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진입·칸막이’ 규제 혁파 급하다[포럼]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금융위원회가 마침내 ‘킬러 규제’ 척결을 결심한 것 같다. ‘금융지주회사법 대수술’을 예고했기 때문이다. 기대가 크다. 그간 금융권은 이자 장사에만 열중해 왔다는 비난을 받아 왔고, 일부 인사는 ‘횡재세’ 징수를 거론하기도 했다. 이런 비난은 터무니없다. 20세기 규제에 묶인 금융기관들이 예대마진을 통한 이자 장사밖에는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 강국’을 외치면 뭐하나. 공허할 뿐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4일 총성 없는 경제전쟁서 기업이 뛸 수 있게 ‘킬러 규제 폐지 속도전’을 강조했다. 금융위의 금융지주회사법 수술 예고는 대통령의 이 같은 절박한 호소에 부응한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으려면, 개혁의 콘텐츠를 알차게 꾸리고 규제 폐지에 가속도를 붙여야 한다.

현행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르면 금융지주사는 금융자회사가 아닌 회사의 지분을 5% 초과 보유할 수 없게 돼 있다. 그러나 금융지주회사가 산업자본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것은 근거 없는 억지 규제다. 이를 크게 완화해 30% 내지는 50%까지 확대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자회사들의 포트폴리오가 다양해져, 간혹 발생하는 금융위기 때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게 된다. 금융지주의 운신 폭을 넓혀줘야 금융지주회사의 대형화·글로벌화를 유도하고 국제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게 하며, 핀테크 등 신산업 투자를 늘릴 수 있고,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지금은 막혀 있는 사모펀드(PEF), 벤처투자조합(신기술사업 금융업자, 중소기업 창업투자회사)에의 지분 투자도 허용해야 한다.

역으로 현재 4%까지로 제한된 산업자본의 금융회사 투자도 완화해 여타 산업의 경쟁력까지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미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은 인터넷 전문 은행 주식을 34%까지 소유할 수 있어 카카오뱅크, K뱅크, 토스뱅크를 설립·운영하고 있지 않은가.

계열사 간 정보 공유를 제한하는 이른바 ‘차이니스 월’을 폐지해 금융그룹 내 시너지 효과를 향상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현재 인터넷 은행을 운영하는 빅테크 기업들에는 자유롭게 허용되는 것인데, 전통 금융회사들만 역차별당하는 부분이다. 정보 공유와 함께 금융사의 업무위탁 제도 관련 규제도 완화해야 한다. 최근 첨단 AI 금융기법의 등장, 금융산업의 디지털화가 빠르게 진행됨에 따라 디지털 사업들을 분리해 집중 관리를 해야 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으므로, ‘디지털 중간지주’의 설립을 허용하고 금융회사가 플랫폼 기업으로 진화할 수 있는 길을 터줘야 한다.

일본은 은행이 직접 수행하거나 자회사(은행업 고도화 회사)를 통해 인력소개·핀테크·마케팅·광고·인쇄 등 다양한 비금융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한다. 지방은행은 노후 점포에 특산물 상사나 호텔을 입점시켜 낙후된 지방 구도심 재생에 기여하고, 부수 업무로 사업자 소개·이사·가사대행·집수리·성묘·방역·부동산 등 생활영역 업체를 소개하거나 고령자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생활파트너 서비스’도 한다.

여신·수신·자산보관·자금중개·환업무·지급결제 등 과거 기능에 더해 사회적 가치 창출과 혁신성장의 마중물 역할도 하는 사례를 벤치마킹하면 좋겠다.