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집은, 파티 같은 영화"…김지운X송강호, 믿고 보는 대작 (보고회)
[Dispatch=정태윤기자] "천편일률적인 영화에 지친 여러분께 색다른 즐거움을 드리겠습니다." (김지운 감독)
팬데믹 3년. 한국 영화 산업의 분위기는 판이해졌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란 무엇인가'를 다시 고민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영화 '거미집'이다.
"스스로에게 근본적인 질문을 던졌습니다. 그 답이 '거미집'이고요. 식상한 소재, 어디서 본 것 같은 이야기가 아닙니다. 더 과감하고 파티 같은 맛으로 만들었습니다." (김지운)
영화 '거미집' 측이 29일 서울 용산아이파크 CGV에서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김지운 감독,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이 참석했다.
'거미집'은 1970년대 영화 '거미집'의 이야기다. 김 감독은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다.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렸다.
쟁쟁한 배우들이 등장한다. 베테랑 송강호부터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까지. 김지운 감독은 영화 작업 중 캐스팅에 가장 큰 공을 들였다.
김 감독은 "저희 영화는 앙상블 연기가 가장 중요하다. 티키타카가 난무한다. 앙상블 코미디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대사를 잘 다룰 줄 아는 배우를 찾았다. "정확성, 유창함, 막힘 없이 흘러가는, 딕션의 장인들을 모셔 왔다"며 "좋은 배우들 덕분에 의도대로 잘 표현된 것 같다"고 말했다.
송강호가 영화 감독 '김열'을 맡았다. 김열은 화려했던 데뷔작 이후 싸구려 치정극 전문이라는 혹평에 시달린다. 영화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나올 거라는 집념으로 재촬영을 감행한다.
송강호는 "김열은 걸작을 만들고 싶다는 욕망에 가득 찬 인물이다"며 "카메라 앞에만 있다가 뒤에 있으니 편하더라. 제 마음대로 놀아봤다"고 전했다.
김 감독과 송강호는 무려 5번째 만남이다. 두 사람은 영화 '조용한 가족', '반칙왕',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 '밀정', 그리고 '거미집'을 함께 했다.
송강호는 "'거미집'은 초창기 김지운 감독의 모습이 보인다"며 "'조용한 가족'과 '반칙왕' 때의 독보적인 감각과 창의력을 가장 많이 닮은 영화"라고 자신했다.
김 감독은 "송강호는 제게 대체 불가한 배우다. 신을 다 찍고 약간 허전한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때 송강호의 클로즈업을 붙여봤더니 완결되는 느낌이 들었다"며 "존재감만으로 신을 완성하는 배우"라고 칭찬했다.
임수정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로 나선다. 민자는 갑자기 바뀐 대본부터 스케줄 등 아수라장이 된 촬영장에 소환된다.
김 감독과 20년 만에 재회했다. 임수정은 "'장화, 홍련'에선 연기를 막 시작할 때였다. 그런데 20년이 지나 베테랑 배우 역에 캐스팅해 주셨다는 게 영광이다"고 밝혔다.
김 감독은 "당시 오디션을 통해 원석을 발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20년 후, 베테랑 연기자로 또 만나게 됐다. 임수정을 2번 발견한 느낌"이라고 극찬했다.
이밖에 오정세(강호세 역), 정수정(한유림 역)가 영화배우로 등장한다. 전여빈은 제작사 신성필림의 후계자 '신미도'를 담당한다. 미도는 바뀐 대본을 읽은 후 유일하게 김열을 지지한다.
현장에서의 호흡은 환상적이었다. 송강호는 "저도 꼭 만나고 싶은 배우들이었다"며 "촬영하면서 영화 '살인의 추억'과 '공동경비구역 JSA'를 찍었을 때의 쾌감을 느꼈다. 경쾌하고 즐거웠다"고 말했다.
그 중심에는 김 감독이 있었다. 오정세는 "감독님과 1:1 리딩을 많이 했다. 너무 긴장한 상태로 대사를 했다. 그걸 보고 감독님이 '나 믿고 따라와'라고 하시더라. 덕분에 주저 없이 연기했다"고 털어놨다.
전여빈 역시 김 감독을 치켜세웠다. "감독님이 디렉팅 때 언어를 잘 사용해 주셨다. 미도가 작품에 발을 붙일 수 있는 단서들을 던져주셨다"며 "제가 잘 연기했다면, 그건 모두 감독님 덕"이라고 덧붙였다.
이미 해외 영화제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거미집'은 제76회 칸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김지운 감독은 3번째, 송강호는 8번째 칸 초청이다.
'거미집'은 현지 관객들에게 12분간 기립 박수를 받았다. 임수정은 "이번 칸에서 가장 긴 시간 박수를 받았다더라"며 "정말 영광이었다"고 떠올렸다.
마지막으로 관전 포인트를 전했다. 김 감독은 "천편일률적인 영화에 지친 여러분께 색다른 영화적 즐거움을 준비했다"며 "어디서 본 것 같은 이야기가 아니다. 과감하고 새로운 재미, 파티 같은 맛을 느끼실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송강호와 임수정은 "이번 추석, 가족들과 함께 웃으며 영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이다"며 "어떻게 흘러가는지 모를 정도로 빠르게 휘몰아친다. 배우들의 연기 향연을 즐겨달라"고 인사했다.
한편 '거미집'은 이번 추석에 관객들을 만난다.
<사진=송효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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