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4세 승계 포기' 선언 큰 성과…삼성 수직적 지배구조 해법 못 찾아"
[아이뉴스24 장유미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2020년 5월 선언한 '4세 승계 포기' 발언이 가장 잘한 업적이라고 봅니다."
김우진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은 29일 공개된 '2022년 연간 보고서'에서 인터뷰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김 위원은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로, 2020년 2월 준감위 출범 이후 지금까지 만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1~2기에 걸쳐 가장 위원회 활동을 오래 유지한 인물이다. 위원회 합류는 김지형 전 대법관(준감위 초대 위원장)을 통해 이뤄졌다.
앞서 이 회장은 지난 2020년 5월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발생한 준법의무 위반 행위에 대해 사과하며 '4세 경영 포기'를 선언한 바 있다. 당시 이 회장은 "저와 삼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많은 논란은 근본적으로 승계 문제에서 비롯된 게 사실"이라며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약속드린다. 이제는 경영권 승계 문제로 더 이상 논란이 생기지 않도록 제 아이들에게 회사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을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김 위원은 "재벌 그룹의 승계 이슈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관심이나 감시의 정도가 계속 높아지고 있는 현실에서 그간 많은 일들이 있었다"며 "이재용 회장의 발언에 진정성이 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앞으로는) 회사가 총수의 지배력 없이도 제대로 운영될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며 "포스코나 KT처럼 회사를 지배하는 총수일가가 없는 경우 정치권 입김에서 자유롭기 힘들다는 점 등도 잘 살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김 위원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을 비롯해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등 과거 사건들처럼 위법 소지가 있는 이슈들이 앞으로 있어선 안된다는 사명감을 가지고 위원회 활동을 해왔다고 강조했다. 일반 주주의 지분에 따른 정당한 이익이 지배주주 이익과의 관계에서 왜곡되지 않도록 하는 것에 대해서도 집중적으로 살펴봤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은 호암상을 삼성 호암상으로 명칭을 바꾼 것도 기억에 남는 일로 꼽았다.
김 위원은 "단순히 상 이름을 바꿨다기 보다 어떻게 보면 지배주주 일가에 가려져 있던 일반주주의 권리에 주의를 기울이게 된 상징적인 예"라며 "호암상을 처음 만들 때는 범(汎) 삼성가인 CJ, 신세계 등에서도 출연을 했기 때문에 삼성 이름 대신 호암이라는 이병철 창업 회장 호를 썼지만, 지금은 CJ, 신세계는 빠지고 삼성 일부 관계사에서 기부하는 돈으로만 상을 운영하므로 일반 주주 입장을 고려한다면 삼성을 빠뜨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김 위원이 활동하고 있는 준감위 2기는 지난해 2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33회의 정기회의, 임시회의(서면결의 포함)를 실시했다. 준감위는 지난해 인권 우선 경영, 공정하고 투명한 경영, ESG 경영 등 3대 중점 과제의 실현을 위한 활동과 이 회장 및 관계사 대표이사 등 최고경영진과 간담회 등도 진행했다.
이찬희 삼성 준법감시위원회 위원장은 발간사에서 "수직적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준법감시위원회와 회사 모두 다양한 모델을 연구 검토하면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면서도 "삼성의 수직적 지배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아직 명쾌한 해법을 찾아내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삼성은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의 분리를 대부분 관계사에서 실천하고 있다"며 "사외이사를 비롯한 이사회 권한 강화, 50%가 넘는 여성 사외이사 비율 등 수평적 지배구조 개선에 앞장서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경영진의 중요 사안 결정 전 준감위 검토 절차가 삼성 안에서 더 이상 낯설게 느끼지 않다는 점도 높게 평가했다.
이 위원장은 "준법경영이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기업 문화로 체질화하고 있다"며 "준감위와 삼성은 준법경영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2인3각' 동반자라는 신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또 중국 당나라 시대 비석 구성궁예천명에 적힌 글귀 '인완기화 아취기실(人玩其華 我取其實·사람들은 꽃의 화려함을 즐기지만 나는 그 열매를 취할 것이라는 뜻)'을 인용하며 "2기 준감위가 조용하다는 말을 자주 듣지만, 겉으로 드러나는 화려함을 넘어 질박하고 단단한 내실을 추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준감위는 준법경영을 훼손하는 외압을 막아주는 방파제가 되고자 한다"며 "대내외 의견을 경청하고 현장을 방문하는 등 끊임없이 소통해 '숨어있는 1인치의 위법 가능성'조차 선제적으로 제거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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