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프로그램으로 '가상' 아동 음란물 제작…유죄 나올까

검찰, 징역 5년 구형…"실제 아동으로 인식될 위험"
교복 입은 웹툰 캐릭터 음란물 제작 집유 사례 있어

(부산=뉴스1) 노경민 기자 =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을 통해 실제 사람이 아닌 가상 아동·청소년이 등장하는 음란물을 제작한 40대가 징역 5년을 구형받았다.

검찰은 가상인물이라 하더라도 실제 아동으로 인식될 수 있는 만큼 구속 기소했지만, 이 남성은 아동 성착취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맞서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검찰은 29일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성착취물 제작·배포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한 결심공판에서 징역 5년을 구형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따르면 A씨는 지난 4월 노트북에 설치된 이미지 생성 AI프로그램으로 '10살' '나체' 등 명령어를 입력해 가상인물이 등장하는 총 360개의 아동 성착취물을 제작한 혐의로 기소됐다.

또 성인 사이트에 성기 노출 사진을 수백장 게시한 뒤 다수의 회원들로부터 포인트를 얻는 등 영리 목적으로 불법 촬영물을 판매한 혐의도 받고 있다.

A씨는 AI프로그램으로 가상인물이 등장하는 제작물은 아동 청소년 성착취물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실제 아동·청소년 인물을 대상으로 한 음란물이 아니기 때문에 아동 성착취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경찰에 따르면 실제로 A씨가 만든 제작물은 애니메이션 형태가 아닌 실제 사람과 유사한 모습을 띤 사진인 것으로 파악됐다.

A씨 측은 "유튜브를 통해 우연히 프로그램을 알게 돼 호기심에 어떻게 제작되는지 확인해 봤다. 범행 당일 하루 이용한 것이라 프로그램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다"며 "성착취물을 제작해 이득을 취할 의도는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음란물에 실제 사람이 아닌 AI 가상인간이 나오지만 실제 아동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이유로 아청법을 적용했다. 아청법상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작할 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다.

A씨에 대한 1심 선고는 오는 9월22일 부산법원종합청사 351호 법정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최근 웹툰에 등장하는 아동·청소년 캐릭터를 원작과 다른 내용으로 신체 노출 및 음란 행위를 하는 모습을 일러스트 프로그램으로 그림 파일로 제작해 인터넷 사이트에 게시한 사건과 관련해서도 유죄가 내려지기도 했다.

이 사건으로 기소된 B씨도 아동·청소년을 형상화한 표현물로 단정할 수 없으므로 아동 성착취물이 아니라고 주장했으나,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는 지난 2월 "대부분 교복이나 학교 체육복 등을 입은 표현물이 등장해 성행위를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 점과 표현물에 부여한 특징들을 통해 사회 평균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보아 명백히 청소년으로 인식될 수 있는 점 등을 고려해 아동 성착취물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blackstamp@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