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D 예산 칼질 속 '국가전략기술' 증액…3개 분야 '임무중심 로드맵' 수립
정부가 국가전략기술인 이차전지,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모빌리티 3개 분야에 대해 '임무중심 로드맵'을 수립했다고 밝혔다. 2024년 연구개발(R&D) 예산이 전년대비 감축된 가운데 정부는 12대 국가전략기술 투자액을 지난해보다 6.3% 늘렸다고 발표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9일 제3회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를 개최하고 첫번째 국가전략기술 임무중심 전략로드맵을 심의·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번 로드맵은 이차전자, 반도체·디스플레이, 첨단 모빌리티 3개 분야를 대상으로 수립됐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제1차 과학기술자문회의 전원회의에서 의결한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의 후속조치다.
권석민 과기정통부 과학기술정책국장은 이번 로드맵에 대해 "9월 시행을 앞둔 국가전략기술육성특별법에 발맞춰 범부처 R&D 정책의 우선순위 설정과 전략성 확보를 목적으로 국정과제 차원에서 추진됐다"고 설명했다.
권 국장에 따르면 정부는 이번 로드맵 수립과정에서 임무 중심적 접근, 국가적 필요성과 실현가능성을 고려한 최상위 전략 제시, 투자와 정책의 연계에 중점을 뒀다.
임무중심적 접근을 위해 '다다익선'적인 기술확보가 아닌 경제안보 관점 분석을 기초로 분석했다. 2030년까지 달성해야 할 임무를 설정한 뒤 임무 달성의 핵심 길목기술을 확인했다.
●이차전지, 리튬이온전지 한계수준 극대화·광물자립형 차세대 기술 확보
이차전지 분야는 ‘이차전지 기술강국 수성’을 목표로 리튬이온전지 셀·소재, 차세대 이차전지, 이차전지 모듈·시스템, 재사용·재활용 등 4개 중점기술별 세부 목표가 제시됐다.
구체적으로는 이론적 한계 수준의 350Wh/kg급 에너지밀도 구현이라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하이니켈 양극재(니켈 90% 이상), 실리콘계 음극재(실리콘 20% 이상) 등 핵심소재 확보를 핵심 임무로 설정했다.
이어 반·전고체 전지 상용화(400Wh/kg)를 추진한다. 특히 광물확보 경쟁 격화에 대비해 리튬을 부존량이 풍부한 나트륨으로 대체하는 나트륨이온전지(220Wh/kg 이상) 핵심기술 투자 확대를 진행한다.
이차전지 생태계 조성 방안으로는 핵심광물 수급지도 개발 등 세계 광물확보를 위한 패키지 지원, 완성차 업체 협업을 통한 사용후배터리 관리 고도화, 공급망 기업의 소재·부품 검증을 포함한 오픈 이노베이션 강화 등을 제시했다.
●반도체·디스플레이, 저전력·고효율 인공지능 반도체 개발
반도체 분야는 저전력, 고효율화를 핵심 과제로 정했다. 막대한 전력이 소모되는 인공지능(AI) 기술의 확장에 대비한다는 설명이다. 관련해 ‘메모리 1위 수성 + AI반도체 신격차 확보’을 목표로 고집적·저항기반 메모리, 고성능·저전력 인공지능 반도체, 첨단패키징, 전력반도체, 고성능 센서, 소재·부품·장비 등 6개 중점기술 중심의 로드맵을 수립했다.
AI 연산에 최적화된 저전력·고효율화를 위해 기존보다 효율이 10배 가량 높은 1와트(W)당 10테라플롭스(TFLOPS)급의 설계 기술을 개발한다. AI 반도체의 클라우드·데이터센터 본격 적용을 위한 실증·소프트웨어 개발을 핵심 목표로 설정했다.
이와 함께 자성소자 기반(MRAM)·저항기반(PRAM) 차세대 메모리 소자, 이종집적 칩렛 후공정(패키징), 화합물 전력반도체, 극한환경용 전원자립형 센서 등을 중점기술별 AI 구현에 최적화된 임무·핵심기술로 설정했다.
디스플레이 분야는 저전력, 고해상도, 고밝기 등 초고성능화를 위해 5nm 이하의 마이크로 발광다이오드(LED) 소자 구현을 주요 임무로 추진한다. 중점기술은 무기발광, 유연·신축(프리폼), 소재·부품·장비 등 3가지를 설정했다.
●첨단 모빌리티, 완전자율주행 상용화 위해 표준·인증 선점
첨단 모빌리티 분야는 수용성·안정성·친환경성 구현’을 목표로 자율주행시스템, 도심항공교통, 전기·수소차 등 3가지 중점기술을 분석했다.
2027년 상용화가 목표인 완전자율주행과 관련해선 기존 규제·인프라 개선 중심 접근을 보완하는 고성능 인공지능·컴퓨팅 기술을 확보한다. 기존 대비 10배 수준의 연산성능를 토대로 예측되지 않은 환경에서도 설명·제어가 가능한 학습형 자율주행 구현에 나선다.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주도권 향배를 좌우할 것으로 예상되는 보안 ·안전성 관련 표준 ·인증 선점도 적극 추진한다.
주영창 과기정통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국가전략기술 특위 위원장)은 “국가전략기술 육성의 핵심 방향은 임무중심적·전략적 연구개발 및 세계 수준의 핵심인재 양성"이라며 "이번 회의를 통해 전략기술 육성을 위한 세부적인 전략 수립이 본격화됐다"고 말했다.
이날 전략기술특위는 전략로드맵과 함께 인재 확보 전략을 비공개 안건으로 상정하고 논의했다. 이 안건은 향후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이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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