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 조직행동학의 지각 오류
반면 워렌 하딩(W. Harding)같이 정치적 배경이나 실력은 없었지만, 단지 외모가 중후하고 수려하다는 이유로 1920년 미국 대통령에 압도적으로 당선된 사람도 있다. 지금도 그는 역대 대통령 중 가장 무능하다고 평가된다. 사람들은 당당한 체구와 멋진 외모를 보면 그의 리더십과 업무 능력도 출중하리라고 지레 짐작하는 후광효과(Halo Effect)에서 판단 오류를 범한다. 삼국지연의는 경영자에게 이런 점을 봉추 방통(鳳雛 龐統)의 예를 들어 경고한다. 유비가 방통의 추한 외모만 보고 그렇고 그런 사람이라 짐작해서 시골 현감으로 보냈다. 그가 일은 안하고 놀기만 한다는 말을 듣고 장비를 보냈다. 이에 방통은 껄껄 웃으면서 반 나절 만에 밀린 송사를 깔끔하게 처리하니 유비는 그를 불러 중용했다는 내용이 그것이다.
수많은 조직이론은 효율성과 생존을, 조직설계론은 전략과 사람 중심의 조직구조를 강조한다. 조직이론과 조직설계를 이해했다면 경영자는 이젠 조직에서 그 구성원인 자연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이해하여 정확한 의사결정, 동기부여 등 조직 운영에 활용하여야 한다. 그것이 ‘조직행동학(Organizational Behavior)’이다. 여기서 자연인은 법인과 대치되는 개념에서 사람을 의미한다. 과거 경영학은 경제, 회계, 재무 그리고 마케팅 등에만 주된 비중을 두었고, 사람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사람에 대해서는 심리학, 윤리학, 철학, 사회학 또는 정치학에서 다뤘지만, 최근의 경영학은 ‘조직행동학’이 생산성을 높이는 등 조직 관리와 운영에 중요하다고 인식하여 중요 부분으로 다루고 있다.
조직행동학에서 다루는 첫번쨰 분야가 불완전한 자연인으로서 조직원이 갖는 지각(Perception)과 그 오류이다. 지각이란 사람이 환경, 현상, 타인 등을 감지하고, 자신의 기준에 따라 해석, 평가, 판단하는 일련의 인지 과정을 말한다. 그 지각에서 사실과 다르게 인지하는 것이 ‘지각오류’이다. 흔히 생기는 지각오류의 원인과 그 예방을 위한 경영자의 노력에 대해 약술한다.
첫째, 위에 말한 후광효과(Halo Effect)이다. 사물이나 사람의 한 면만 보고 전체를 그럴 것이라고 판단하는 오류이다. 잘 생긴 사람이 반드시 리더십이 좋고 능력 있는 것은 아니다. 서울 관악구 낙성대(落星垈)에서 출생한 강감찬 장군은 원래 문인이며, 키가 작고 풍채도 없었지만 나라를 구한 고려시대 최고의 무인으로 추앙 받고 있다.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실상과 본성을 파악하려는 인류의 오랜 노력이 철학이고 종교이다. 경영자에게는 객관적 시선과 사고가 늘 필요하다. 어떤 사람이 속한 집단만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그 사람을 선입관적으로 판단하는 것도 후광효과로 인한 오류를 일으킨다. 예를 들어 공대생은 문학적 소질이 없을 것이라고 예단하는 것이다.
둘째, 자기 위주의 편향적 사고로 인한 오류이다. 잘되면 내적 요인인 내 능력, 못되면 외적 요인인 남 탓 또는 환경에 돌리는 사고이다. 자신 또는 타인의 행동에서 그 원인을 추측해 내는 것을 ‘귀인(歸因)이론(Attribution Theory)’이라 한다. 귀인은 원인의 귀결점인데, 행위자의 성격, 감정, 능력, 의지 등 내부 요인에서 찾는 ‘내부 귀인’과 강요, 환경, 불운 등 외부 요인에서 찾는 ‘외부 귀인’이 있다.
귀인이 경영학에서 의미 있는 이유는 성과에 대해 어떤 귀인을 가지는가에 따라 모티베이션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나의 실패가 내부 귀인(능력의 한계)이라면 실망하여 다시 시도하기 어렵게 되지만, 외부 귀인이라고 믿으면 큰 실망없이 다시 시도하는 동기가 된다. 다른 예로는, 영업 담당자가 이번 달 목표 달성의 귀인이 내부, 즉 자신의 능력과 노력에 있다고 믿으면 다음 달에도 목표 달성의 가능성이 높고 쉽게 동기 부여가 된다는 점이다.
귀인이론은 리더십에서도 의미가 있다. 리더가 한 조직원의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을 보고 생각없이 즉각적으로 비난하는 경우는 내부 귀인을 외부 귀인보다 더 크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회의 시간에 한 번 늦은 부하에게 그 이유 즉, 외부 귀인 존재 여부도 묻지 않고 대뜸 “천성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비난하는 것이다. 리더는 귀인이 내부인지 외부인지 신중히 생각한 후 행동해야 한다.
셋째, 선택적 지각(Selective Perception)에 의한 오류이다. 어떤 사건이나 외부 상황을 객관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자신의 경험이나 입장만 근거하여 인지하는 오류이다. 수평, 수직적 조직원이나 외부인과의 관계에서 선택적 지각을 하는 사람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고 동감하는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업무 능력과 리더십도 떨어진다. 이는 세계적 경영사상가 다니엘 골만(Daniel Goleman)이 1995년 <감성지능’(Emotional Intelligence)> 책에서 발표한 연구의 결과이다. 즉 지능(IQ)과 뛰어난 업무능력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없으나, 업무 능력이 뛰어난 사람은 감성지능(EQ)도 높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이다.
‘감성지능’이란 단순히 타인의 감정을 잘 공감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감성지능이 높다는 것은 자신과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할 뿐만 아니라, 자신이 타인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을 잘 알고, 자신의 부정적 감정을 통제, 조절할 줄 알며, 그렇게 함으로써 스스로 동기부여(Self-motivating) 되기 때문에 타인의 감성에 적절히 대처하여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 유지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리더는 높은 지능(IQ)과 감성지능을 2대 8로 조합하여 가진 사람이라고 다니엘 골만은 주장하였다. 사람은 항상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만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조직원들의 높은 감성지능은 선택적 지각에 의한 오류를 예방한다.
넷째, 아무런 인과관계나 규칙없이 우연히 발생한 사건에 대해 의미를 부여하고 그것을 믿는 ‘임의적 오류(Randomness Error)’이다. 빨간 넥타이를 맨 날 우연히 중요한 협상이 잘된 적이 있었다. 그 후에도 그것을 무슨 신의 계시처럼 믿어 그렇게 계속 행동하는 것이 임의적 오류이다. 이런 지각 오류에 대한 예방 방법은 과학적, 통계적 사고와 의식적 목표 설정과 그 실행을 위한 관리이다.
1968년에 나온 ‘목표설정 이론’이 있다. 이 이론의 배경은 1953년 에일(Yale) 대 졸업반 학생들에 대한 조사에서 시작된다. 조사 대상 학생들에게 “삶의 목표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3%는 문서화 된 목표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고, 10%는 마음속에 있다고 답했다. 나머지 87%는 아예 목표가 없다고 답했다. 20년 후인 1973년 그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문서화 된 목표를 가진 3%는 최 상류층, 마음 속 목표를 가진 10%는 상류층, 무 목표 87%는 중, 하류층으로 밝혀졌다. 조직이든 자연인이든 목표가 있어야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다만 그 목표는 가치와 달성 기한이 있으며 구체적이고 측정 가능하여 실현 가능성 있는 것이라는 다섯 가지 조건이 붙는다.
정보화 사회에서 인간의 지각능력은 한없이 확장되는 것 같지만 한계가 있다. 그 한계를 넘어 범람하는 정보의 홍수시대에 인간은 자신의 능동적 지각 대신 더 많은 타인의 지각을 받고자 행동한다. 주변으로부터 심지어는 불특정 다수의 타인에게서라도 인정(Recognition)과 관심(Attention)을 받고자 노력한다. 이미 인플루언서(Influencer)나 셀렙(Celebrity)에게 불특정 다수의 관심은 재산이 된 사회이다.
SNS에서 일면식도 없는 타인에게 관심을 표할 수 있다면, 같은 조직의 구성원에게 관심을 표현하고 감정지능을 발휘하는 것은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고 필요하다. 특히 리더나 경영자는 그렇게 함으로써 조직의 목적과 목표를 효율적으로 달성하는데 한 걸음 다가갈 수 있다. 경영자는 인간이 범할 수 있는 위 4가지 지각오류를 최소화하도록 시간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너의 장미꽃을 그렇게 소중하게 만든 것은 네가 그 꽃에 들인 시간”이라고 말했다. 경영자에 그의 조직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가 그 조직 구성원의 이해와 동기부여에 할애한 시간 때문이다.
[진의환 매경경영지원본부 칼럼니스트/ 현) 소프트랜더스 고문/ 서울대학교 산학협력 교수]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아이 안낳을수 없네” 맞벌이 억대연봉 저리대출…신생아 특공 신설 - 매일경제
- “보는 순간 성욕 느꼈다”…처음 본 여성 만지고 상체 올라탄 남성 - 매일경제
- 이러니 성공하면 ‘제네시스’ 타겠지…벤츠·BMW 물리친 美친 존재감 [왜몰랐을카] - 매일경제
- [속보] 내달부터 스쿨존도 밤에는 시속 50㎞까지 운전 - 매일경제
- 1990년 당시로 돌아가나…“엔화가치, 달러당 155엔 갈 수도” - 매일경제
- [속보] 尹대통령 “모든 현장 경찰에 저위험 권총 보급” - 매일경제
- [속보] ‘분당 흉기난동범’ 최원종 車에 치인 20대 여성 사망 - 매일경제
- ‘88올림픽 상징’ 잠실경기장 싹 바뀐다…2026년말 준공 - 매일경제
- [단독] 주호민, 특수교사에 ‘카톡 갑질’ 정황...선처한다면서 유죄의견 제출 - 매일경제
- ‘기자회견 패스’ 클린스만의 바람 “이강인 부상으로 차질 생겨 곤란, 빨리 회복해 AG 정상 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