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염혜란 "고현정 '연예인의 연예인'인데 첫 씬서 육탄전" [인터뷰②]
[OSEN=연휘선 기자] (인터뷰①에 이어) '마스크걸'에서 열연한 배우 염혜란이 고현정, 나나, 이한별과 함께 호흡한 소감을 밝혔다.
염혜란은 29일 오전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국내 취재진과 만나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걸'(극본, 감독 김용훈)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마스크걸'은 외모 콤플렉스를 가진 평범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마다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채 인터넷 방송 BJ로 활동하면서 의도치 않은 사건에 휘말리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매미, 희세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 삼아 김모미의 파란만장한 일대기를 그린 넷플릭스 시리즈로 각색됐다.
이 가운데 염혜란은 마스크걸 김모미를 짝사랑하는 남자 주오남(안재홍 분)의 엄마 김경자 역으로 열연했다. 주오남이 김모미와 극적인 이야기로 얽히는 만큼 김경자는 극 후반부에서 특히 강한 인상을 남기며 활약한다. 앞서 넷플릭스 '더 글로리'(극본 김은숙, 연출 안길호)에서 강현남으로 인상 깊은 활약을 보여준 염혜란은 다시 한번 넷플릭스 작품 '마스크걸'로 국내 뿐만 아니라 전세계 팬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전작인 '더 글로리'와 '마스크걸' 모두 염혜란에게 있어서는 '복수'가 키워드다. 그만의 차별화는 뭐였을까. 염혜란은 "제가 차별화를 염두에 두지 않아도 될 만큼 워낙에 다른 인물이었다. 다만 배우로서 인상적인 경험은 '한 배우가 어떻게 똑같이 시신을 확인하는 장면을 찍을 수 있지?'라는 거였다. 일부러 차별화를 의도하진 않았다. 배우로서 숙명 같았다"라고 했다. 또한 "그 시기에 '복수'라는 화두가 우주적인 운명인가 싶었다. 한 세계를 마무리 짓고 앞으로 나아가고 싶은 걸까. 복수라는 키워드가 지금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중요하게 떠오르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라고 강조했다.
김모미를 이한별, 나나, 고현정 세 배우가 함께 3인 1역으로 소화한 터. 염혜란은 이한별을 제외한 나나, 고현정을 모두 상대했다. 이에 염혜란은 먼저 고현정에 대해 "저한테는 고현정 선배님이 '연예인의 연예인'이다. 제가 고등학교 때 처음 본 게 '모래시계'라 감격스러웠는데 하필 첫 씬이 육탄전이었다. 저는 안에 복대도 차고, 엄청 큰 청바지도 입었다. 그런데 선배님은 치마에 블라우스도 정말 얇은데 보호대를 하나도 안 차시더라. 제가 너무 민망할 정도였다. 저는 살아야겠어서 찼는데, 선배님은 얇은 옷에 비치는 보호대도 싫어서 그 육탄전을 다 하셨다.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저와 대결을 하시는데 정말 감동적이었다. 배우 대 배우로, 어느 순간엔 대선배라는 것도 잊고 캐릭터로서 기쁨을 맛봤다"라고 했다.
이어 "그 장면을 굉장히 협소한 곳에서 찍었다. 모든 스태프들이 허리도 못 펴고 찍었다. 그런데 힘든 내색 없이 그걸 다 소화하셨다. 마지막 장면은 거의 둘 다 그로기 상태로 만나서 힘을 다했다. 끊어서 찍다 보니 이틀을 미친듯이 찍고 하루를 쉬고 삼일 째 되는 날 그로기를 찍다 보니 너무 힘들어서 실제로 물리적인 힘도 빠졌을 때 찍었으면 좋았을 텐데 열심히 몸을 풀어서 피로가 절정인 상태로 찍을 수 있게 했다"라고 설명헀다.
또한 염혜란은 나나에 대해 "나나 씨는 실제로 저보다도 젊으니까 어떻게 액션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 우리 작품의 액션이 멋진 게 아니라 여자들끼리 '막싸움'을 하는 거다. 실제 노인이 싸우는 듯한 액션을 해야 해서 저보다 젊고 운동도 많이 했을 나나 씨한테 어떻게 버틸 수 있을지 걱정하면서 평소보다 운동도 더 많이 하긴 했다. 또 저수지라는 공간이 너무 드라마틱 했다. 진짜 바람도 실제로 많이 불어서 찍으면서도 보호대가 다 찢겨 나갈 정도로 했다. 무릎 보호대는 여성의 가슴 패드 같은 걸 붙이는데 다 찍고 나서 그게 으스러졌다. 항상 그런 힘든 액션을 찍고 났을 때 동지애가 생기지 않나. 나나 씨와는 찍고 나서 그런 마음이 들었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작품에선 함께 하지 못한 이한별에 대해서도 "이한별 씨가 주오남을 죽이긴 했다"라고 웃으며 "그렇지만 그 세 명이 다 한 사람의 모미라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3인 1역을 상대하는 입장에서 이한별, 나나, 고현정을 넘나드는 '김모미'를 만나는 건 어땠을까. 염혜란은 "배우가 바뀐다고 해서 어렵진 않았다. 시간 차이도 있고 페이스오프 캐릭터로 나오니까. 오히려 그게 도움이 됐다. '이렇게까지 변한 여자를 바라본다고?'라는 생각에 그게 불편하진 않았다"라고 했다. 이어 "각자의 모미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는 게 풍부해지더라"라고 덧붙였다.
모미를 보는 경자의 시선에 대해서도 염혜란은 "주오남 같은 경우가 너무 안타까웠다. 주오남도 순수하지 않았지만 소통이 됐으면 저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텐데 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 선택들이 너무 아쉬웠다. 마지막에 모미가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많은 이야기가 어떤 엔딩을 맞이할지. 사건이 아닌 어떤 마무리를 할지가 정말 궁금했다. 그는 어렸을 때 모미가 '사랑받고 싶어요'라고 얘기하지 않나. 결국은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고 생각이 들었다. 서로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사랑이었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텐데. 모미도 있는 그대로 인정받았으면 괜찮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마지막 장면이 주는 울림이 컸다"라고 강조했다.
'마스크걸'은 지난 18일 총 7부작으로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인터뷰③에서 이어집니다.) / monamie@osen.co.kr
[사진] 넷플릭스 제공.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