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 골퍼들이 컷 탈락만큼 두려워하는 ‘그들만의 리그’ [임정우의 스리 퍼트]
긴장감과 집중력 크게 떨어져
선두권과 격차로 우승·톱10 등
구체적인 목표 설정도 어려워
몇몇 선수들은 상황 받아들여
다음 대회 준비·스스로 동기부여
확실한 이유가 있다. 긴장감과 집중력이 떨어진 상황에서 경기에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몇몇 선수들은 이 상황에 대해 “대회가 아닌 연습 라운드를 치르는 것처럼 아무 느낌이 없다. 동반 플레이를 하는 선수들의 가족을 제외하고는 아무도 따라다니지 않아 힘이 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우승과 톱10 등 확실한 목표를 설정하는 게 어려운 만큼 프로 골퍼들은 그들만의 리그에 속하는 걸 최대한 피하고 싶어한다.
마스터스와 디오픈 등 4개의 메이저 대회와 플레이어스 챔피언십과 아놀드파머 인비테이셔널 등은 셋째 날부터 1번홀에서 모든 선수가 경기를 시작하는 원 웨이로 열린다. 예외는 있다. 올해 마스터스처럼 기상 악화로 인해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대회 완주가 불가능할 때는 투 웨이로 변경하기도 한다.
이외에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대부분의 대회는 1번홀과 10번홀에서 경기를 시작하는 투 웨이로 진행된다.
1번홀과 10번홀 티잉 그라운드에 오른 선수들의 마음가짐은 어떻게 다를까. 가장 큰 차이는 목표 설정에 있다. 1번홀에서 시작하는 선수들은 톱10과 톱5, 우승 등 확실한 목표를 갖고 주말 경기에 나선다. 그러나 10번홀로 나가는 선수들의 경우 1번홀에서 출발하는 선수들과 다르게 현실적으로 상위권 진입이 어려운 만큼 구체적인 목표를 설정하기 어렵다.
코리안투어에서 활동 중인 한 선수는 “30위 이내로 컷을 통과하면 주말에 어떻게든 톱10에 진입하겠다는 비장한 각오로 무장한다. 그러나 컷을 가까스로 통과하면 세부적인 목표가 아닌 무작정 순위를 끌어올리겠다는 막연한 목표를 세우게 된다”고 말했다.
3라운드 때는 상황이 그나마 낫다. 최종일 경기를 1번홀에서 시작하겠다는 확실한 동기부여가 있어서다. 지난해 KPGA선수권대회 우승자 신상훈처럼 셋째 날 첫 티샷을 10번홀에서 날리고도 정상에 오른 몇몇 사례가 있는 만큼 마지막 날에는 그들만의 리그를 벗어나겠다는 선수들의 의지는 엄청나다.
다음 대회 선전을 위해 퍼터를 바꾸거나 새로운 스윙으로 경기하는 등 변화를 주는 선수들도 있다. 코리안투어 통산 상금랭킹 1위 박상현은 “매 대회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샷과 컨디션 난조로 성적이 좋지 않을 때는 다음 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으로 삼기도 한다”며 “한 대회가 아닌 한 시즌 전체 일정을 보고 컨디션을 조절하는 게 중요하다. 주말 경기를 10번홀에서 시작한다고 해서 쉽게 포기하거나 공이 안 맞는다와 같은 부정적인 생각에 사로잡히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동기부여를 위해 가족들 또는 스윙코치 등과 간단한 내기를 하는 선수들도 있다. KLPGA 투어를 누비고 있는 한 선수는 “확실한 목표가 없으면 절대 골프를 잘 칠 수 없다. 그래서 가족들과 몇 타 이상 치면 저녁 사기 등 내기를 하기도 한다”며 “그들만의 리그에서 벗어나는 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하반기에는 상반기와 다르게 최대한 많은 대회에서 1번홀에서 첫 티샷을 날리면 좋겠다”고 웃으며 말했다.
박현경과 임희정, 박결 등 팬클럽 회원들은 성적이 좋지 않을 때 선수들이 힘을 낼 수 있도록 더욱더 적극적으로 응원한다고 밝혔다. KLPGA 투어 한 선수의 팬클럽 회원은 “우승 경쟁을 펼칠 때만큼 많은 팬들이 모이는 게 평일 성적이 좋지 않아 주말 경기를 10번홀에서 시작할 때”라며 “성적에 상관 없이 응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조금이나마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면 좋겠다는 마음에 더 열렬히 응원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우리 선수가 힘을 낼 수 있도록 응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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