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차·UAM 지킬 방패… SKT, `양자보안통신` 표준 이끈다

김나인 2023. 8. 2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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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해킹 원천차단할 기술
2030년엔 24조 시장 전망
SKT "국제표준 수립으로
글로벌 시장 선도하겠다"
심동희 SK텔레콤 혁신사업추진팀장이 서울 중구 삼화타워에서 가진 간담회에서 양자보안통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SKT 제공
양자보안통신 예시. SKT 제공

IBM, 구글, 아마존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양자컴퓨팅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는 가운데 SK텔레콤이 '양자보안통신' 글로벌 표준 주도에 나선다. 스마트폰, 자율주행차, UAM(도심항공교통), 무기 등 기술 산업을 포함한 전 산업에서 보안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양자컴퓨팅 시대에 맞는 암호보안 기술을 확보하면 전 산업에서 주도권을 갖게 될 전망이다.

SK텔레콤은 29일부터 9월 8일까지 일산 킨텍스에 개최되는 'ITU-T 정보보호연구반(SG17)' 국제회의에서 '양자보안통신(QSC)' 표준 관련 논의를 시작했다.

ITU-T 내에는 11개 산하 연구반이 있다. 이 중 정보보호연구반(SG17)은 보안에 특화된 조직으로, 연 2회 국제회의를 갖고 보안 관련 국제표준·기술보고서 활동을 한다. SG17 회의 한국 유치는 SG17이 구성된 2001년 이후 2006년 상반기 회의(제주)에 이어 두 번째로, 17년 만이다. 이번 회의에는 전세계 44여개국에서 350여 명의 사이버 보안 전문가가 참석한다.

◇양자컴퓨터와 양자통신기술은 '창과 방패'=양자암호통신은 양자의 물리적 특성을 이용하는 기술로, 불법 도·감청과 해킹을 원천 차단할 수 있다.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이 발간한 '양자정보기술백서'에 따르면, 양자암호통신 글로벌 시장은 2022년 이후 연평균 39.8% 성장해 오는 2030년 24조5793억원 규모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슈퍼컴퓨터보다 성능이 수억배 뛰어난 양자컴퓨터가 산업 전반의 헤게모니를 좌우할 핵심 기술로 떠오른 상황에서 양자컴퓨팅과 양자통신기술이 '창과 방패'의 역할을 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양자컴퓨터의 공격으로부터 통신 전 과정을 보호하기 위해 QKD(양자키분배기술)와 PQC(양자내성암호)의 장점을 결합해 시너지를 내는 양자보안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QKD는 양자역학을 기반으로 원칙적으로는 해킹이 불가능할 정도로 보안 강도가 높다. 다만, HW(하드웨어) 기반 기술이다 보니 사업자가 물리적인 키 분배장치를 구간마다 설치하고 운용해야 한다. PQC는 수학적 난제를 활용해 양자컴퓨터가 풀어내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리도록 하는 암호화 방식으로, SW(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로 구현이 가능해 확장성이 뛰어나지만 난제를 풀면 무력화될 가능성도 있다.

◇양자키분배기술·양자내성암호 '믹스&매치' 전략=SK텔레콤은 각 기술의 장점을 취합해 통합·관리하는 솔루션 연구를 하고 있다. 한 구간에 두 기술을 모두 사용해 보안 강도를 극대화하는 것도 가능하다. 가령 데이터센터에서 스마트폰까지 통신이 이뤄지는 경우 유선망을 사용하는 IDC에서 인터넷망 구간과, 교환국과 기지국 구간에는 QKD를 적용하고, 무선망 기반의 기지국과 스마트폰 사이에는 PQC를 적용하는 식이다. 이를 통해 보안 수준을 높일 수 있다.

SK텔레콤은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시행되는 차기 연구 회기에서 정보보호연구반 내 양자암호통신 관련 내용을 다루는 실무 작업반의 표준화 영역을 양자기술 전반으로 확장하자는 내용의 기고를 제출해 이번 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다.

양자컴퓨터는 패러다임 체인저로 주목받지만 아직 초기 시장이다. 미국, 중국, EU(유럽연합) 등은 일찌감치 투자에 나서 이 분야를 주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이들 국가에 비해 최소 10년가량 뒤처졌다는 평을 받는다.

본격적인 양자컴퓨팅 상용화보다 양자암호보안 표준을 선점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양자보안 실무반 의장을 맡은 심동희(사진) SK텔레콤 혁신사업팀장은 "보험을 드는 것과 같다. 양자컴퓨팅 상용화 이후 개발하게 되면 5~10년은 걸리는 만큼 미리 대비해야 한다"면서 "QKD 기술의 경우 저가화·소형화 과정이 필요하고 생태계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UAM·자율주행차·드론도 양자보안으로 무장한다=SK텔레콤은 양자보안을 우선 통신분야에 적용하고 B2B(기업간거래), B2C(기업과소비자간거래) 시장에서 상용화할 계획이다. 보안이 필수인 군사·공공분야뿐 아니라 UAM·자율주행차·드론 등에도 적용할 수 있다. SK텔레콤은 삼성전자와 양자폰을 출시하며 저변 넓히기에도 공들이고 있다.

SK텔레콤은 양자보안 국제표준 수립을 바탕으로 시장을 충분히 선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이 회사는 2016년 상용 LTE망, 2019년 서울·대전 구간 5G망에 양자키분배기를 성공적으로 적용했다.

SK스퀘어 자회사인 IDQ, SK브로드밴드, ETSI(유럽전기통신표준협회)에서 각기 다른 제조사의 통신장비로 구성된 양자암호망 운용 표준 수립과 실증을 진행하고 있다. 국내뿐 아니라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 등 해외 기업과 장비 연동 표준을 수립하고, ETSI 참여 회원사인 도시바 등과도 표준화 기술 개발을 하고 있다. 심 팀장은 "다른 사업자에 비해 양자암호기술을 가장 먼 거리 구간에서 구현할 수 있는 것이 강점"이라며 "SKT는 QKD, PQC, QRNG(양자난수생성)기술을 모두 보유한 양자 기술기업"이라고 말했다.

하민용 SKT CDO(최고사업개발책임자)는 "국제회의에서 상호보완적인 양자암호통신과 양자내성암호의 장점을 활용한 차세대 보안 기술의 표준 수립을 주도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며 "양자암호통신 관련 연구와 사업을 통해 글로벌 시장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김나인기자 silkni@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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