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미넴, 미 공화당 라마스와미에게 “내 노래 선거운동 사용하지 마”
래퍼 에미넴이 미국 공화당 대선 경선에 출마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비벡 라마스와미에게 자신의 히트곡 ‘루즈 유어셀프(Lose yourself)’를 선거 운동에 활용하지 말라고 요구했다.
영국 데일리메일과 CNN등은 28일(현지시간) 음악 라이선스 제공자 BMI가 “마샬 B. 매더스(에미넴의 본명)에게서 라마스와미가 자신의 곡을 사용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서한을 받았다”며 “앞으로 선거 운동에 에미넴의 곡 사용에 대한 허가를 취소한다”라고 라마스와미 측에 알렸다고 보도했다. 에미넴이 BMI에 보낸 서한은 지난 23일 발송됐으며 데일리메일이 최초 입수해 보도했다.
라마스와미는 편지 발송 11일 전 열린 아이오와주 박람회에서 공화당 소속인 킴 레이놀즈 주지사에게서 ‘가장 좋아하는 퇴장곡을 불러달라’는 요청을 받고 청중 앞에서 루즈 유어셀프를 불렀다.
루즈 유어셀프는 2002년 개봉한 에미넴의 자전적 영화 ‘8마일’ 수록곡이다. 영화는 미국 북동부 몰락한 제조업 도시 디트로이트를 배경으로 가난한 백인 가정 출신인 에미넴이 래퍼가 되는 과정을 그렸다. 루즈 유어셀프는 에미넴의 음악과 삶을 상징하는 대표곡이다.
라마스와미 측은 공화당 경선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어느 정도 유명세를 얻은 뒤 이 노래를 부르는 장면을 담은 영상을 인터넷에 공개했다. 라마스와미는 에미넴의 오랜 팬이었으며 에미넴과 달리 의사와 엔지니어를 부모로 둔 중산층 가정에서 자랐지만 인도계 소수자로서 에미넴의 가사에 공감했다고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밝힌 바 있다.
라마스와미는 하버드대 재학 시절 다 벡(De Vek)이라는 예명의 래퍼로 활동하면서 자유지상주의(리버테리언) 이념을 담은 곡을 불렀다. 그는 공화당 경선에서 자신을 ‘트럼프 2.0’이라 칭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38세인 그는 젊음을 활용해 공화당을 더 다양하고 젊은 유권자와 연결하겠다고 약속하며 “기후변화는 사기”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라마스와미 측은 BMI의 서한에 대해 “라마스와미가 무대에 오르자마자 퇴장했다”며 “아쉽지만 랩은 진짜 ‘리얼 슬림 셰이디’(에미넴)에게 맡겨야 겠다”고 밝혔다. 리얼 슬림 셰이디는 에미넴의 또 다른 히트곡 제목이다. 에미넴의 뜻을 존중하겠다는 의미이다.
미국 정치권의 선거운동 노래 활용은 음악계에 민감한 주제이다. 원곡을 부른 가수나 작사·작곡가가 해당 정치인을 지지하는 것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공화당 측이 가수나 저작권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노래를 활용한다는 것에 대한 불만이 높았다.
롤링스톤스의 리더 믹 재거와 로드, 시아, 블론디 등 가수 50여명은 2020년 대선 때 민주당과 공화당에 서한을 보내 “선거운동 등 정치행사에서 노래를 쓰기 전에 노래를 녹음한 가수와 작사가에게 허락을 얻으라”고 촉구했다.
퍼렐 윌리엄스, 리한나, 에어로스미스, 아델은 지난 두 차례 선거에서 트럼프 측이 자신의 곡을 무단으로 사용했다고 불만을 토로한 바 있다. 믹 재거는 2020년 트럼프 측이 자신의 히트곡 ‘유 캔트 얼웨이즈 겟 왓 유 원트(You Can‘t Always Get What You Want)’를 무단으로 계속 사용할 경우 소송하겠다고 경고까지 했다.
https://www.khan.co.kr/world/world-general/article/202308251629001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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