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인타자 ‘꼴찌’에서 ‘1등’으로···오스틴이 지탱하는 LG 타선의 ‘스태미너’
프로야구 LG 외국인타자 오스틴 딘(30)은 지난 4월 개막 이후 미디어 인터뷰를 할 때면 ‘저주(curse)’란 말을 먼저 꺼내곤 했다. 앞서 몇년간 LG를 괴롭히 ‘외국인타자 저주’를 잘 알고 있다는 얘기였다. “그것을 깨겠다”는 코멘트도 잊지 않았다.
오스틴은 시즌 초반, 습관적으로 했던 약속과 다짐을 제대로 지키고 있다.
지난해만 해도 LG 관계자들은 함께 하는 외국인타자마다 실패를 거듭하자 “리그 평균치 외국인타자만 있으면 좋겠다”는 얘기를 꺼내곤 했다. 외국인타자들 경기력이 그만큼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를 기준으로 보자면, 오스틴은 200%의 목표달성을 하고 있다. 투고타저 흐름을 탄 2023시즌 외국인타자들이 대체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오스틴은 외국인타자로는 10구단 최고의 지표를 찍고 있다.
28일 현재 오스틴은 시즌 타격 WAR(대체선수대비 승리 기여도) 4.06(스탯티즈 기준)으로 외국인타자 10인 중 가장 높다. KIA 소크라테스(3.72)와 SSG 에레디아(3.20), NC 마틴(3.04), KT 알포드(2.83) 등을 밀어내고 최고의 팀 공헌도를 보인다.
지난해에는 기대 자체가 어려웠던 일이다. 지난해 LG 외국인타자 리오 루이즈는 마이너스 지표의 WAR을 찍고 퇴출됐고 이어 들어온 로벨 가르시아도 타격 WAR 0.59를 기록하고 한국을 떠났다. 지난해 LG의 외국인타자 WAR은 10개구단 최하위였다. 지난해 외국인타자 타격 WAR 1위는 7.40의 호세 피렐라(삼성).
오스틴은 전형적인 홈런타자가 아니다. 200안타 가까이 치는 유형도 아니다. 그래서 화려한 성적을 써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팀이 치른 108경기 중 105경기에 출전하는 건강함으로 타율 0.315 127안타 17홈런 78타점의 내실 있는 내용을 보이고 있다. 특히 타력의 종합 지표 성격인 OPS로는 0.882를 기록하며 팀내 1위에 오를 만큼 팀 타선에 미치는 힘이 컸다.
LG는 팀 OPS 0.763으로 부문 1위를 유지하는 등 올시즌 리그 타격 지표를 주도하는 팀이다. LG가 시즌 내내 큰 기복 없이 공격력을 이어가는 스태미터를 보인 것도 오스틴이 중심을 잡은 덕분이었다. 이번 주중 3연전을 앞두고 시즌 OPS 0.800을 넘는 LG 타자는 오스틴과 홍창기(0.860) 둘뿐이다.
가을야구에서도 외국인타자 존재감은 더욱더 커진다. 지난해 키움이 준플레이오프를 시작으로 한국시리즈까지 올라선 것도 ‘악동’ 야시엘 푸이그가 ‘한방’을 장착하고 3번 타순의 이정후 뒤에 버텨준 덕분이었다. LG로서는 타선의 ‘상수’가 된 외국인타자 역할로 시즌 막판까지 타선의 변수는 최소화하고 있다. 선발진 부침으로 마운드 운용이 어려운 흐름을 타기고 하지만 타선만은 흔들림이 없는 이유다. LG는 지난 7월 이후로는 한 경기도 빠짐없이 1번 홍창기와 4번 오스틴 타순은 고정해놓고 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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