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감자 인권 개선하라” 바레인 옥중 단식 800명 넘어…‘아랍의 봄’ 재현되나
환경 개선·인권 보호 등 요구하며 단식
바레인 당국, 긴급회의 열고 대응책 논의
인권단체 “여전히 부족…석방하라” 호소
2011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 당시 가장 잔인하게 시위대를 진압했다는 평가를 받는 바레인에서 대규모 옥중 단식 투쟁이 펼쳐지고 있다. 단식 투쟁에 참여한 상당수는 12년 전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다가 투옥된 정치범으로, 감옥에서 자행되는 고문과 구타 등 잔혹 행위 근절을 요구하며 농성에 나섰다.
알자지라에 따르면 바레인 당국은 28일(현지시간) 단식 투쟁 참가자가 800명을 돌파했다는 보고를 받고 긴급회의를 개최했다. 바레인 교도소 5곳에선 지난 9일부터 수감 환경 개선과 인권 보호 등을 요구한 정치범들의 옥중 단식이 진행됐는데, 바레인 인권단체인 민주주의협회(BIRD)는 이날까지 804명이 단식 대열에 합류했다고 밝혔다.
바레인은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을 진압하는 과정에서 무자비한 공권력 행사로 국제사회로부터 거센 비난을 받았다. 특히 소수인 수니파가 다수인 시아파를 통치하는 상황에서 시위가 들불처럼 번지자 과잉 대응했다는 의심을 받았다. 수감자 대부분 종신형을 선고받고 10년 이상 감옥에 갇혀 있다. BIRD에 따르면 야외 활동은 하루 1시간으로 제한되고, 성고문과 전기고문, 구타 등이 버젓이 자행되고 있다. 종교 행사 참여도 금지됐다.
특히 병원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사망하는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아랍의 봄’ 당시 투옥됐던 에브라힘 샤리프 바레인 전국민주행동협회 사무총장은 알자지라에 “전기고문 후유증으로 사망한 동료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번 단식 투쟁은 매년 노벨평화상 후보로 거론되는 바레인 대표 인권운동가인 압둘하디 알하와자가 이끌고 있다. 그는 2011년 종신형을 선고받고 수감 중인데, 이미 2012년 110일간의 단식 투쟁을 벌인 바 있다. 알하와자의 딸인 마리암은 알자지라와의 인터뷰에서 “단식 투쟁으로 아버지의 심장마비 위험이 커졌다”며 “녹내장은 물론 심한 구타로 턱이 으스러지는 등 건강 상태가 상당히 좋지 않다”고 호소했다.
바레인 당국은 옥중 단식 투쟁 초반엔 참가자가 소수에 그치자 이를 무시했다. 하지만 순식간에 800명 이상으로 불어나자 황급히 회의를 열어 대책 마련에 나섰다. 당국은 인권단체 관계자들을 회의에 불러 야외 활동을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리고, 면회 제도 개선과 건강 검진 강화 등을 제안했다.
바레인 내무부는 또 성명을 내고 “수감자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해 학업을 끝낼 수 있도록 협력하겠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일단 회의가 지나치게 늦게 시작됐다”며 “정부는 여전히 수감자들의 핵심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반발했다.
이번 릴레이 옥중 단식이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 분위기를 재현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레인 사상 최대 규모의 단식 투쟁”이라며 “2011년 이후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라고 진단했고, 국제앰네스티는 “알하와자는 지금 즉시 무조건 석방돼야 한다”고 힘을 보탰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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