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국내은행 15년간 대출 3배 늘었는데 이익은 제자리"
은행연 "자본시장에서 유가증권 발행으로 대규모 자금 조달 가능해야"
[서울=뉴시스] 이정필 기자 = 은행연합회가 지난 15년간 국내 은행권의 대출이 3배 늘었는데 이익은 10조원대로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산업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려면 자본시장에서 유가증권 발행 등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은행연합회는 29일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은행산업의 역할과 수익성'을 주제로 출입기자 브리핑을 열었다. 은행들이 고금리 시기를 맞아 과도한 이자장사로 그들만의 잔치를 벌이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설명에 나섰다는 입장이다.
발표자로 나선 박창옥 은행연합회 상무이사는 가장 먼저 "많은 분들이 은행 산업에 대해서 과도한 수익 추구 성향이나 수익 규모가 너무 크다는 관점에서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도 사실"이라며 "은행권도 이러한 비판적 시각을 알고 있고, 또 이런 비판적 시각을 바꾸려고 수익 구조를 다변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박 상무는 "많은 분들이 은행의 수익 규모에 대해서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고, 은행도 분명히 많은 측면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내 은행의 수익성과 중장기 추세를 주요국 수준에 비춰 객관적으로 한번 성찰해보고, 앞으로 은행 산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브리핑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은행연합회의 은행이슈브리프에 따르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과 비교해 은행의 대출자산은 2007년 989조원에서 지난해 2541조원으로 지난 15년간 약 2.5배 증가했다. 이 기간 은행의 자기자본은 96.8조원에서 256.9조원으로 2.6배 늘었다.
박 상무는 "그러나 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5조원에서 18.6조원으로 24% 상승하는데 그쳐 수익성이 자산이나 자기자본 증가에 못 미치는 측면이 있다"며 "은행의 대출은 3배 늘었는데, 버는 돈은 사실상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의 자기자본이익률(ROE), 총자산이익률(ROA) 등 수익성 지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으로 하락했다. 국내 은행산업은 지난 10년간(2013~2022년) 연평균 5.2%의 ROE와 0.4%의 ROA 기록했다.
수익성이 미국 등 주요국 은행들의 절반 이하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은행연이 제시한 주요국의 연평균 ROE와 ROA는 ▲미국 10.2%, 1.5% ▲캐나다 16.8%, 1.1% ▲싱가포르 10.8%, 0.9% 등이다.
박 상무는 "국내은행의 ROE는 2000년대 중반 미국은행보다 높았으나(2011년 한국 10.3%, 미국 7.9%),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익성을 회복하지 못하고 현재는 미국은행 ROE의 절반을 조금 상회하는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내은행의 ROE는 증권·보험 등 다른 금융업권이나 타 주요산업과 비교할 때도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지난 10년간(2013~2022년) 연평균 5.2%로 증권업은 6.7%, 보험업은 6.8%를 보였다. 비금융업은 6.2%로 전기전자 11.0%, 통신 5.7% 등이다.
은행업의 주가이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지난 10년간 각각 6.75, 0.49배 수준에 그쳤다. 지난 10년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면서 증권시장의 여러 섹터들 중에서 만년 최하위권을 기록하고 있다.
박 상무는 "은행지주는 현재 주식시장에서 고질적인 저평가주로 인식돼 왔다"며 "이로 인해 금융시장 여건에 따라 자본시장을 통한 우호적 조건의 자금을 대규모로 조달하는 데 어려움이 발생할 우려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수익성 제고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나라 실물경제가 해외진출 시 외국계 금융회사에만 의존하지 않기 위해서는 국내은행의 경쟁력 강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는 세계 13위의 경제규모와 6위의 무역규모를 지녔지만 국내 은행산업의 경쟁력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영국 금융전문지 더뱅커(The Banker) 기준 세계 50위 안에 속하는 금융그룹이 한 곳도 없고, 국내 4대 은행지주의 글로벌 순위(Tier1 자본 기준)는 지난 10년간 평균 70위권대 수준에 머물고 있다.
금융업(보험 포함)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2년 6.30%에서 2020년 5.71%로 하락했다. 7~8%대를 기록 중인 미국, 영국 등 금융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박 상무는 "국내은행들이 자금력이 중시되는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거대 글로벌 은행에 견줄 만큼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능력을 높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며 "국내외 인수합병(M&A) 등을 통한 성장전략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자본시장에서 주식, 신종자본증권 등 유가증권 발행 등을 통한 대규모 자금 조달이 가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자본시장에서의 자금조달 능력은 기업의 주식가치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고, 기업의 주식가치는 본질적으로 기업의 수익성에 기반하고 있다"면서 "은행이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해야 자본시장에서 성장을 위한 자본조달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다"고 부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roma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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