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카드 직원, 협력사와 공모… 105억 횡령

금감원, 검찰에 배임 혐의 고발

[사진=롯데카드]

롯데카드 직원들이 협력업체와 부실한 계약을 맺은 뒤 협력업체 대표와 짜고 100억원이 넘는 회삿돈을 빼돌린 혐의가 드러났다.

29일 금융감독원은 롯데카드 직원 2명과 협력업체 대표를 업무상 배임 협의로 검찰에 지난 14일 고발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4일 롯데카드는 직원들의 업무상 배임 혐의를 금감원에 보고했고, 금감원은 이틀 뒤인 6일 현장검사에 착수했다.

금감원의 검사 결과에 따르면 롯데카드 마케팅팀 직원 2명은 협력업체 대표와 공모해 롯데카드가 부실한 제휴 계약을 맺도록 했다. 프로모션 계약 내용이 불분명하고 프로모션 실적 확인수단도 없이, 카드발급 회원당 연 비용(1인당 1만6000원)을 정액 선지급하는 구조의 이례적인 계약이었다.

롯데카드는 해당 계약을 통해 2020년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34회에 걸쳐 협력업체에 105억원을 지급했다. 마케팅팀 직원 2명은 105억원 가운데 66억원을 페이퍼컴퍼니 및 가족회사를 통해 빼돌린 뒤 부동산 개발 투자, 자동차·상품권 구매 등에 쓴 것으로 파악됐다.

나머지 39억원은 협력업체가 가져간 것으로 드러났다. 구체적인 사용처는 수사기관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감원은 협력업체가 프로모션 계약 이행에 사용한 자금은 일부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금감원은 롯데카드의 내부 통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금감원은 "롯데카드는 이번 제휴 업체 선정, 계약 체결 등의 과정에서 계약서 세부 조항 검토 미흡 등 내부 통제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며 "협력업체와 계약 내용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사후에 인지했음에도 별도 조치를 하지 않아 사고액이 커졌다"고 밝혔다.

아울러 카드 제휴 서비스는 카드사 영업 부서가 직접 운영하는 게 일반적임에도 롯데카드는 마케팅팀 직원들이 제휴 서비스를 외부 업체에 일괄해 위탁하도록 했다. 협력업체 선정 과정에서도 입찰 담당 부서가 있음에도 문제의 마케팅팀이 입찰을 직접 진행했다. 입찰 설명회 생략과 입찰 조건 및 평가자도 임의로 선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롯데카드의 내부 통제 실패에 책임 있는 임직원을 엄중히 조치하도록 하고, 내부 통제 체계 전반을 점검 및 개선하도록 지도했다. 또 모든 카드사를 대상으로 유사 사례가 있는지 자체 점검한 이후 특이 사항을 금감원에 보고 하도록 했다.

임성원기자 sone@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