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강호-김지운의 5번째 영화 《거미집》, 관객 옭아맬 ‘걸작’될까
1970년대 음악‧의상 등으로 차별화…“과감하고 새로운 재미 줄 것”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영화 속의 영화'. 김지운 감독이 2023년 그려낸 독특한 필모그래피 《거미집》에 대한 설명이다. 그동안 신선한 소재와 탁월한 미장센으로 대중의 사랑을 받아온 김 감독은 영화 촬영장에서 일어난 소동극을 이번 영화의 주재료로 삼았다.
영화는 1970년대 영화 촬영장을 배경으로, 걸작을 완성하기 위한 영화 감독의 광기에 가까운 집착을 담아냈다. 시나리오와 완성물이 모두 검열을 받아야 했던 '이중 검열'의 시대, 여러 난관을 극복하며 영화를 다시 촬영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소동을 다룬 이야기다. 다음 달 개봉을 예고한 《거미집》은 칸 국제 영화제 등에 초청되면서 이미 국제적인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이 영화가 관객들을 옭아맬 '걸작'이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는 뭘까.
"섭외가 가장 큰 미션…배우들의 위력 확인할 수 있을 것"
이 영화를 통해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는 다섯 번째 만났다. 김 감독의 초기 단편 영화까지 포함하면 여섯 번째다. 《조용한 가족》(1998), 《반칙왕》(20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까지, 무려 25년의 세월을 관통해 이어진 인연이다. 이 영화들은 모두 화제를 일으키거나 흥행에 성공해 김지운-송강호가 '믿고 보는 조합'임을 입증한 바 있다.
두 사람의 신뢰도 강력하다. 김 감독에게 송강호라는 배우는 '대체 불가한 배우'고, 송강호에게 김 감독은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주는 감독'이다. 김 감독은 29일 서울 용산 CGV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송강호씨는 영화의 신을 완성시키는 위력을 가지고 있는 유일무이한 배우이고, 제 영화의 구세주"라고 언급했다.
송강호는 "(김 감독은) 장르적인 변주를 통해 새로운 영화에 대한 갈증을 풀어준다. 김 감독은 헤어나올 수 없는 '거미집'과 같다"고 언급했다. 25년 전 《반칙왕》을 김 감독과 함께 했던 송강호는, 초창기 김 감독이 영화를 통해 보여준 창의성과 독보적인 감각을 가장 비슷하게 구현한 작품이 《거미집》이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자신이 생각하는 '원석'들을 영화에 담은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은 각자의 재능을 한 작품에 녹여낸 작품"이라며 '배우들의 앙상블'을 작품의 강점으로 강조했다. 김 감독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앙상블'이다. 내가 아는 배우들 중 가장 대사를 잘 가지고 노는 배우들을 섭외했다"며 "발음이 정확하고 유창한 배우들을 모셔와 새로운 재미를 줄 수 있는 한국식 앙상블 코미디를 제대로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의도대로 잘 표현이 됐고, 배우들의 위력을 영화를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 드라마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배우를 섭외하는 것이 가장 큰 미션이었다는 설명이다. 김 감독은 오정세, 임수정, 전여빈 등 배우들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오정세에 대해서는 '대사의 완급을 조절하면서 쫄깃한 맛을 내는 배우'라고 언급했고, 전여빈은 '틀을 가지고 있지 않은 배우'라고 호평했다. 영화 속 베테랑 배우 역할에는 임수정을 캐스팅해 《장화, 홍련》(2003) 이후 20년 만의 만남을 이뤘다.
송강호는 이 배우들과의 호흡에 대해 "이 영화를 찍으면서 《공동경비구역 JSA》(2000)과 《살인의 추억》(2003) 등 이전에 앙상블 연기를 했던 작품들이 떠올랐다. 함께 작업하기를 꿈꿨던 배우들을 만나 촬영하면서, 과거와 같은 쾌감을 영화 촬영 현장에서 느꼈다"고 말했다.
'색다른 재미' 지닌 영화…70년대 어떻게 구현했나
특히 감독과 배우진이 자부한 것은 '과감하고 새로운 재미'다. 팬데믹 이후 한국의 영화 산업이 위기를 마주했을 때, 김 감독도 영화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다. 결론은 식상한 영화에 지친 관객들에게 색다른 재미를 주고 싶다는 것이었다. 영화의 호황기에 여러 영화들이 각기 다른 생김새를 통해 관객을 끌어 들였던 것처럼, 《거미집》은 관객들이 다시 '영화'를 생각하게 하는 특별한 영화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영화 속 영화는 내용을 바꿔가는 과정에서 치정 멜로, 스릴러, 재난물, 호러물 등으로 장르가 변주된다. 《거미집》의 흑백 포스터는 호러물의 느낌을 전달함과 동시에 1970년대의 고전 영화의 이미지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며 그 시대를 떠올리는 장치로 기능한다.
영화가 촬영 세트장을 배경으로 하는 만큼 그 시대 의상 분장실과 사무실을 구현하는 것도 중요했다. 그 당시 유행했던 의상과 화장 기법을 통해 배우들의 시간을 1970년대로 옮겼다. "1970년대는 화려하고, 멋과 낭만이 존재했던 시기다. (영화에 등장하는) 스태프 배역 한 명까지 그 시대의 사람으로 표현하기 위해 100벌이 넘는 의상을 제작했다"고 최의영 의상실장은 설명했다.
배경 음악은 1970년대 히트곡 중 김 감독이 좋아하는 노래들로 꾸려졌다. 신중현이 작사‧작곡한 김추자의 《나뭇잎이 떨어져서》, 사랑과평화의 《한동안 뜸 했었지》 등 그 시대를 수놓은 노래가 영화에 등장한다. 영화의 OST는 경쾌한 시대상들을 잘 반영하는 곡들로, 하이라이트 장면과 어울리지 않는 프랑스 고전 명곡의 배치 역시 작품 속의 색다른 묘미가 될 것이라고 김 감독은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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