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X도 풍년"…'거미집' 송강호→김지운 감독 완성한 대환장 소동극(종합)[Oh!쎈 현장]
[OSEN=김보라 기자] “앙상블 코미디가 정말 재미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김지운 감독은 29일 서울 이촌동 용산 CGV 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새 한국영화 ‘거미집’의 제작보고회에서 “원작을 보고 난 뒤 제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앙상블이었다. 캐릭터들의 티키타카가 난무하기 때문에 제가 아는 배우들 가운데 딕션이 가장 유창한 배우들을 섭외하려고 했다”라며 배우 캐스팅에 대해 이 같이 밝혔다.
‘거미집’(감독 김지운, 배급 바른손이앤에이, 제작 앤솔로지 스튜디오·바른손 스튜디오·루스이소니도스)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 감독(송강호 분)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현장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는 이야기를 유쾌하게 그리는 영화.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진출해 전세계 평단 및 관객들에게 먼저 소개됐다.
연출한 김지운 감독은 이날 “이 영화는 70년대가 시대적, 공간적 배경이다.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 같다는 망상에 사로잡힌 김열 감독이 집으로 돌아간 배우들, 스태프를 다시 불러 재촬영하는 이야기를 그린 대환장 소동극이다. 새로운 소재로 색다른 재미를 줄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김지운 감독은 “김열 감독은 지X도 풍년인 캐릭터다.(웃음) 그가 배우들 및 스태프와 부딪히는 웃기고도 슬픈 제작기를 담은 영화”라는 소개를 덧붙였다.
송강호를 놓고 “전체를 아우르는 감독 같은 배우”라고 칭찬한 김지운 감독은 “송강호를 믿어 의심치 않으며 감독 역을 맡겼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거미집’(2023)을 포함해 ‘밀정’(2016),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반칙왕’(2000), ‘조용한 가족’(1998) 등 다섯 편의 영화로 호흡을 맞춰왔다.
영화감독 김열 역의 송강호는 “박찬욱, 봉준호 감독님이 ‘거미집’의 VIP 시사회 때 오겠다고 문자를 보내주셨다”고 말문을 열어 관심을 모았다.
그러면서 송강호는 “인간의 욕망을 다루는데 재미있고 유쾌하게 그렸다. 그 과정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재미있다”며 “제가 맡은 김열 감독은 예술가로서 걸작을 만들고 싶은 욕망이 크다. 그걸 분출하지 못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사람인데 우리에게도 그런 면모가 있지 않나 싶다”고 분석했다.
함께 연기 호흡을 맞춘 배우들에 대해 그는 “이번에 모두 처음 만났는데 같이 작품을 하기 전부터 너무 좋아했었다. 제가 팬이었다. 이번에 ‘거미집’을 통해 만나 좋았다”며 “영화 ‘조용한 가족’, ‘반칙왕’을 했을 때 김지운 감독님의 놀라운 감각과 허를 찌른 스타일이 있었다. 그 감정을 제가 고스란히 받아서 ‘공동경비구역 JSA’, ‘살인의 추억’을 촬영했었다. ‘거미집’을 할 때도 그때의 호흡이 나온 듯한 느낌으로 작업했다”고 절친한 사이임을 자랑했다.
베테랑 배우 이민자를 연기한 임수정은 이날 “민자는 극 중 김열 감독님이 연출하는 영화에 나오는 베테랑 배우다. 그래서 저도 베테랑 배우답게 연기했다”며 주체적인 여성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영화 속 영화’에 대해 임수정은 “새로운 도전”이었다며 “그게 이 영화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실제 직업인 배우 역할을 할 수 있었다는 것도 행운이라는 생각이다. 영화 속 영화라는 구성에서 이렇게 훌륭한 배우들 덕분에 연기 호흡은 큰 고민 없이, 즐겁게 놀면서 맞춰서 재미있는 장면을 정말 많이 만들었다”고 역할을 소화해 낸 과정을 설명했다.
톱스타 강호세 역의 오정세는 김지운 감독과의 첫 작업이다. 이에 그는 “저도 송강호 선배님처럼 앞으로 김지운 감독님과 4번 더 작업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러면서 호세 캐릭터에 대해 “지나치게 사랑이 많아서 혼나야 하는 인물이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혼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자신과의 싱크로율에 대해서는 “10%다. 저와 호세가 둘 다 배우니까”라고 직업적인 공통분모 때문에 10%를 줬다고 설명했다.
촬영 현장이 즐거웠다는 오정세는 “이 영화에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 많이 나온다. 호세도 그 안에서 놀고 있다는 게 제게 많은 기억을 남겼다”며 “처음에 구레나룻을 붙였을 때 인위적이어서 어색했는데 언젠가부터 없으면 이상했다”고 돌아봤다.
유일하게 김열 감독을 무조건적으로 지지하는 제작사 신성필림의 후계자 신미도 역의 전여빈은 “미도의 에너지가 온도로 느껴졌다. 배우들과 주고받은 호흡에서 그걸 표현해낼 수 있을 거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몸에 있는 것을 꺼내자 싶었다”고 인물을 소화한 느낌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제가 미도로서 영화에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웃으며 자신했다.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 역을 맡은 정수정은 이날 선배 임수정과의 연기 호흡에 대해 “사석에서 한 번 만나서 너무 좋았었는데 그 다음 해에 같이 영화를 하게 됐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좋았다. 아니나 다를까 현장에서 너무 재미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임수정도 “가수 활동을 할 때부터 주의 깊게 지켜봐 왔는데 ‘거미집’으로 이렇게 빨리 만나게 될지 몰랐다. 감독님에게 정수정의 캐스팅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아서 ‘꺅’ 소리를 질렀다. 극 중 대립하는 역할인데 저희는 사이 좋게 잘 찍었다”고 화답했다.
김지운 감독은 “식상한 소재 등의 한국영화에 관객들이 질리거나 흥미를 잃으셨을 텐데 ‘거미집’으로 색다른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관객들에게 다시금 한국영화의 전성기 시절, 한국영화의 재미를 드리고 싶었다”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거미집’은 올 추석 연휴 극장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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