 잘 봐주신 것 같아서 굉장히 기분 좋은 요즘이다"라며 웃었다. 특히 그는 '염혜란의 연기 차력쇼'라는 반응까지 나오고 있는 것에 대해 "처음엔 너무 좋았다. 나중엔 어떤 의미일까 생각하게 됐다. 제가 차력에 관련한 연극을 했는데 차력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장르는 아니지 않나. 보는 데에 힘든 장르다 보니 칭찬으로만은 들리지 않았다"라고 털어놨다. 

실제로 '마스크걸' 공개 직후 '김경자가 진짜 주인공'이라는 반응이 있을 정도로 염혜란의 인상은 강렬했다. 정작 염혜란은 "그 말이 불편할 정도다. 모미를 이한별, 나나, 고현정 세 분이 나눠서 연기해서 그렇지 제가 주인공은 아니었다. 저도 이야기를 보고 '모미'가 마음 속에 크게 자리를 잡았다. 저는 그 말이 칭찬으로만 들리지는 않았다. 너무 감사하긴 했다. 분량 때문에 그런 것 같다. 한 인물이 통틀어서 시리즈를 가져가서 그런 것 같다"라고 했다. 

극적인 열연으로 호평받은 염혜란은 "사실 처음엔 '안재홍의 엄마라니 너무한 거 아니야?'라고 생각했다"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실제 1976년생인 염혜란과 1986년생인 안재홍은 불과 10살 차이다. 다만 그는 "그래도 자꾸 내 아들이라고 생각하니 안재홍 배우와 만났을 때 너무 반가웠다. 사실 엄마와 아들인데 극 중에서 만나는 장면이 두 번 뿐이다. 촬영으로는 3~4회차 밖에 안 됐다. 혼자서 연기하던 사람들이 만나니 너무 반가웠다"라며 웃었다. 

염혜란은 겸손하게 표현했으나 '마스크걸'에서 김경자는 사소한 부분까지 쉽지 않은 캐릭터였다. 특수분장도 소화해야 했고, 노구를 이끌고 장총을 쏘는 액션도 소화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염혜란은 아들의 시체를 부여잡고 오열하는 등 급격한 감정의 파고를 소화했다. 또한 그는 2시간의 특수분장을 감내하는가 하면, 물 공포증에 맞서 12시간에 가까운 수중 촬영까지 소화했다. 약간의 킥복싱을 배워 액션의 맛을 살린 것도 염혜란이 김경자의 디테일을 살리기 위해 노력한 부분이었다.

특히 김경자는 편협함의 정도가 극에 달한 캐릭터다. 김모미부터 주오남, 김경자 등 다양한 인물들이 아슬아슬하게 '정도의 차이'를 보이며 공감과 비판의 경계를 넘나드는 바. 이와 관련 염혜란은 "(김경자가) 비난만 받을 인물이라면 선택하기 어려웠을 것 같다. 그래서 중점을 둔 게 공감과 비판을 동시에 받아야 한다고 봤다. 지금까지 살아온 삶, 아들이 이렇게 처참하게 죽었다면 충분히 공감받을 것과 함께 당연히 비판도 받아야 한다고 봤다"라고 밝혔다.

그는 "그래서 감독님과 가장 의견이 달랐던 게 3부였다. 2부까진 가도 되는데 3부에서 죄도 하나도 없는 영혼을 그렇게 하는 게 맞냐는 생각이 들었다. 김미모(김모미의 딸, 신예서 분)와 찍는 장면에서 '이게 맞느냐'라고 했다. 제가 너무 울어서 감독님이 잘라내고 덜 우는 걸 찍으셨을 거다. 미모가 하는 말들이 아들에게 듣고 싶은 말들이었다. 정말 듣고 싶은 대상한테는 못 듣고 미모한테 듣지 않나. 그래서 갈등됐다. 그게 갈등이 전혀 없으면 김경자를 쳐다도 보기 싫을 것 같더라. 그 갈등이 정말 중요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마지막으로 갈수록, 제 복수의 총구가 모미로만 향해있을 때에는 '그래도 공감하겠지' 싶었는데 죄없는 사람한테 갈 때는 보기 힘들더라. 그런데 그게 이 장르의 매력이기도 했다. 모든 인물이 다 공감하려고 하면 '거기까지 간다고?'라는 생각을 했다. 김경자도 그랬다. '엄마가 싫지만 저런 부분도 있지', '저것 까진 아니지'라는 생각을 하게 하더라. 그게 이 작품이 갖는 매력이었다. 이 매력을 잘 살려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죽이는 장면도 보여줄지, 말지. 최종 결론이 우발적인 상해를 입히고 죽이는 장면까지 직접적으로 나오진 않도록 했다"라고 설명했다. 

그렇기에 염혜란은 김경자가 미모가 손녀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어땠을지 제안해보기도 했다. 채택되지 않았지만 김경자에 대한 공감의 폭을 넓히기 위해 염혜란 또한 가능성의 폭을 넓힌 셈이었다. 더불어 그는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어떤 엔딩을 맞이할지. 사건이 아닌 어떤 마무리를 할지가 정말 궁금했다. 그는 어렸을 때 모미가 '사랑받고 싶어요'라고 얘기하지 않나. 결국 '마스크걸'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랑이었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텐데. 모미도 있는 그대로 인정받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주는 울림이 컸다"라고 힘주어 말했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마스크의 소유자이자 디테일을 살리는 배우. 그런 염혜란은 최근작들로 연달아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경이로운 소문' 시즌1, 2는 물론 '더 글로리'와 '마스크걸'까지 모두 호평받으며 '믿고 보는 배우'로 다시 한번 사랑받는 중이다. 염혜란의 전성기라고 봐도 될까. 그는 "저는 길게 보고 싶어서 전성기라고 확언하고 싶지 않다"라고 웃은 뒤 "세월이 지나서 생각해보면 '전성기' 의미가 달라지실 것 같다. 전성기 의미를 다르게 볼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때는 시청률과 상관 없이 정말 내게 큰 도전이라면 그 작품을 만난 게 전성기일 수도 있어서 의미가 시대마다 달라질 것 같다. 지금이 참 좋은 시기는 맞는 것 같다"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대신 그는 "작품을 보는 눈이 높아져서 걱정"이라고 너스레를 떨며 "너무 좋은 작품을 만나서 눈이 높아진 건 있다. 과연 내가 열심히 했지만 시청률이 안 나오는 작품도 있을 거다. 정성껏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담대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의미 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배우가 되면 좋겠다 생각한다. 그런 시기를 피할 수 없을 거다. 화제작은 감사하지만 앞으로 이렇지 않더라고 의미있는 작업을 하면 좋겠다 생각한다"라고 했다. 

염혜란은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 대해 "그때 그때 (다른) 결정을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제 마음을 움직인 게 뭘까 생각하면 '메시지'였다.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은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뭘까 생각했다. 그런 메시지가 있는 걸 선호했다"라고 털어놨다. 이어 '마스크걸'에 대해 그는 "처음에는 이 작품이 제가 너무 좋아하는 결의 작품은 아니었다. 저는 소도 때려잡게 생겼지만 그런 장르물 정말 못 본다. 피가 나오고 사람이 죽어가는 걸 못 본다. 이미 저는 그게 소품인 걸 알아도 거리를 둬야 하고 못 본다. 너무 힘들다. 그런데 이 작품이 제겐 너무 셌다. 처음부터 좋아하게될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걸 상쇄시켜주고 장르적 재미를 느끼게 해주신 분이 감독님이었다. 이게 장르적으로 재미있더라. 장르 안에서 현실과 거리감이 있어서 장르적 재미를 주더라. 그 이야기를 만든 건 감독님이었다. 그걸 너무 잘해주셨다. 물론 모든 스태프들이 함께 만들어주신 거다. 저한테 장르적인 재미는 이런 거라고 알려주셨다. 그 재미를 아는 분들을 이해하게 됐다"라고 했다.

더불어 "전에는 못 본 작품이 정말 많은데 그 재미 때문에 시청자들이 보고 있다는 걸 이해하게 됐다. 그 안에 메시지도 내가 온전한 마스크를 벗고 세상과 대면할 수 있게 되길 바라는 작품이었다. 나의 추함도 사랑받고,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그 걸 장르로 전해주는 작품이라고 봤다. 그런 의미가 있다고 느꼈다"라고 강조했다. 

담대하고 싶다는 열망 만큼 실제 염혜란은 담백하지 만은 못했다. 그는 "사실 단단하지 못하다. 맨날 시청률 보고 맨날 확인한다. 저의 경우엔 어쩔 수 없더라"라고 멋쩍어 하며 "대신 그게 목표는 되지 않으려 노력한다. 지금 너무 좋아진 게 언제든 좋은 작품을 다시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연극은 '이 좋은 작품이 지금 밖에 없어요'라고 하는 게 너무 아쉬웠다. 현장성이 너무 소중해서 초연의 느낌이 너무 귀한 느낌이다. 그걸 찍어도 감동을 함께 할 수 없다. 시간을 함께 해야만 느낄 수 있는 장르라 좋아하면서도 아쉬웠다. 그런데 드라마는 보관이 된다. 가장 좋았던 장면을 모아서 심혈을 기울여서 내놓은 작품을 이번에 놓치면 또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그래서 시청률이 목표가 되진 않는다. 물론 몰라주시면 안타깝다. '내가 왜 이 부분을 놓쳤지?'하는 소통의 부분을 가져갈 수밖에 없다. 그런 피드백에 대해서는 자유롭지 않은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에 염혜란은 지난 2021년 공개된 영화 '빛과 철'을 아픈 손가락으로 꼽았다. 그는 "처음으로 관객수가 안타까웠다. 그 전에도 많았는데 코로나19가  심각할 때라 국제영화제에 참석도 못하고, 정말 완성도에 있어서 정말 뛰어났다. 어떤 분이 관객수가 너무 안타깝다고 하더라. 제가 조금 더 티켓파워가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내 파워가 왜 그렇게 안 될까 고민도 됐다. 항상 조연으로 있다가 큰 롤을 맡아서 더 그랬나보더라. 이 정성을 알아주시면 좋겠다 생각했다. 동료배우가 '그게 그렇게 관객들이 올 작품이야?'라고 하더라. 폄하하는 게 아니라 흥행몰이를 할 작품이 아니라고 하더라. 그럴 수도 있다고 그 때 생각했다. 그래서 시청률이나 관객수 같은 흥행이 되면 좋지만, 그렇지 않아도 의미 있는 작품인데 완성도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힘주어 밝혔다.

끝으로 염혜란은 "'믿보배(믿고 보는 배우)' 수식어의 부담감은 여전하다. 언제든 제가 실망시킬 수 있다라는 걸 충분히 알기 때문에 그 부담이 생겨도 내려놓자고 생각한다. 그 본질에 집중하려고 한다. 그냥 길게, 오래 가는 배우였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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