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 24시간 정부 욕만해" 발언에 "대통령이 어떻게 저런 말을" 비판 봇물
김민하 "전 세계 정부 비판 안하는 언론 어딨나" 김상일 "불편한 얘기 안 듣겠단 뜻"
KBS 기자 "윤 대통령 스타일 안 바뀌어" 유승민 "오염수 방류 반대하면 미개한 국민이냐"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현재 국내 언론을 야당 지지세력이 잡고 24시간 욕만한다고 비판하자 방송 출연자들이 “어떻게 대통령이 저렇게 말할 수 있느냐”, “불편한 목소리를 들으려 하지 않는다”고 비판하고 나섰다.
윤 대통령은 지난 28일 저녁 인천국제공항공사에 있는 인재개발원에서 열린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국회에서 여소야대에다가 언론도 전부 야당 지지 세력들이 잡고 있어서, 그래서 24시간 우리 정부 욕만 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은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우려를 제기하는 보도를 들어 “거기에 대해서 나오는거 보십시오. 도대체가 과학이라고 하는 것을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이라며 “이런 세력들하고 우리가 싸울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에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29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냉정하게 24시간 정부 욕만 하지 않았다”며 “정부 욕이라는 게 단순하게 정책이나 정부의 비판인 거냐를 따져봐야 한다”고 반박했다. 김 평론가는 “예를 들어 이런 저런 점이 우려된다, 이렇게 하면 걱정되니 저렇게 하자든지 이런 게 다 정부 욕이냐. 그렇지 않다”며 “세계 어느 언론이 정부에 대해 비판적이지 않은 태도의 언론이 어디 있느냐”고 되물었다. 김 평론가는 “중국이나 북한이 아니라면 대부분은 기본적으로 정부에 비판적인 건 당연한 것인데, 너무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이날 최경영 기자 대신 진행을 맡은 김준범 KBS 기자는 “윤석열 대통령 특유의 스타일은 바뀌지 않는다. 그게 다시한번 확인이 된 것 같”다고 평했고, '정부 욕만 한다'는 주장에 “그렇지 않다”고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발언에 전임 정부를 부실기업 비유한 데 대해 김 기자는 “윤 대통령은 에둘러가는 법이 없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여당 측 패널로 방송에 출연 중인 장성철 공감과 논쟁센터 소장도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론이 전부 야당 지지해서 24시간 정부 욕만 한다고. 제가 정부 비판 많이 해서”라며 “(제가) 방송 나올 때마다 (비판)했나요? 그런데 저런 얘기들을 하신 것이 과연 맞는 것이냐, 공개되는 것도 맞는 것이냐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장 소장은 “결국 협치할 생각은 전혀 없다”며 “야당과 언론과는 앞으로 더 가열차게 싸우겠다는 생각인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같은 방송에 출연한 박원석 전 정의당 정책위의장은 “여전히 지난 정부 탓하고 지난 정부가 거의 거덜내놨기 때문에 우리 정부가 뭘 못 하고 있고 국회도 다 지금 국회 환경 탓이고 특히 저는 언론에 대한 인식에서 정말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며 “어떻게 대한민국 언론에 대해서 대통령이 조금은 좀 불편한 그런 느낌을 받아도 저렇게 얘기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박 전 위의장은 “그러니까 이동관 같은 사람을 방통위원장 임명해서 공영방송을 비롯해서 언론을 손보겠다고 있는 것”이라며 “특히 종편이나 이런 데들을 보라, 무슨 24시간 윤 대통령을 욕을 하느냐”고 반문했다.
민주당 부대변인 출신의 김상일 정치평론가는 28일 밤 YTN <뉴스나이트>의 '나이트 포커스' 코너에 출연해 '국정운영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이 나라가 어떻게 됐을까 아찔했다'고 한 윤 대통령 발언을 두고 “아찔하셨으면 지금은 아찔하지 않게 운영을 하셔야 되는데 제가 볼 때는 지난 정권의 과오를 그대로 답습하는 모습, 미워하면서 닮아가는 모습, 이게 너무 심하게 보인다”고 지적했다. 김 평론가는 언론 탓을 두고 “실제 그렇지도 않거니와 일부 불편한 얘기를 들으셔도 권력은 불편한 얘기를 들어야 한다”며 “권력이 불편하지 않으면 국민이 불편해진다…국민의 불편 위에 본인들의 독재적인 권력이 들어선다. 좀 더 불편하시려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 평론가는 '1+1을 100이라고 하는 사람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고 한 발언을 두고 “네이처지나 사이언스지 논문을 봐도 불확실성이 해소가 안 됐다”며 “야당이 위험성을 과도하게 강조하는 부분은 저도 비판하지만, 불확실성 부분은 어떻게 할 거냐. 이건 국민의 불안이기 때문에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서 해소해 주려는 노력을 해야지 불안 자체를 하지 말라라고 지시하고 명령하듯이 말씀하시는 건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방송을 진행하던 김정아 YTN 앵커도 “조금 전 들은 녹취에 대해서 하나하나 설명을 해 주셨는데. 야당과 언론이 24시간 정부 욕을 하고 있다, 이 얘기를 했을 때 24시간 사실 균형을 생명으로 삼는 언론 입장에서는 억울한 언론도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도 윤 대통령 발언에 비판이 쏟아졌다.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1 더하기 1을 100이라고 그러는 사람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는 윤 대통령 발언에 “후쿠시마 오염수를 방류하는 일본과 싸우는 게 아니라,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는 우리 국민들과 싸우겠다는 대통령”이라며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면 1+1도 모르는 '미개한 국민'이 되는 거냐”고 반박했다.
유 전 의원은 “오염수 방류에 반대하면 '반국가세력'이 되는 거냐”며 “국민들의 불안과 불신을 안심시키는 지도자의 말은 한마디도 없다”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그렇게 과학과 산수에 정통하고 당당하다면, 대통령은 왜 국민들 앞에 떳떳하게 나서서 오염수 방류에 찬성하지 못하느냐”며 “대통령의 공천권과 '승선'을 떠올리며 열심히 박수치는 국민의힘 의원들 앞에서나 큰소리 치는 건 방구석 여포나 할 일”이라고 지적했다. 유 전 의원은 “그렇게 당당하면 지금 당장 국민 앞에 서서 '나는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 적극 찬성합니다. 반대하는 미개한 국민들과 맞서 싸울 것입니다'라고 제대로 선전포고를 하시라”고 촉구했다.
박성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장에서 “윤석열 대통령은 벌거숭이 임금님이 되어버렸느냐”며 “무능한 권력의 뻔뻔하고 오만한 현실 부정”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윤석열 대통령은 아직도 문재인 정부이고 자신은 대선 후보라고 착각하고 있느냐”며 “나는 잘하고 있는데 지난 정권이 다 잘못해서, 야당과 언론이 방해하고 왜곡해서 일이 안 된다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박 대변인은 “야당 탓, 지난 정권 탓, 언론 탓 이렇게 남 탓만 하다가 5년을 모두 허비할 것이냐”며 “국민에게는 비극”이라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제대로 된 근거나 팩트를 대라”며 “대통령의 남 탓은 제대로 된 근거라고는 없는 그냥 막무가내 우기기”라고 반박했다.
이에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할 만한 얘기를 했다고 해명했다. 전주혜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이날 오전 YTN 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 출연해 “사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에 대한 민주당의 반응은 1 더하기 1은 100이 아니라 1000”이라며 “오염수가 방류된 이후 삼중수소의 농도가 기준치보다 훨씬 못한 것이 지금 나오는데도 민주당은 계속 후쿠시마 방류를 한 것이 대통령 탓을 하고, 그런 점이 저는 가짜 뉴스를 양산한다”고 밝혔다. 전 원내대변인은 “당연히 어떠한 그런 타협이 있을 수가 없다”며 “이러한 가짜 뉴스에 대해서는 당연히 단호히 대처해야 된다는데 십분 공감한다 … 충분히 하실 말씀을 하셨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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