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디, 액션!"…송강호→정수정 '거미집', 베테랑 배우진이 초대하는 70년대 영화판 [MD현장](종합)
지난 5월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 초청돼 첫선
30여 년 만 처음으로 카메라 뒤 감독 연기한 송강호
[마이데일리 = 양유진 기자] 송강호부터 정수정까지 베테랑 배우진과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밀정'(2016)의 김지운 감독이 의기투합한 '거미집'이 올 추석 극장가에 흥행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까.
29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거미집' 제작보고회가 개최됐다. 행사에는 배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정수정, 김지운 감독이 자리했다.
'거미집'은 1970년대, 다 찍은 영화 '거미집'의 결말만 다시 찍으면 걸작이 될 거라 믿는 김감독(송강호)이 검열, 바뀐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는 배우와 제작자 등 미치기 일보 직전의 악조건에서 촬영을 밀어붙이며 벌어지는 일을 유쾌하게 담은 영화다. 제76회 칸국제영화제 비경쟁 부문에 초청돼 첫선 보였다.
연출과 각색을 겸한 김지운 감독은 "난리 법석 대환장 소동을 담은 영화다. 김감독을 둘러싼 못말리는 등장인물과 부딪히면서 웃기고도 슬픈 영화 제작기를 다룬다"고 '거미집'을 소개했다.
송강호가 30여 년 연기 인생 처음 카메라 뒤의 감독으로 변신했다.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는 김감독은 촬영이 끝난 '거미집'의 새 결말에 대한 영감을 주는 꿈을 며칠째 꾸다 딱 이틀간의 추가 촬영을 계획한다. 이후 온갖 방해 속에도 걸작을 향한 집념으로 촬영을 감행한다.
송강호는 "김지운 감독과 다섯 번째다. 훌륭한 배우들과 재밌고 유쾌한 영화로 인사드리게 돼 기쁘다"며 "축제를 즐긴 느낌이었다"라고 칸국제영화제에 8번째 참석한 소감을 남겼다.
"인간의 욕망을 유쾌하고 재밌게 그린다. 충돌 사이 탄성이 나오는 영화다. 제가 맡은 김열은 걸작을 만들고픈 내적 욕망이 뭉쳐져 있는데 분출을 못해 어쩔 줄 몰라한다"고 알린 송강호는 "카메라 앞에만 있다가 뒤에 있으니 편하더라. 지시만 하면 되고"라고 웃기도 했다.
임수정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 역, 오정세는 '거미집'의 남자 주인공이자 바람둥이 톱스타 강호세 역을 맡았다. 영화계 거장 신감독의 조카인 국내 최고 영화사 '신성필림' 후계자 신미도는 전여빈이, '거미집'에서 젊은 여공으로 분한 충무로의 떠오르는 별 한유림은 정수정이 분했다.
임수정은 "'거미집'에서 강호세의 부인 역이다. 바뀐 각본에선 완전히 변한다. 주체적이고 독립적인 여성으로서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김지운 감독이 베테랑 배우 역을 주셔서 베테랑답게 연기했다. 영화 속 급박한 상황에서도 차분하고 진지하게 임한다"고 밝혔다.
'거미집'이 "새로운 도전"이었다는 임수정은 "영화에서도 실제 직업인 배우를 연기할 수 있어 큰 행운이었다. 영화 안과 밖에서 훌륭한 배우들 덕분에 고민 없이 즐겁게 놀면서 해 재밌는 장면을 많이 만들게 됐다"고 회고했다.
오정세는 "강호세는 사랑이 지나치게 많다"며 "현장의 재미가 컸다. 여러 진한 색의 등장인물이 많다. 강호세도 색이 강한데 같이 논다는 게 기억에 남았다"고 말했다.
강호세는 화려한 의상과 머리 모양이 유독 인상적이다. 오정세는 "구레나룻을 붙인 뒤 어색하고 인위적이었는데 나중에 보니 제가 봐도 잘 어울리더라"라고 덧붙였다.
전여빈은 "유일무이하게 김감독을 지지하고 믿어준다. 달려가는 길의 모양새가 바르진 않다. 그런데도 '갈 지' 자를 그리며 힘을 쏟아붓는다"고 신미도를 이야기했다.
"학창 시절 '정수정 마음에 안 품은 여자 없다'는 말이 있었다"고 한 전여빈은 "에프엑스의 크리스탈을 사랑하는 한 명이었다. 만남만으로 기대되고 설렜다. 아니나 다를까 만났는데 너무나 따뜻했다. 차가운 도시 여자 혹은 고양이 같은 느낌을 풍겼는데 살갑더라. 더 반한 건 연기에 대한 열정이 높고 가진 실력, 재능조차 빛나 바라보는 게 행복했다. 같이 작업해 즐거웠다"고 격찬했다.
정수정은 "겉으로 보기엔 여우 같은데 책임감이 있다. 등장인물과 만날 때 다른 모습이 보여져 보는 재미가 있을 거다"라고 귀띔했다.
수십 년 전 활동했던 배우를 그리는 데 어려움은 없었을까. 정수정은 "김지운 감독이 1970년대 말투로 연기를 해주셨다. 살짝 '멘붕'이 왔지만 바로 흡수하고 열심히 연습했다. 그 시대 영화를 보며 최대한 말투와 분위기를 따오려 했다"고 기울인 노력을 말했다.
정수정은 이름이 같은 임수정과 호흡하면서 "편하고 재밌었다"고 했고 임수정은 "정수정이 음악 활동을 할 때부터 좋아했다. 연기도 잘하더라. 함께 작업하고 싶은 배우였다. 빨리 만나게 될 줄은 상상 못했다"고 벅찬 마음을 터놨다.
'거미집'은 오는 9월 극장 개봉 예정이다.
[사진 = 송일섭 기자 andlyu@my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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