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현장] "딕션 장인들이 만든 앙상블"…'거미집' 송강호→정수정, 대환장 걸작 탄생 예고(종합)
[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한국을 대표하는 감독과 전 세계가 사랑하는 명배우들이 총출동했다. 풍성한 추석 한가위, 스크린을 가득 채울 진정한 걸작 탄생을 예고했다.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을 다시 찍으면 더 좋아질 거라는 강박에 빠진 감독이 검열당국의 방해와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 속에서 촬영을 감행하면서 벌어지는 처절하고 웃픈 일들을 그린 블랙 코미디 영화 '거미집'(김지운 감독, 앤솔로지 스튜디오·바른손 스튜디오 제작). 29일 오전 서울 용산구 이촌동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거미집' 제작보고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한국 영화가 방화로 불리고 서슬 퍼런 대본 검열을 통과해야 영화를 찍을 수 있었던 70년대 유신 시절을 배경으로 한 풍자극 '거미집'은 지난 5월 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으로 초청돼 한차례 화제를 모았다. 특히 '거미집'은 '조용한 가족'(98) '반칙왕'(00)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08) '밀정'(16)으로 호흡을 맞춘 김지운 감독과 송강호의 다섯 번째 만남으로 많은 기대를 얻고 있다. 여기에 '믿고 보는' 임수정, 오정세와 충무로 블루칩 전여빈, 정수정까지 가세하며 지금껏 본 적 없는 신선한 조합을 완성, 가을 기대작으로 급부상했다.
이날 제작보고회에서는 악조건 속에서도 기필코 걸작을 만들고 싶은 거미집의 감독 김열 역의 송강호, 베테랑 배우 이민자 역의 임수정,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 역의 오정세, 제작사 신성필림의 후계자 신미도 역의 전여빈,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 역의 정수정, 그리고 김지운 감독이 참석했다.
먼저 김지운 감독은 지난 5월 칸영화제 레드카펫을 밟은 소회를 전했다. 그는 "3번째 칸영화제에 갔고 송강호는 8번째 갔다. 아마 집 이후 가장 많이 간 곳이 아닐까 싶기도 했다. 다른 배우들은 첫 칸영화제이기도 했는데 다들 긴장을 많이 했다. 다들 떨린다고 하더니 레드카펫에서 너무 멋지게 포즈를 취하더라. 내가 이렇게 멋지고 근사한 배우들과 작업한 것 같았고 그 자리에서 더 크게 실감했다"고 곱씹었다.
이후 김지운 감독은 '거미집'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시쳇말로 '거미집'은 못 말리는 캐릭터들의 향연이었다. 지랄도 풍년이라는 말이 있는데 캐릭터가 부딪히면서 웃기고 슬픈 스토리를 담은 작품이다. '거미집' 원작을 보고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앙상블이다. 앙상블 케미가 정말 재미있게 느껴졌다. 티키타카가 난무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내가 아는 배우들 중 대사를 가장 잘 다루고 놀 줄 아는 배우들을 섭외하려고 했다. 또 딕션도 좋아야 했다. 딕션의 장인, 딕션의 천재들을 모으려고 했다. 그들이 만드는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배우들 섭외를 가장 큰 미션으로 생각했다. 배우들의 위력을 볼 수 있는 영화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자부심을 전했다.
김지운 감독과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의 작품을 모두 좋아하고 존경하지만 그 중 '반칙왕'을 좋아한다. '반칙왕' 때 느꼈던 독보적인 부분을 '거미집'이 가져온 것 같다"고 신뢰를 전했다.
김지운 감독도 송강호를 향해 "나에게 대체 불가한, 유일무이한 배우다. 부족한 신도 송강호 얼굴 한 컷으로 완성이 된다. 구세주이자 완성이다"고 덧붙였다.
송강호는 "영화 내용이 인간의 욕망을 다룬다. 인간의 충돌과 갈등, 그 안에서 탄성이 나오는 지점이 똘똘 뭉쳐진 작품이다. 내가 맡은 김열이라는 인물도 그런 인물이다. 예술가로서 욕망, 재능이 뭉쳐져 있지만 그걸 분출하지 못해 어쩔 줄 몰라하는 모습이다. 어떻게 보면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며 "감독 역할을 처음 맡았는데 너무 좋더라. 카메라 앞에 있다가 뒤에 있으니 편하고 재미있더라. 지시만 하면 됐다. 늘 꿈꿔왔던 역할이었다. 신나게 연기했다. 봉준호 감독과 박찬욱 감독도 '거미집' 너무 기대가 된다며 VIP 시사회에 오겠다고 문자를 줬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지운 감독은 "현장에서 감독이 부재한 상황이 생기면 감독을 할 수 있는 배우인 것 같다. 전체를 보고 디테일한 지점까지 포착하는 배우다. 믿어 의심치 않고 감독 역할을 맡겼다. 감독은 지시라기 보다는 하소연을 하는 직업이다. 송강호는 그런 감독의 모습을 완벽히 소화했다"고 칭찬했다.
임수정은 "독립적인 여성의 모습이 도드라진 캐릭터다. 김지운 감독이 내게 베테랑 여배우 캐릭터를 맡겼는데 그래서 현장에서도 베테랑스러운 모습으로 있으려고 했다. 베테랑 배우 답게 혼란한 촬영장 속에서도 진지하게 임하려고 했다"며 "영화 속에서 영화를 찍는 작품은 처음이었다. 시나리오를 봤을 때도 가장 흥미로운 부분이었다. 영화 속에서도 실제 배우를 연기할 수 있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훌륭한 배우들 덕분에 연기 호흡은 큰 고민 없이 즐겁게 연기했고 재미있는 장면을 많이 만들 수 있었다"고 웃었다.
오정세는 "사랑이 지나치게 많아 혼나야 하는 캐릭터다. 실제로 영화 속에서 많이 혼나기도 한다. 나와 싱크로율은 한 10%인 것 같다. 현장에 대한 재미가 더 컸던 작품이다. 각자 진한 색의 캐릭터가 많은데 내가 맡은 인물도 색깔이 강하지만 이 안에서 재미있게 놀고 있는 게 더 흥미로웠다"며 "구렛나루도 이번에 붙였는데 처음에는 어색했는데 나중에는 안 붙이면 옷을 안 입은 것처럼 허전하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전여빈은 "스태프의 역할을 맡았다. '거미집'에 나오는 인물 중 유일무이하게 김 감독을 지지하는 이눌이다"고 설명했다.
정수정은 "처음에는 70년대 말투를 말투를 연기해야 하는지 몰랐다. 첫 '거미집' 미팅 때 김지운 감독이 70년대 말투로 리딩을 해주더라. 순간 멘붕이 왔지만 바로 흡수하려고 했고 그 시대의 클립 영상을 보면서 연습했다"고 노력을 전했다.
특히 임수정은 후배 정수정을 향해 "정수정이 음악 활동을 할 때부터 팬으로서 봤다. 작품 속에서 연기를 너무 잘하기도 하더라. 내심 같이 호흡을 맞추고 싶었는데 '거미집'으로 빨리 만나 놀랐다. 김지운 감독이 정수정을 캐스팅했다고 말해줬을 때 너무 신나서 소리 질렀다. 현장에서 꽁냥꽁냥 놀듯이 촬영을 이어갔다"고 애정을 전했다.
또한 전여빈 역시 "우리 학창시절 때 '정수정을 마음에 안 품은 여자 없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f(X)에서 인기가 많았다. 차도녀 이미지가 있고 약간 고양이 같은 느낌도 있지 않나? 그런데 실제로는 정말 살갑다. 특히 연기에 대한 열정도 높고 그걸 바라보는 나도 행복했다"고 추켜세웠다.
'거미집'은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등이 출연했고 '인랑' '밀정' '악마를 보았다'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김지운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오는 추석 개봉 예정.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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